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접촉 대통령도 알았나?
"이호철 실장에게 물어봐라"

[인터뷰] 안희정씨, 노 대통령 묵인 아래 대북 접촉 시사

등록 2007.03.28 11:04수정 2007.03.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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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뒤늦게 대북접촉 사실을 시인한 안희정씨는 자신의 비밀 대북접촉을 대통령도 알았느냐는 질문에 "이호철 상황실장에게 물어봐라"면서 "내가 답변하는 게 맞지 않다"고 말해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안씨는 10월 9일 북한 핵실험 직후 이호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요청으로 자신이 북한 당국자와 접촉하게 되었다고 밝혀 사실상 노 대통령의 지시와 묵인 아래 대북접촉이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따라서 아무런 공식 직함이 없는 안씨가 남북교류협력법 등 실정법을 무시한 채 북한측과 남북 정상회담 같은 국가 중대사를 의제로 한 비밀접촉을 가진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안씨는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동업자'로 통한다.

"이호철 실장 요청으로 대북접촉... 정상회담 제안 없었다"

안씨는 27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지난해 10월 20일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의제를 예상하고 베이징에서 리호남 내각 참사와 접촉을 가졌으나 그런 제안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갖고 북한 당국자와 비밀접촉을 가졌지만 구체적인 제안이 없어 더 이상의 추진은 없었다는 해명이다.

안씨는 또 "정상회담 얘기는 전혀 없었나"라는 질문에 "(정상회담이) 되면 좋겠다는 수준 정도였지 어떤 제안도 없었다"면서 "왜 나를 보자고 한 거냐, 정상회담 하자는 거냐, 공식적으로 하는 게 낫지 않느냐라고 리호남에게 물었는데, 그 다음은 대화가 잘 안됐다"고 답변했다.

안씨는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도 공식 직함은 없지만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자신이 먼저 북측과 만나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한 뒤에 예정된 수순대로 진행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북측이 정상회담 제안을 해올 경우의 대응방안의 하나였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안씨는 "그건 북측이 정상회담 등에 대해 본격적인 제안을 해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부분이었다"고 전제하고 "나는 (정상회담) 의지만 확인하고 (뒤로) 빠지고, 본격적인 추진은 책임 있는 사람들, 이해찬 총리, 정동영 등이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것이었다"면서 "그런데 그런(정상회담) 제안 자체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안씨는 또 리호남씨를 접촉한 경위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대북접촉을 제안한 북한 전문기자 N씨와 국가안보회의(NSC) 행정관을 그만 둔 상태였던 K씨를 베이징에 보내 리씨와 먼저 접촉케 했는데 리씨가 정상회담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은 안하고 쌀, 비료 지원 등을 얘기했다고 해서 별 의미를 안 두고 있다가 핵실험(10월 9일) 이후에 직접 만나보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관련 지난해 9월에 안씨에 앞서 리씨를 먼저 만났던 전 NSC 행정관 K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리호남씨는 당초 안희정씨가 나올 예상했는데 내가 나가자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으며 그 때문에 더 이상의 깊은 얘기를 안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안씨는 "지난해 10월 20일 베이징 회동의 참석자들은 누구였나"는 질문에 "저와 이화영 의원, 권오홍씨, 리호남 참사 정도였다"면서 장성택 북한 노동당 부부장과의 접촉을 부인했다. 또 리씨가 장 부부장의 핵심 측근인 점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장성택의 측근인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안씨는 그러나 "그 뒤 '더 높은 사람'을 데려온다고 해서 그러던 차에 <오마이뉴스>의 첫 기사(11월 9일자)가 나온 것"이라며 "그 기사가 나오고 난 뒤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리씨가 장 부부장의 측근임을 몰랐다는 안씨의 말이 사실이더라도 리씨가 장 부부장의 핵심 측근임에 비추어 그가 말한 '더 높은 사람'은 장성택일 가능성이 크다.

"리호남, 장성택 측근인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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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오마이뉴스> 보도가 나왔을 때, 리호남을 만난 것을 얘기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안씨는 "이 전 총리 방북 등과 관련해서 어떤 역할을 한 것이 없기 때문에 거짓말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자신의 대북접촉을 대통령도 알았냐는 질문에는 "내가 답변하는 게 맞지 않다"면서 "이호철 상황실장에게 물어봐라"고 말해 즉답을 회피했다.

한편 이호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이날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청와대측은 안씨의 대북접촉에 이 실장이 개입한 부분 등에 대해 27일 오전에는 이 실장이 정리해서 말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그 뒤 "안희정씨가 충분히 설명했다고 본다"면서 별다른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다음은 안씨와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 대북접촉을 주선했던 권오홍씨가 비망록을 공개해 정상회담 추진 사실을 폭로했는데 권씨가 왜 그랬다고 생각하나.
"중간 연락을 은밀히 했던 사람이 왜 그렇게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 부분은 이화영 의원에게 물어봐라. 그 뒤에 서로 삐거덕거리는 게 있었던 같다. 권씨가 오해도 있었던 것 같다."

