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 그릇에 비해 작지만, 자장면의 양은 적지 않다.최육상
가만, 언제 짜장면을 처음 먹었더라? 잘 떠오르질 않는다. 어렸을 때 짜장면이 얼마였지? 250원, 아니 300원이던가? 이것도 가물가물하다.
지식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포털사이트에서 찾은 '이코노미스트' 기사는 친절하게도 1970년(60원), 1980년(400원), 1990년(1253원), 2000년(2533원), 2006년(3273원)이라고 가르쳐준다.
1970년대 중후반쯤 짜장면을 처음 먹었을 테니 대략 250원 전후가 맞을 듯싶다. 내 기준으로 하면 그때에 비해 13배 정도 올랐지만 아직까지는 서민의 음식다운 가격이다.
그러고 보니 1900원짜리 자장면은 1990년대 후반의 가격이다. 짜장면 한 그릇으로 추억의 시간 여행을 대신한 셈이다. 서울 문래동에 자리한 이 자장면집은 얼마 전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가 말했던 바로 그곳이다.
문 대표는 지난 2월 7일 대표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의 식사 값으로 120만원을 썼다고 하는데 문래동 당사 주변 자장면 값이 1900원"이라며 "1900원짜리 자장면을 하나 놓고 민생을 논의하자"고 강 대표를 이곳으로 초청했었다.
맛으로 먹는 짜장면이, 시간에 쫓기며 먹는 자장면보다 맛있다
지금은 한미FTA를 반대하며 20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문 대표에게 이 집의 자장면 한 그릇과 따뜻한 짬뽕 국물 한 사발을 건네고 싶다. 서민들을 한데 잘 어우러지게 해서 속 시원하게 살 수 있도록 꿋꿋하게 싸워달라는 부탁 말씀과 함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자장면은 다시는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맛있는 짜장면이 아니었다. 가끔 입맛이 없거나 바쁠 때 시켜먹게 되는 자장면이었을 뿐, 먹는 모습이 좋지 않아 여자 친구와도 함께할 수 없고 친구끼리도 짬뽕 국물에 소주를 찾게 되면서 기억에서 멀어져 갔다. 더욱이 의도적으로 '자장면'이라고 부르게 되면서 '짜장면'의 추억은 이제는 쌓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짜장면과 자장면을 구분하는 잣대는 미성년자와 성인인 것 같다. 어른이 되어 짜장면이 아니라 자장면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부터 먹는 맛의 즐거움이 사라져버렸으니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후루룩 쩝쩝, 후루룩 쩝쩝하며 오로지 맛으로만 먹었던 '짜장면'이, 점잖은 척 발음에 신경을 쓰면서 시간에 쫓기며 먹는 '자장면'보다 더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