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피던 논밭 아파트 공사장으로

충남 연기군 신안1리, 아파트 배수지 공사 놓고 주민-군청 '갈등'

등록 2007.03.27 19:55수정 2007.03.2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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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아파트를 짓기 위해 파헤쳐진 논과 밭 ⓒ 오마이뉴스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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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사 이전의 모습. 복사꽃이 활짝 피어 있다.(사진은 2005년 봄)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연기군(군수 이기봉)이 마을주민들이 건립 저지운동을 하고 있는 고층 아파트를 위한 배수지 조성공사를 계획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연기군은 충남 연기군 신안1리에 건설 예정인 대림아파트(약 1000세대)의 생활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수 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1200톤 규모의 배수지를 건립할 예정이다. 군은 이를 위해 올해 1차 1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배수지는 물 사용량에 따라 급수량을 조절해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하는 시설이다.

군 관계자는 "신안 1리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에 있어 1200톤 규모의 배수지를 설치하려 하고 있다"며 "수도정비기본계획이 확정되는 대로 배수지 설치 위치를 정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아파트 부지내 또는 제 3의 부지(고려대 뒷동산)에 설치하는 안을 놓고 고심중"이라며 "제 3의 부지안의 경우 인근에 설치된 고려대 배수지와 대림아파트 배수지를 하나로 합할 경우를 대비한 안"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현재 충남도와 연기군을 상대로 고층 아파트사업 승인취소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연기군이 소송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사업자를 편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충남도와 연기군은 마을 이장이 개발위원들의 도장을 도용해 허위 서류를 제출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관련법상 하자가 없다며 아파트 사업을 승인했다. 아파트 건립 예정부지는 지난 2004년 5월까지만 해도 5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없는 1종지로 입안돼 있었다.

주민들은 아파트 건립 저지 소송, 연기군은 아파트 배수지 건립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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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젝트(?)에 가로막힌 마을의 희망. 대학문화촌을 만들기 위해 가꿔온 마을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 공사장으로 돌변했다. 업체측이 공사장 벽면에 새긴 '에코프로젝트'라는 용어가 생뚱맞아 보인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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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산을 가로막은 아파트 공사장 ⓒ 오마이뉴스 심규상

그러나 같은 해 6월 당시 마을 이장이 주민들의 명의와 도장을 도용하는 방법으로 허위 청원서류를 제출해 해당 부지를 15층까지 지을 수 있는 2종지로 변경한 사실이 드러났다.

충남도는 또 업체측이 작성한 교통영향평가서가 1000세대 아파트준공 후 4년동안 모두 승용차 4대만 증가하는 것으로 부실하게 작성됐는데도 아무런 지적없이 심의를 통과시켰다.

이 마을의 강수돌 이장(고려대 교수)은 "주민들이 아파트 문제로 잠도 제대로 못자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와중에도 연기군은 아파트 시행사를 위한 사업 추진에만 골몰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이어 "군이 고층아파트 대신 대학문화촌 조성 계획을 세워달라는 요구에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면서 아파트 사업자를 위한 예산은 너무 쉽게 만들어 낸다"고 꼬집었다.

이날 마을 주민들은 마을회관에서 연기군 의원들과 가진 간담회를 통해 고층 아파트 건립의 부당성을 한 목소리로 호소했다.

이기영씨는 참석한 의원들에게 "마을을 돌아보고 정말 고층아파트를 져야 할 곳인지 판단해 달라"며 "모든 마을 주민들이 수 십년째 5층 이하로만 건물을 짓고 자연경관을 지켜왔는데 하루 아침에 고층아파트 허가를 내줘 한꺼번에 망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허위서류 제출에다 엉터리 교통영향 평가 등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주민 편에 서서 말 한마디 해주는 공무원이 없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강수돌 이장 "대학문화촌 건립계획은 돈 없어 못한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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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주민들이 연기군의회 의원들에게 고층아파트 건립을 막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주민들은 또 사업시행자측에서 도로 확보 공사를 벌이면서 막무가내 공사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성토했다. 실제 업체측은 도로공사 개시이후 주민들이 소음과 진동 피해를 호소하자 뒤늦게 주변건물에 대한 현황조사 및 안전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한 주민은 "이맘때 쯤이면 마을 곳곳에 복사꽃이 활짝폈다"며 "순식간에 논밭이 공사장으로 바뀌고 앞산은 시공사가 둘러 놓은 공사벽으로 가로 막혔다"고 안타까워했다.

주민들은 "이런 방식이라면 개발광풍에 온전하게 남아 있을 마을이 없을 것"이라며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현장을 둘러본 군의회 조선평 의장은 "주민들의 의견을 토대로 관련 자료를 검토해 방안을 모색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주민 간담회에는 조 의장 외 박휘서 산업건설위 위원장,유용철 행정복지위원회 간사, 박영송 의회운영위원회 간사 등 4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한편 조치원읍 외곽(고려대 서창캠퍼스와 홍익대 캠퍼스 사이)의 신안1리 주민들은 마을에 15층 고층아파트 건립하려 하자 막개발을 우려하며 연기군과 충남도를 상대로 ▲아파트 사업승인 취소 ▲해당 부지 1종지로 원상회복 ▲생태적인 대학문화촌 조성지원 ▲모든 개발사업시 주민의견 의견 공개수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관련 마을주민들은 충남도를 상대로 도시계획변경결정처분취소와 아파트사업승인취소 소송을 각각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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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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