정운찬 '3불' 폐지, 이명박·박근혜보다 강경

[대선주자] '암초' 만난 정운찬 대선 행보..."위험한 발상" 여권도 대립각

등록 2007.03.23 18:10수정 2007.03.2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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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번 대선은 '정책'에 따른 주자별 노선차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미FTA 협상을 비롯해 대북 정책, 거기에 이어 교육 이슈가 하나 더 보태졌다. 기부금 입학제, 대학별 본고사, 고교 등급제를 골자로 하는 교육부의 3불(不) 정책에 대한 논란이다.

가장 적극적인 반대는 서울대 총장 출신의 정운찬 교수다. 지난 21일 서울대가 "3불 정책은 대학성장의 암초 같은 존재"라고 포문을 열자, 다음날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회장단 회의를 열어 동조했고 정운찬 교수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 교수는 3불 정책 폐지를 주장하면서 학생선발권은 대학에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는 평소 지론을 드러냈다. 정 교수는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금지는 폐지해야 한다"며 "단 서울대의 경우 국립대이므로 기여입학제는 도입하지 않고 시간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를 향해 "대학에서 손을 떼라"는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3불 정책은 정운찬 교수의 '대선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등을 포함한 범여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정 교수가 '3불 정책'에 있어선 이들과 입장이 선명히 갈리기 때문이다. 되려 "재검토 환영"의 입장인 한나라당과 가깝다.

한나라당을 제외한 정치권에선 일제히 정 교수에 대해 대립각을 세웠다. 정장선, 정봉주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성급하고 위험한 발상"이라며 "서울대가 3불 정책 때문에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하지 못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대선주자들의 목소리도 정 교수를 향했다. 김근태 의원쪽의 한 참모는 "영재를 길러내는 정책이 공교육에 우선할 수 없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한명의 천재가 아니라 국민 다수의 능력 개발과 지혜라는 점에서 대학 정책에 더욱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3불 정책 폐지를 주장하기에 앞서 전국수재 5천명을 갖고도 북경대에 뒤처진 이유부터 해명해야 한다" "대학들은 우수학생 뽑는 것보다 우수학생 키우는데 더 신경써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나라] "자율성" 한목소리...'고교등급제' 빼고 폐지


a 이명박 전 서울시장

이명박 전 서울시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편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기본적으로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3불 정책 가운데 부분적인 폐지를 주장했다.

이명박 전 시장은 본고사는 대학자율에 맡기돼, 고교등급제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기여입학제는 제도적 보완을 통해 점진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해진 공보특보는 "원칙적으로 교육정책의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교육부는 보육과 초중등 교육만 담당하고, 대학정책에선 손을 떼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 역시 고교등급제를 제외하고 폐지의 입장이다. 박 전 대표는 대학 본고사 부활에 대해선 "옛날식 본고사가 아니더라도 다양하게 학생을 선발 할 수 있도록 대학의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고, '기여입학제' 도입에 대해선 "국민적 합의, 장학금 지급, 등록금 절반으로 줄이기에 사용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 고교등급제는 "전년도 대학 진학률에 따른 고교 등급제는 연좌제이므로 반대"하지만 "시도별로 주민이 평준화 지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지사는 본고사 부활과 고교등급제 실시에 대해선 찬성,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만 반대 입장이다. 손 전 지사는 학교는 학생선발권을 학생은 학교선택권을 가져야 한다는 전제하에, 대학입학전형을 전적으로 해당학교에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지역균형선발제'의 확대시행으로 소외계층에 배려하자는 식이다.

[여권] 김근태 "3불 폐지-공교육 붕괴" 강경

a 김근태 의원.

김근태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우리당의 대선주자들은 지난 4ㆍ15 총선 공약에 따라 3불 정책 유지의 입장이다. 다만 온도차는 있다.

정동영 전 의장은 "3불 정책 유지가 현재로선 불가피하다"면서도 궁극적으론 교육부 폐지, 대학자율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재경 공보실장은 "교육양극화가 소득양극화, 일자리 양극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심화되는 상태에서 3불 정책 유지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동시에 정 전 의장쪽에선 대입제도 폐지를 포함해 초중등 교육정책은 시도자체단체에 맡기고, 학생선발권 등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내용의 교육혁명안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김근태 의원은 보다 강경하다. '3불 폐지=공교육 붕괴'라는 인식이다. 기동민 보좌관은 "국공립에 국민의 세금이 투여되는 점을 도외시한 채 대학의 자율화는 어불성설"이라며 "대학의 경쟁력을 교육의 내용보다 학생 선발권에서 찾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도 "부의 축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저소득층의 혜택을 전제로 허용하는 것은 '돈으로 학력까지도 살 수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탈당한 천정배 의원은 기여입학제에 대해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금으로 쓰고 재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전제라면 검토해볼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고교등급제와 본고사 부활은 현행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노] "3불 법제화"... 심상정 '3통' 역제안

a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민주노동당은 교육부 지침 수준인 '3불' 정책을 법제화(고등교육법 개정안)하는 단계에 있다.

심상정 의원은 입시경쟁과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불 정책의 법제화를 기반으로 국공립대부터 통합하는 전국공립대학 통합네트워크인 '3통 정책'을 제안했다. 심 의원은 "3통은 전국의 모든 국공립대학이 공통의 입시전형, 공통의 학점이수, 공통의 졸업자격시험을 통해 통합국공립대학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서울대주의를 해소하고 지방국공립대를 골고루 발전시켜 지역균형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회찬 의원은 "본고사 부활은 '서울대 본고사 입시학원'을 번창시킬 것이고, 기여입학제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31조1항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며, 고교등급제는 자식 잘 키우고픈 학부모의 마음을 '자식 우수학교 보내기 경쟁'으로 왜곡시킬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권영길 의원은 "3불 정책은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이라며 "고교등급제는 연좌제 부활이며, 기여입학제는 입학 매매제이고, 본고사는 사교육조장을 주장하는 것과 같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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