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조원씩 약값 올리는 한미FTA
이 돈이면 암·중풍·심장병도 무상의료"

[13인13색-한미FTA를 말하다 ⑪]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등록 2007.03.29 19:32수정 2007.03.30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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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값이 많이 비싸지면 의사가 아무리 처방해봤자 환자가 약을 못 사게 돼요. 결국 의사가 제 역할 못하는 건데, 의사로서 이런 한미FTA를 받아들인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지난 26일 오후 중소규모 공장들이 많은 서울 성수동의 한 동네의원. 평일 오후라 대기실은 한적해 보였지만 '의사 우석균'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1시간 남짓 기다린 끝에 막 청진기를 뗀 그와 마주할 수 있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을 맡아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반대운동에 동분서주하는 그지만, 진료 현장에서만큼은 환자가 늘 최우선인 의료인이기 때문이다.

"다국적 제약회사에 매년 2조원씩 퍼주기"

a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 오마이TV 김호중

"'다국적 제약회사의 무덤'이라는 호주도 미·호주FTA 영향으로 1년에 1조5천억원 약값 인상 효과가 있었다고 해요. 우리는 호주 같은 약값억제 제도도 없죠. 결국 1년에 2조원 정도 더 들고, (건강보험) 약값 적정화 방안처럼 약값을 낮추는 정책도 물 건너가게 돼요.

3~4년 뒤면 건강보험 재정에 큰 영향을 끼쳐 약값 본인부담금이 올라 비싼 약 못 사먹는 중증환자들이 속출하게 될 거예요. 2조원이면 암·중풍·심장병 다 무상의료하고도 8천억이 남는 돈인데, 다국적 제약회사에게 매년 2조원씩 퍼주자는 게 바로 한미FTA죠."

약값 폭등. 의료인으로서 한미FTA를 반대하고 나선 이유는 이것 하나로도 충분하겠지만, 한미FTA가 국민 건강에 미칠 악영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의 의료산업화정책과 맞물려 우리 의료시장을 국내외 민간기업에 내맡기게 돼 의료 혜택 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의료산업화정책은 새로 나온 고급서비스는 돈있는 사람만 이용하게 민간보험에 맡기겠다는 거죠. 지금은 의료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3년이면 고급기술도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 보편적 기술이 되거든요. 거기다 민간보험 규제까지 안 한다는 건, 결국 정부가 FTA를 빌어 건강보험 복지를 축소하고 민간기업에 넘기려는 것이죠. 한미FTA와 정부의 의료산업화정책이 결합해 건강보험이 위축되고 돈있는 사람만 의료를 이용할 수 있게 강화하는 거죠."


국내에 진출하게 될 외국계 다국적 기업뿐 아니라 이미 대형화·자본화돼 있는 국내 삼성·현대와 같은 대기업 보험사와 병원 역시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자본의 국적을 떠나 민간기업들의 의료시장 장악을 염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민간보험, 제약업계, 병원자본은 건강보험을 축소시켜야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요. 한미FTA가 되면 이들을 규제할 수 없게 돼 당장은 아니라도 건강보험을 계속 위축시키고 심지어는 암이나 중증 보장성을 강화하려 해도 민간보험업계에서 왜 우리 영역을 침범하느냐면서 정부를 제소할 수 있어요. 투자자-국가소송제에 따라 정부도 민간보험 눈치를 보게 돼 사회적 개혁이 더 힘들어지는 거죠."

이런 상황에도 한미FTA 협상을 마치 양국의 국익 문제인 것처럼 몰아가 그 본질을 흐리고 있는 언론보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마치 협상장에서 국익을 둘러싸고 양국의 대표선수들이 축구 경기하는 양 '조중동'에서 보도하는데, 이건 사실이 아니거든요. 이미 합의한 것만 봐도 양국 기업에만 큰 이윤을 갖다주고 미국민까지 포함해 평범한 양국 민중에겐 최대의 피해를 줘요. 이게 한미FTA와 신자유주의의 본질이죠."