- 어떻게 해서 리호남씨와 대북접촉을 하게 되었나.
"지난해 5월부터 북쪽에서 먼저 꼭 보자는 요청이 있었다. 공적인 대북루트가 막힌 상태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할 사람을 원하는 것 같았다. 내가 나서서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해 거부하다가 북한 전문기자 N씨가 친구인 K씨(전 NSC 행정관-기자 주)를 통해 얘기하길래 지난해 9월에 K씨한테 먼저 가서 얘기를 들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N씨와 K씨가 먼저 베이징에 가서 얘기를 들어봤는데 리호남씨가 (정상회담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은 안하고) 쌀, 비료 지원 등을 얘기했다고 해서 별 의미를 안 두고 있다가 핵실험(10월 9일) 이후에 결국 가보게 된 것이다."

- 리호남씨로부터 '남북 정상회담 제안'이 없었나.
"(내가 만나러 간 것은) 북한 핵실험 이후 무슨 중요한 얘기가 있는 건지 한번 들어보자는 것이었는데, (정상회담에 대한) 어떤 제안도 없었고, 그럴 권한이나 위치의 사람도 아니었다. (그 전에) 대통령의 전직 비서를 은밀히 보자고 했으면 뭔가 내용(제안-기자 주)이 있어야 했는데 그런 게 없었다. 나로서는 황당했다. 그래서 30분간 얘기하다가 헤어진 것이다. (정상회담이나 특사회담에 대한) 적극적인 제안도 없었고 그런 대화상대도 아니었다."

- 북측 당국자와는 몇 번 만났나.
"딱 한번 만났다. 그 뒤 '확정회담'을 거쳐 (남북 정상회담을) 하자는 연락이 와서 나는 별로 신뢰하지 않았다. 너무 성급해 보였다. 그 뒤 '더 높은 사람'을 데려온다고 해서 그러던 차에 <오마이뉴스>의 첫 기사(11월 9일자-기자 주)가 나온 것이다. 그 기사가 나오고 난 뒤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남측의 공식라인에서 방해하기 위해 정보를 흘린 것이라고 했다. 나더러 평양으로 들어와서 만나자고 했다. 그래서 내가 거기까지 나설 만한 위치가 아니라고 해서 거부한 것이다."

- 리호남 참사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아봤나.
"경제전문가라고 하는데, 정보소스마다 평이 다르다. 그러나 실무자급은 아닌(그 이상이라는 뜻-기자 주) 것으로 알고 있다."

- 이호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어떻게 연관된 것인가.
"작년 9월까지 제가 북측의 제의를 계속 거부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공식적인 부분(로트)도 필요하다는 보고들이 국정상황실에 계속 올라온 모양이다. 앞서의 북한 전문기자 N씨도 이호철 실장에게 충정으로 어떤 건의서를 올린 모양이다. 그래서 이호철 실장도 내게 만나보라고 얘기했고….(그래서 리호남씨와 만난 것이다). 그러나 그 뒤 장성택을 만났다거나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 권오홍씨는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이 안희정씨의 제안에 따른 것처럼 말한다. 노 대통령의 측근이지만 공식 직함이 없는 당신이 먼저 북측과 만나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한 뒤에 예정된 수순대로 이 전 총리의 방북이 진행된 것 아닌가.
"그건 내가 북경에 가기 전에, 북측이 정상회담 등에 대해 본격적인 제안을 해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부분이었다. 나는 (정상회담) 의지만 확인하고 (뒤로) 빠지고, 본격적인 추진은 책임 있는 사람들, 이해찬 총리, 정동영 등이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제안 자체가 없었다."

- 정상회담 얘기는 전혀 없었나.
"되면 좋겠다는 수준 정도였지 어떤 제안도 없었다. 나를 만나자고 한 이유가 거냐, 정상회담 하자는 거냐, 공식적으로 하는 게 낫지 않느냐라고 리호남에게 물었는데, 그 다음은 대화가 잘 안 됐다. 그 분이 북측 지도자의 뜻을 전달할 사람이 아니었고…"

- 그렇다면 특별한 제안도 없이 리호남 참사가 왜 당신을 보자고 한 건가.
"권오홍씨 같은 분들의 애국심이 아닌가 싶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회담 만들면 뭔가 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 있었지 않은가 한다. 그런데 그렇게 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나도 뭔가 돼서 얘기하고, 한반도 정세관도 얘기하고, 북핵문제와 6자회담 이렇게 해야 된다고 얘기하면 좋겠지만 내 객관적 행위와 사실이 그런 게 없다."

- 지난해 10월 20일 베이징 회동의 참석자들은 누구였나.
"저와 이화영 의원, 권오홍씨, 리호남 참사 정도였다."

- <오마이뉴스> 보도가 나왔을 때, 그때 왜 리호남을 만난 것을 얘기하지 않았나.
"이해찬 전 총리 방북 등과 관련해서 어떤 역할을 한 것이 없기 때문에 거짓말한 게 아니다. 그때 만나긴 만났는데 정상회담 부분은 없었다고 하면 어떻게 됐겠나."

- 리호남 참사가 어떤 사람인지 정보기관에 확인해봤나. 장성택 부부장의 측근이라는 말이 있는데.
"장성택의 측근인지는 모르겠다. 어느 정도는 파악해봤는데 그 정보라는 것이 (그 사람이) 어떤 행사에 나왔고… 그 정도 아닌가."

- 대북접촉은 노무현 대통령도 아는 내용인가.
"이호철 상황실장에게 물어봐라. 내가 답변하는 게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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