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아부다비 택시 아부다비 디펜스 로드 근처 건물에 주차된 택시. 구형 니산 서니와 토요타 코롤라가 보인다. 뒷편으로 보이는 비교적 낮은 층의 건물들은 임대료가 저렴한 구형 건물로 택시기사 4~5명이 방 한 칸에 집단으로 거주하며 임대료를 절약한다. 사진과 같이 택시가 많이 주차해 있는 건물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가 꺼리는 지역중 하나다.이상직
아부다비 택시시승 : 마리나 몰 - 알 와흐다 클럽
걸어가며 사진을 여러 장 찍을 요량으로 얼마전 '마리나 몰'을 찾았다. 에미레이트 팰리스 7성 호텔과 서로 마주보는 위치에 있는 마리나 몰은 쇼핑을 위해 자주찾는 카르푸 외에도 조깅 코스로 정평이 나있어 시민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저녁 7시에 올림픽 대표팀과 아랍에미레이트간 축구 경기가 있어 마리나 몰에서 경기가 벌어지는 알 와흐다 클럽까지 택시를 타고 가보기로 마음을 정하고 택시를 찾았다.
천막 모양을 한 대형 쇼핑몰인 마리나 몰 전면에 택시 승강장이 있다. 평소에도 신문 등을 통해 아부다비 택시가 얼마나 열악한 상황인지를 들어본 바 있지만 그날은 직접 체험해 볼 작정이었다.
두바이 택시의 대부분이 캄리라면 아부다비 택시의 대부분은 코롤라이다. 국내와 비교해 보면 아반테나 SM3급의 차량이 아부다비에서 택시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행선지를 일러주고 택시 내부를 살피노라니 미터기 위로 이상한 사진 한 장이 대시보드에 붙어있다. 운전자 이름 위로 스폰서가 표기되어 있는데 파티마로 되어있는 것을 보니 여성 이름이다.
파키스탄 출신으로 아부다비에서 이미 근 30년을 택시만 몰았다는 이 친구는 죽지 못해 산다는 짧은 한 마디로 기자의 입을 원천 봉쇄해 버렸다. 인터넷 카페에서 가족들과 메신저를 통해 안부를 주고 받는 것도 한 두 번이고 30년 정도를 독신으로 지내다 보면 도무지 의욕이 없어진다는 것.
기사 자신의 수입으로 택시를 구입해서 새벽 6시부터 밤 12시 이후까지 중노동에 가까울 정도로 영업해서 수익이 발생하면 그 중 대부분은 스폰서가 가져가고 월 평균 겨우 1000디램, 즉 40만원 정도가 자신의 주머니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
기자가 경기장으로 가는 도중 기사의 핸드폰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어디를 가고 있는데 그 다음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보고를 하는 것을 보니 아마 하루에도 몇 번씩 걸어대는 하늘 같은 스폰서의 점검 전화가 아닌가 싶다.
스폰서가 하는 일이란 물론 아무것도 없다. 스폰서 없는 외지인은 영업을 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해 놓았으니 반드시 스폰서가 있어야 하는데 통상 이런 경우 스폰서가 원하는 지분은 부르는 것이 값이 아니겠는가. 복잡한 사업에 참여하여 합작 회사를 만드는 등의 정상적인 경제 행위가 여성에게는 다소 무리라고 판단되어 이처럼 손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분야는 여성을 위해 남자들이 양보했다고 한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늘 수입이 정해져 있는 택시 기사 입장에서 보면 인센티브는 이미 남의 얘기가 되어버린다. 자신들이 만족하지 못하며 승객들을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가. 자고로 고객 만족은 종업원 만족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잖는가.
사진을 찍고 싶다는 말에 묵묵부답이던 기사가 경기장에 가까와지자 버럭 화를 내기 시작한다. 영어로 하는 의사 소통도 원활치 못했지만 기자가 원하는 장소가 메인 게이트라는 사실에 엄청 화가 난듯 싶었다.
게이트면 게이트지 메인 게이트가 무슨 소용이냐는 거다. 경기장에 데려다 달래서 가까운 곳에 왔으면 되었지 메인 게이트는 직접 찾아가란다. 경기장 인근에서 차를 돌리기 가장 편한 위치에 차를 세우더니 그냥 손을 내민다.
6디램 50전이 나왔다. 우리 돈으로 2000원이 조금 넘는다. 10디램을 주었더니 3디램 50전을 거슬러 주길래 투박한 손 위로 50전을 되돌려주고 3디램만 받았다. 50전이면 우리 돈으로 150원 남짓할 뿐인데 기사의 표정이 이상하게 바뀐다. 화를 낸 자신에게 이런 대접을 하면 혼란스럽다는 표정이려니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