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체전하니 돈 내라" 강압적 성금 모금 논란

당진군, 불법 성금 접수받으면서 공문·구두로 후원 요청

등록 2007.03.28 19:16수정 2007.03.3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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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군 체육회의 불법 성금 접수 내역과 사용처가 기재된 출납부 ⓒ 오마이뉴스 심규상

당진군 체육회가 지난해 충남도민체전 때 불법으로 거액의 성금을 접수받으면서 해당 기업들에게 공문과 구두요청을 통해 후원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성금 모금 과정의 강압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오마이뉴스>가 1000만원 이상 기부금을 낸 5개 기업 및 업체에 한해 납부과정을 확인한 결과, 일부 업체에서 당진군체육회로부터 공식 협찬을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당진군체육회가 지난해 충남도민체전과 관련해 성금을 받았다고 공개한 액수는 모두 2억6795만원이다.

1억5000만원의 성금을 낸 현대제철 관계자는 "도민체전이 열리기 3개월 전인 지난해 7월 당진군체육회로 부터 공문을 통해 협찬요청을 받았다"며 "후원할 경우 회사를 홍보해 준다고 해 기업이미지 제고와 당진에 소재한 대기업으로서 담당할 몫이 있다고 판단해 충남도체육회에 지정기탁했다"고 말했다. 즉 충남도체육회에 기탁한 돈이 당진군체육회로 다시 전달된 것.

5000만원의 기부금을 낸 송암은 송암컨트리클럽의 전신이 되는 회사다. 송암컨트리클럽 관계자는 "체전이 열린다는 소식에 같은 체육인으로서 도움이 되고자 동참하려는 취지로 체육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협찬을 했다"며 "당진군체육회에 기부했고 당진군체육회장(회장 민종기 당진군수) 명의의 영수증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군청을 오가며 도민체전과 관련한 협찬을 받고 있다는 말을 듣고 내부논의를 통해 성금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전선 경우 당진군 체육회에 2000만원의 기부금을 냈다.

2000만원의 기부금을 낸 서진산업 관계자는 "지난해 일이라 군 체육회 쪽에서 공문을 요청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며 "다만 도민체전은 큰 행사라 돕자는 뚯에서 낸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충청남도회 관계자는 "당진군체육회로 부터 당진에 있는 협회 운영위원을 통해 지난해 9월 공문을 통해 지원요청을 받고 논의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전문건설협회충남지회는 1000만원의 성금을 냈다.

1000만원을 낸 우리담배 관계자는 "당진군 체육회 관계자로부터 구두요청을 받고 당진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사회공헌을 위해 기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협찬 요청만으로 강제성 의심... 검찰에 공식 고발할 것"

각 기업간 차이는 있지만 당진군체육회가 공문을 통해 기부금을 공식 요구받거나 협찬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기부했다는 점에서 강압성을 의심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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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0월 열린 충남도민체전 안내자료집 표지 ⓒ 오마이뉴스 심규상

실제 각 1000만원 이상의 성금을 낸 모든 기업들이 사업과 관련해 당진군과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해 지난 2004년 인수한 옛 한보철강과 인접한 곳에 추가부지를 확보하고 지방산업단지를 조성한 후 지난 해 10월 기공식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은 당진군과 현대제철을 상대로 지방산업단지 지정에 반대하며 집단시위를 벌여왔다.

송암컨트리클럽은 현재 충남 당진군 송산면 무수리 석문방조제 일원에 18홀 규모의 골프장 건설사업을 추진중이다. 지난 해의 경우 관련 토지를 매입하고 충청남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의뢰한 상태였다.

당시 대한전선은 당진공장 신축과 관련해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당진군에 공장이전에 따른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었다. 서진산업은 대우건설과 컨소시엄을 맺고 당진군이 추진하고 있는 하수종말처리장건설 사업(사업비 546억원)을 벌이고 있다. 우리담배는 당진군 슬항리 일대에 공장신축을 계획중에 있으며 공해 방지 시설 등 문제로 도민체전을 전후해 지역주민들로부터 집단민원을 사왔다.

익명을 요구한 기부금을 낸 한 업체의 관계자는 "당진군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기업입장에서 당진군이 벌이는 행사와 관련해 군수명의로 협찬을 요구받고 기부를 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

당진참여자치연대 조상연 부회장은 "협찬 요청자체가 각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군의 우월적 지위로 볼 때 강제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이 해당 기업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때에 군수가 대표를 맡은 체육회가 군행사를 내세워 협찬을 요구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당진참여자치연대는 29일 서산지검에 당진군체육회를 불법기부금품 모집 등 혐의로 정식 고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당진경찰서는 당진군체육회로부터 관련자료를 건네 받은 데 이어 성금 모금 과정의 강압성 여부와 사용처, 모금액 등을 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당진군체육회 관계자는 "모금 과정에 강압은 없었고 각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관련법(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는 불법으로 기부금을 모집한 경우 3년 이하 징역(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3년·3000만원과 1년·1000만원으로 나누는 기준은 모금 과정의 강압성 여부다.

한편 당진군 체육회는 지난해 10월 말 열린 충남도민체전과 관련, 불법으로 거액의 성금을 접수해 이를 언론인 접대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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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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