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집에도 새긴 수복김선태
우리 조상들은 과연 무엇을 바랐으며,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염원했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는 곳이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특별 기획전으로 '장수를 바라는 마음 수복(壽福) 전'을 마련하였다. 3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열리는 특별기획전시회에는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간절히 수와 복을 바랐던가를 살필 수 있는 여러 가지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이미 민화전에서 수없이 보아 왔던 수복을 비는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는 수와 복을 백번씩을 쓰면서 모두 다른 서체, 다른 모양의 글자를 써서 정성을 다한 병풍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백번이란 숫자 100을 나타내기는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이 '백(百)'이란 숫자에는 '완전하다, 모두 다하였다'는 뜻을 담은 것이기에 정말 100글자인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란다.
이 전시장에 들어서서 차례로 살펴 가면서 '세상에 이런 곳에도 수와 복을 비는 염원을 담아 그리고 새겼을까?' 싶은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만든 물건이나 생산된 제품들이 기능성이나 멋진 디자인을 자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한다면, 그 당시에는 모든 물건에 수와 복을 비는 염원을 담는 것이 당연하고 가장 보편적인 것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흔히 5복을 이야기하지만 그 중에서 수와 복을 주제로 삼아 전시하는 것은 우리 조상들의 세상을 사는 지혜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5복을 갖춘 사람이라는 말을 하지만 이것은 한참 잘못된 말이 된다.
5복이란 이라면 (1)수(壽) : 장수하는 것 (2)부(富) : 물질적으로 넉넉하게 사는 것 (3) 강령(康寧) :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한 것 (4) 유호덕(攸好德) : 도덕을 지키기를 좋아하는 것 (5)고종명(考終命) : 제 명대로 살다가 편히 죽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현재 살아 있는 사람이 5복을 누린다는 말은 잘못된 말이다. 잘 죽는 것이 5복 중의 하나라고 하기 때문에 죽기 전에는 잘 죽는다는 복을 갖추었다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5복을 모두 비는 것이 당연한데 왜 수와 복만을 그렇게 빌었었을까? 다른 것들은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들(사람의 힘으로 어느 정도는 이룰 수 있는 일) 이지만 수(壽)만은 하늘에서 타고난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여기에서 우리 조상들의 바른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목숨은 하늘의 뜻에 따르지만 나머지의 복은 자기가 얼마나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이 될 수 있으므로 하늘에 빌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척하라는 뜻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