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에 설치되어 있는 피임기구 자판기.김대오
중국의 밤거리를 거닐다 보면 '보건(保健)'이라는 간판이 자주 눈에 띈다. 빨갛게 흘러나오는 불빛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데 바로 성인용품점이다. 뿐만 아니라 주택가나 길거리 곳곳에 피임도구를 파는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지만 중국인들을 그것을 생활필수품처럼 여기는지 별다른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는 듯하다.
중국은 인구 억제를 위해 1982년부터 '낮은 출생률, 낮은 사망률, 낮은 인구자연증가율'의 기치 하에 '1가족 1자녀' 정책을 실시하였다. 그리고 각 생산 단위나 촌민위원회 등에서 무상으로 피임도구나 피임약을 지급하고 피임법을 중심으로 하는 성교육을 강화하였다. 그 과정에서 보수적인 중국인들의 성 관념이 자연스럽게 개방적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1993년 3월 23일, 중국의 첫 성인용품매장 '하와보건센터'가 베이징에 문을 연 이후로 중국은 세계 성인용품의 70%를 생산해내는 명성에 걸맞게 서서히 성인용품의 최대 시장으로, 그 화려한 불빛을 밝혀가게 된다.
1993년 정부의 윤허 하에 생겨난 첫 성인용품점의 등장에 대해 런민대학의 판쉐이밍(潘綏銘) 교수는, 1993년 당시 중국의 매춘부 수가 이미 500만명을 넘어섰고 현실적으로 매춘이 성행하는 상황에서 당국이 성문화와 관련한 사업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한편 성을 계획 출산과 관련한 기능적인 측면으로만 여기지 않고 하나의 유희 수단으로 인정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하였다.
이와 같은 중국인의 의식변화는 작년 11월 광저우에서 열린 제3회 '성문화의 날' 행사를 들여다보면 더욱 분명히 읽을 수 있다. 천여개의 성인용품 제조업체가 참가하여 공개적으로 열린 이 행사에는 30만명의 관객이 몰렸으며 매출액이 전년도의 3배를 넘어섰다고 한다.
중국의 연간 성인용품매출액은 500억위엔, 우리 돈으로 6조원에 달하며 매년 20%씩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인의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사회의 다원화가 진행되면서 성에 대해서도 보다 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식을 갖고 성문화를 자연스럽게 향유하려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작용 또한 만만치가 않다. 난립하는 성인용품점과 불법노점상들이 중국사회의 성문화를 오히려 음성적이고 불건전한 방향으로 왜곡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성인용품 시장은 선진국과 달리 복용약품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나 진위를 검증할 수 없는 무허가 약품들이 범람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장 주변이나 대도시의 뒷골목에는 불법으로 제조된 비아그라나 최음제가 밀거래되는데 그런 약을 복용하고 생기는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사망사건이 가끔 언론에 보도될 정도이다.
또 성인용품점의 주요 고객이 청소년층이라는 것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에는 13세 학생에게 성인용품을 판매한 성인용품점 주인이 학생의 부모로부터 고소를 당하여 5000위엔(우리 돈 약 65만원)의 배상금을 지불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음식남녀(飮食男女)'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은 고래로 식(食)과 색(色)을 인간의 본성으로 여기며 수 천 년의 봉건사회를 통해 창기(娼妓), 전족, 환관의 거세 등 독특한 성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건국 이후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한때 금기시되던 성이 경제 성장과 함께 이제는 중국거리의 한 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인들의 성에 대한 관념 또한 다분히 서구적으로 변모함에 따라 당당하게 성인용품을 찾고 그 품질을 확인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단계에 와 있다.
그러나 급성장하는 중국의 성인용품산업은 성을 상품화하고 돈을 위해서는 몸도 팔 수 있다는 사회적인 분위기 아래에서 만연하는 매춘과 축첩문화와도 왠지 무관하지만은 않은 것 같아 그 발전이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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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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