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목사의 집은 도니장을 담그기 위한 장독대로 가득하다. 고추장과 된장·순무 등을 팔아서 얻은 돈으로 검소하게 살아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주재일
작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농사를 했다. 밭 1900평, 논 1500평 등 3400평을 일궜다. 밭에는 순무와 배추 등을 심었다. 순무는 작황이 좋아 대충 계산해 500만원 정도의 수입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남아 있는 순무 100포대를 다 팔았다고 가정했을 때 말이다.
이들은 집에 가공 공장을 만들어 '손맛식품'이라는 이름으로 된장과 고추장, 강화도의 유기농 쌀로 만든 떡 등을 판매한다. 고추는 서너 번 지었는데 그때마다 실패해서 강원도 양구에서 받아와서 만들고, 콩은 강화도에서 나는 유기농 콩을 쓴다. 고추장과 된장은 강화도 어린이집과 아는 사람들에게 1000만원어치 정도를 팔았다. 논농사는 식량을 하고 조금 남는 수준이다. 놀고 있는 논을 주인과 함께 농사해 나눠 갖다 보니 30가마 정도가 손에 들어온다.
그러니 농사를 지어서 한 해에 네 식구 겨우 먹고 살만큼 번다. 한국 사회의 4인 가구 기준 평균 수입의 반을 밑돈다. 적게 소유하고 적게 쓰는 소박한 생활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삶이다.
가볍기 때문에 활동도 활발해졌다. 지역 운동 단체와 농촌목회자 모임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지금은 신학교 후배인 강금화 목사와 강화미문교회를 공동목회하고 있다. 강 목사도 제가복지센터를 운영하느라 바빠서 자연스럽게 의기투합했다. 바쁜 목사끼리 한 교회를 잘 섬겨보자는 강 목사의 제안에 윤 목사가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다. 사례비는 받지 않지만 오히려 마음 편하게 목회할 수 있어 좋다고 윤 목사는 말했다.
적게 벌면 적게 쓰면 된다지만, 농부가 땅이 없어도 전혀 불안하지 않는다. 3∼4년을 정성스레 땅을 일구어 유기농업을 할 수 있도록 가꾸어놓더라도 주인이 내놓으라고 하면 별 수 없이 줘야 한다.
윤 목사는 "땅을 달라고 하면 주면 되지요. 다른 땅 얻어서 지으면 되니까요"라며 태평스럽다. 그는 지력을 회복해 놓은 땅이 주인 손으로 들어가면 다시 농약에 망가질 게 당연한 결과도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잠깐이라도 땅이 숨을 쉴 수 있는 기간을 가진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땅에 대한 욕심만 버리면 땅은 우리에게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을 선물한다고 말한다. 참 세상 물정 모르는, 뜬 구름 잡는 소리다.
그런데 윤 목사처럼 우공(愚公) 종교인 몇 사람이 10여 년 전에 강화도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유기농업이 이제 200만평 규모에 이른다고 한다. 이쯤 되면 작은 동산 하나는 옮긴 것 아닌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독교 대안 언론 <뉴스앤조이>(www.newsnjoy.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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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사에서 목사, 이제 농사꾼으로... 우공의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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