"FTA 자체가 광우병... 최대 피해자는 한미 양국 민중"

우석균 실장은 한미FTA가 양국의 국익이 대립하는 문제가 아니라 기업들의 이윤 때문에 평범한 국민의 건강과 생존권이 흔들리는 문제임을 강조한다. 더 우려하는 부분은 양국 자본이 노리는 건 한미FTA 체결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성'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자본과 미국 거대자본은 한미FTA만이 아니라, 한미FTA라는 외부충격효과를 통한 내부적 구조조정까지 같이 노리고 있습니다. 한미FTA에 더해 노사 관계 로드맵 도입과 교육·의료·공공서비스 시장화 등 한국 정부가 알아서 친기업적 정책을 쓰게 해 평범한 사람에게 재앙이 되는 제도가 들어오게 되는 것이죠."

특히 우 실장은 "한미FTA의 상징이 '광우병'이라는 건 의미심장하다"면서 "FTA 자체가 광우병"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거대축산기업의 이해를 대변한 광우병 쇠고기 수입 문제야말로 양국 평범한 국민을 겨냥하고 있는 한미FTA의 본질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미국정부도 미국 소비자 단체에게 '미국 쇠고기는 안전하다, 국익을 위해서 좀 조용히 하라' 그러거든요. 결국 기업이냐 민중이냐가 더 중요하다는 거죠."

최근 협상과정에서 미국의 입김이 강한 OIE(국제수역사무국)의 '광우병 통제국' 예비규정 등을 들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정당화하려는 건 정부의 궁색한 논리일 뿐이라고 꼬집는다.

"광우병이 안전하다는 증거도 없고 안전하지 않다는 증거도 없다면, 확실하게 안전하다는 증거가 나올 때까지 보류하는 게 당연한 원칙 아닌가요? 확실히 안전하지 않다는 증거 없으니까 수입하자, 이건 기본적 사전예방의 원칙을 어기는 거죠.

미국사람들 다 멀쩡하지 않으냐고 하는데, 영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된 게 86년이고 광우병이 문제가 된 게 96년부터예요.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처음 발견된 게 2003년이니까 2013년까지 기다려봐야죠. 미국사람 멀쩡하니까 미국산 쇠고기 안전하다는 건 잠복기라는 기초적인 과학 개념도 모르는 얘기일 뿐이에요. 뼈는 안 되지만 뼛조각은 괜찮다는데, 뼈를 조각 내면 뼛조각 아닌가요. 이런 말도 안 되는 협상은 중단해야 해요."

"확실히 안전하지 않다는 증거 없으니 수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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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TV 김호중

상황이 이런데도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일축하고 협상을 밀어붙이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해 '한미FTA라는 종교에 빠져 눈이 멀어 버린 것 아닌가'라고 그는 비판한다.

"끝장 협상하는데 국무총리도 없는 상황에 대통령도 외국에 나가있으면서 경제부총리와 김현종(통상교섭본부장) 알아서 하란 얘기는, (한미FTA 협상체결) 하란 얘기겠죠? 국정책임자로서 여러 부처가 한꺼번에 의논해야 하는 일을 누구한테 맡기고 간다는 것인지. 이게 통상독재 아닌가요."

오랫동안 신자유주의 반대운동을 펼쳐온 우석균 실장은 한미FTA 반대운동은 협상 체결 여부에 상관없이 계속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미FTA는 IMF 이후에 또 한 번 심한 양극화를 초래할 겁니다. 협정이 가조인된다고 반대운동이 끝나는 게 아니라 한미FTA와 더해진 신자유주의 조치들, 한-중, 한-EU 등 앞으로 다른 FTA도 지켜보고 한꺼번에 막아내야죠.

프랑스 신자유주의운동이 FTA보다 더한 유럽헌법 반대 등으로 결실을 맺기까지 10년 정도 긴 준비기간이 필요했어요. 한국 신자유주의운동은 이제 시작점이지만 프랑스보다 빠를 거예요. 한미FTA 반대운동이 그 시작이라는 점에서 꾸준히 전개해 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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