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금다지 나물을 무척 맛 있게 드시는 어머니.전희식
여기는 남부지방이지만 워낙 지대가 높아서 강원도 북부지방하고 절기가 엇비슷하다. 표고 550미터다. 양지바른 쪽으로만 이제 막 새싹들이 돋고 있었다. 냉이나 광대나물, 햇쑥 등이 제철인데도 아직 돋지 않았고 작년에 흩어놨던 유채나물만이 유일했다. 할머니 소쿠리에도 유채나물만 가득했다.
유채를 큰놈으로 골라가며 뜯고 있는데 듬성듬성 빌금다지가 보였다. 아직 철이 이른지라 여리기도 했지만 많지도 않고 드문드문했다. 빌금다지 덕분에 그래도 소쿠리를 좀 채웠다. 그 사이 한나절 해가 다 갔다.
"어무이 나물 뜯어왔어요!"라고 집에 들어서면서 냅다 고함을 질렀다.
겨우 알아듣고 어머니가 마루로 나와서 나물 소쿠리를 뒤적이더니 반가워하기는커녕 핀잔을 주었다.
"나시래이('냉이'의 경상도사투리)나 뜯어오지 이까짓 빌금다지를 뜯는다고 그 야단을 지기고 있냐"고 했다. 나시래이가 뭐냐고 했더니 냉이란다.
"빌금다지 이런 거는 옛날에는 거저 줘도 안 먹었다"고 어머니가 말했다.
"그럼 어릴 때 내가 먹던 것은 다 거저 얻은 거란 말예요?"
내가 퉁명스레 받았지만 귀가 멀어 못 들은 어머니는 혼자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