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한 직업 쟁탈전...결국 살인으로

경쟁 격화, 과도한 동기의 악영향 다룬 책 <헤드헌터>

등록 2007.03.26 17:55수정 2007.03.2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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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직업이 필요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헤드헌터>란 책은 주인공 카르스빌의 시점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카르스빌은 성공한 40대 중년의 삶을 살고 있었고 실력도 엘리트급의 인물이었지만 회사 인원감축 때 잘리게 된다.


어느날 드와브르라는 헤드헌팅(직업을 연결시켜주는 일) 회사에서 ‘당신의 경력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우리와 접촉하시겠습니까?‘라는 메일이 카르스빌에게 온다. 그는 이 헤드헌팅 회사의 테스트를 마지막 기회로 생각했고 함께 연수를 받게 된 15명의 참가자들도 이 기회를 놓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일주일간의 본격적인 연수가 시작되고 마지막 테스트가 시작된다. 그 테스트는 16명의 참가자들을 3팀으로 나누어 동일한 분야의 시장을 놓고 다투는 가상 기업운영 테스트인데 컴퓨터 한 대와 주최측이 제공하는 정보들만을 사용해야 한다.

흥미로운 이야기는 전혀 추리와 상관없을 것 같이 진행된다. 그러나 가상 기업운영 테스트는 이기기 위해(직업을 갖기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한 대결로 바뀌면서 마지막에는 진짜로 상대방의 목숨을 겨냥한 싸움으로 변하게 된다.

결국 살인사건이 일어나지만 살인마나 원한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취업 면접에서 느끼는 긴장감, 경쟁심,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동기가 사람을 살인하게까지 만들었다. 원래 작가는 이 책을 추리소설로 쓰려 했던 게 아니었다고 한다. 경쟁이 너무 격화될 때, 한계가 없어질 때, 사람들이 과도한 동기를 품고 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책을 쓰고 싶었을 뿐이라고 한다.

"채용 면담, 그것은 첫 데이트와 같다. 데오도란트를 지나치게 많이 뿌려도, 너무 조금만 뿌려도 안 되고 계산할 때는 두툼한 지폐다발이 아니라 신용카드, 그것도 골드카드를 사용해야 하며, 최후의 순간까지는 진짜와 가짜, 정말과 거짓말을 절반 정도씩 유연하게 섞어서 말한다. 최후의 순간이 왔을 때도 물론 “같이 잘까?”가 아니라 “우리 집에 가서 마지막으로 가볍게 한 잔만 하지!”라고 말해야 한다.


직업을 갖기 위해 기업은(또는 헤드헌팅 회사는) 진실한 이력이나 대화보다 최대한 자신을 포장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원하고 있다. 그것은 문명사회가 가져온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다."


실직의 가장 큰 불편 가운데 하나는 돌이키고 되새길 시간의 여유가 생긴다는 사실이다. 과거를 반성하고, 흘러간 시간을 뚫어져라 들여다보면서 한 겹 한 겹 껍질을 벗는 것, 그것은 실수다. 결국 그 상황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 때문에 모든 것을 망쳐버린다. 사람들은 상황이 그 지경이 된 것은 어디선가 분명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현재 우리 사회에는 일류대학을 나오고도 일자리가 없는 사람이 태반이다. 조만간 사회로 나아가야할 고2의 관점으로 볼 때 우리 사회는 사람들을 너무 무한 경쟁으로 몰아붙이고 있지 않나 싶다. 말로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일류대학이나 일류 기업에 가기 위해 개성이나 장점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 많다. 앞으로는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면서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헤드헌터, 인생 제2막의 시작

곽철 지음,
휴앤스토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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