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권우성
"열린우리당을 그렇게 밀어줬는데, 제대로 한 것도 없으면서 당이나 쪼개고…, 신당 만든다는 것도 자기 자리(지역구) 챙기는 것 아니냐. 재미가 있어야 무슨 얘기라도 하지, 말하기도 싫다."
전남 여수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서민석(35)씨의 말이다. 여권의 대선주자 중 누구를 지지하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전북 출신의 정동영 전 의장이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곳은 바로 호남이다. 지지도에선 이명박 전 시장에 비해 한참 떨어지지만 '적합성'에선 박빙의 1위다.
5%를 밑돌던 정동영 전 의장의 대선행보에 속도가 붙은 건 고건 전 총리의 낙마 이후였다. 고건의 빈자리를 노리고 "호남을 대변하는 후보 한 명 쯤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열심히 다리품을 팔았다. 하지만 호남은 특별한 신호를 주지 않고 있다. 여전히 한나라당 후보들의 지지도가 높은 것에 대해 정 전 의장은 "통탄스럽다"고 했다.
천정배 등 다른 여권 주자들은 그나마 가시권 밖이다. 호남인들의 여권에 대한 불만은 "한나라당과 호남이 손을 잡으면 안된다"는 '호소'만 있다는 것이다. 김용남(62·광주 방림동)씨는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서 국민들 잘 살게 해주겠다는 게 없으니까 무슨 말을 해도 와닿지 않는다"며 "맨날 광주에 대고 표 달라고 하지 말고 확실한 대권 주자를 내놓으라"고 말했다.
김재석 광주경실련 사무처장은 여권주자들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동반추락한 측면도 있지만 정치적 역량이 부족하다고 보는 것 같다"며 "정 전 의장의 경우 과거에 민주당 정풍운동을 주도한 이후 지지를 이끌만한 국가적 비전과 시대적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범여권은 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신념에 가깝게' 믿고 있다. 언젠가 노 대통령이 "호남 사람들이 내가 좋아서 몰표를 준 것이 아니지 않냐"는 말을 한 것처럼 '반한나라당 전선'을 걷어들일 의사가 없다는데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조정관 교수(전남대 정치외교학)는 "'평화개혁세력의 후보'가 나오더라도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지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범여권에 '노풍'과 같은 전폭적인 지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아직 '속살' 드러내지 않은 호남민심
이명박, 손학규, 정동영 이 3명의 인물 프리즘으로 드러나는 호남의 민심은 얼마든지 전복될 수 있다. 아직은 호기심, 관심, 기대감 등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아직 '속살'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약화된 반한나라당 정서 속에서 '인물'에 대한 선택이 될지, 반대로 반한나라당 구도 하에 '대안'을 찾게 될지, 대선 때마다 민심의 풍향계를 제공해온 호남인들의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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