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이종호
- 이호철 실장이 이해찬 전 총리 등을 특사로 보낼 것을 논의했다고 말했는데 언제, 어떤 논의가 있었나.
"최초 N기자의 전언이 '북에서 남측 특사를 원한다, 안희정이었으면 좋겠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리호남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그런 얘기한 적 없다고 하던데, 어떤 단위에서 이런 말들이 만들어졌는지 이건 미스터리다. 어쨌든 특사 교환할 경우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라는 논의가 그때 있었다. 지금 안희정을 만나기 원한다니까 일단 가서 확인해보자, 이렇게 된 것이고. 그러나 안희정이 특사로 갈 수는 없다. 그럼 누가 좋겠는가. 직전까지 총리했던 이해찬 의원이 적격이다, 이런 논의들을 했었다."
- 12월 방북은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목적으로 간 것인가?
"당시 핵실험 이후 남측인사로서는 최초로 북에 들어가는 것이 된다. 북이 곤혹스러워해서 북측 민화협이 방정환재단 이사장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했다. 그러면서 그 쪽이 돼지농장 사업을 제안했다. 그 프로젝트 기획을 권오홍에게 맡겼다. 그런데 가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북측에서 아무도 권오홍을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 방북을 권오홍씨가 주선했던 게 아닌가?
"아니다. 권오홍 라인 통하지 않고 내가 리호남 참사를 베이징에서 직접 만났고, 또 다른 북측 사람들도 만나 논의했다. 그 시기가 11월 하노이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결정하면서 모멘텀이 살아나던 때였다. 그야말로 내가 생각했던 위기가 기회의 요소로 될 가능성이 보였다. 이런 인식을 이호철 실장과 공유하면서 북을 설득하려는 것이었다. 당시 송민순 안보실장은 미국 설득하고, 국정원도 나름대로 북쪽 접촉해서 설득하고, 이런 여러 노력들이 그 시기에 있었던 것이다. 나도 베이징과 심양에서 수차 북측 인사들을 만나서 설득했다. 그쪽에서 그러면 네가 평양에 들어와서 이야기해보라고 해서 갔던 것이다."
- 그럼 권오홍씨는 왜 데려갔나?
"돼지농장 기획을 맡겼기 때문에 실무자들과 상의하러 간 것이다. 북쪽 잘 안다고 해서 도움이 될까 생각도 했는데, 아무도 그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 '권오홍 비망록'에 따르면 평양에 가서 노 대통령의 뜻이라며 정상회담 제안 등 4가지를 전달했다고 하는데.
"그보다 좀 더 있지만 나중에 이야기 할 때가 있을 거고, 지금 당사자들 아닌가. 4월에 또 가야 하는데 다 까면 어떡하나. 권오홍씨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남북관계가 순조롭게 풀려가는 걸 원하지 않는 사람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의아하다.
내 방북은 북이 노무현 정부의 진정성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사실은 가서 이해찬 특사 실현시키고 싶었다. 3박4일 동안 특사교환 합의를 기대했으나 나올 때까지 답이 없었다. 그래서 돼지농장 짓자는 합의만 하고 나온 것이다. 단 남측의 인도적 지원이 재개된 이후 가능하다고 토를 달았다. 결국 아무 것도 아니다. 이걸 대가성이라고 주장하는 건 분통터지는 일이다.
나는 실망하고 돌아와서 이호철 실장에게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권오홍은 무슨 엄청난 성과가 있는 것처럼 과장하는데 정말 황당했다. 이후 이 실장은 북한이 6자회담 복귀했으니 신경 끊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그만해'는 아니고. '너무 신경 쓰지 말자'라는 것이었다. 그때는 이미 대세가 만들어졌다. 나는 거기에 기여한 것으로 만족한다.
이 지점에서 권오홍과 생각 차이가 있다. 그는 공식 회담을 재개하는 걸 '화장질'이라고 하던데 말이 안 된다. 비밀주의를 끝까지 유지해야 남북관계가 발전한다고 보는 모양인데 틀렸다. 공식라인 풀리지 않을 때 도와주는 건 의미 있지만, 비공식 라인이 끝까지 가야 한다는 건 맞지 않다."
- 12월 방북 때 김성혜 참사라는 사람이 등장하던데 어떤 사람인가?
"가장 부담스러운 게 그 부분이 오픈 되는 것이다. 중요한 북측 관계자인데 우리 미숙함 때문에 이름 나오는 것이 당혹스럽다."
- 권오홍씨와의 관계를 정리하게 된 경위는.
"방북 때 만났던 북측 관계자 6~7명이 베이징에서 다시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방정환재단이 민화협을 베이징 돼지농장 견학 명목으로 초청하는 형식을 취했다. 그 기획을 권오홍씨에게 다 위임했는데 그가 필요한 비용을 한꺼번에 보내달라고 했다. 그건 어려우니까 가서 현장에서 우리가 결제하겠다고 하니까 '나를 뭘로 보느냐'며 출국 전날 일방적으로 일을 중단시켜버렸다."
-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은 어떻게 성사된 것인가.
"1월 하순 베이징에서 북측 관계자들과 버스 타고 돼지농장을 돌아다니면서 깊은 얘기를 나눴다. 북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걸 그 때 알았다. 그 상황을 이호철 실장에게 계속 알려줬고. 거기서 이해찬 전 총리가 개인자격으로라도 오시겠느냐고 물어보더라. 돌아와 이 총리에게 얘기했더니 6자회담 합의 나오는 것 보자고 해서 기다렸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이 전 총리가 개인 자격 보다는 당 차원에서 국제정세를 주도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동북아평화위를 만들어 가게 된 것이다."
- 이 전 총리 방북을 남북정상회담과 연결시키는 발언을 계속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나는 전반적인 정세를 설명하면 기자들이 꼭 남북정상회담만 뽑아서 쓰더라. 정세가 풀려가고 있으니 정상회담 가능성 높아졌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 아닌가.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북한이 6자회담 복귀 공식화하기 전까지는 특사 파견을 포함,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기를 염원했다. 대통령 뜻을 완전 파악하지는 못하지만, 대통령도 남북정상회담 통해서 북한이 6자회담 복귀할 수 있다면 그거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6자회담 복귀 후에는 상황이 바뀐다. 6자회담 상황을 보고 따라가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해찬 전 총리 방북 때는 남북정상회담이 의제에서 완전히 빠진다. 어떤 의미에선 청와대에서 그런 문제 나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감을 받았다."
"대통령, 6자회담 복귀 위해 정상회담이라도 해야한다는 절박감"
- 노 대통령은 그 동안 남북정상회담 추진하는 게 없다고 했는데.
"그건 초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남북정상회담은 목적이 아니라 6자회담 복귀를 위한 수단의 의미에서 그거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던 거다. '이해찬 특사'가 가서 문제 해결되면 정상회담 없어도 되는 거다. 그러나 이해찬 특사 파견으로도 버거우면 정상회담을 해서라도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필요하다는 것이었지 제안한 것은 아니었다.
노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은 만나면 합의할 사항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건 행정적 행위가 수반돼야 한다. 정상 국가간에 만나서 합의하듯이. 그럴려면 어쩔 수 없이 북미 관계개선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북미가 우선이고 남북은 하위 수순이다. 아무리 우리가 염원하더라도 안 된다. 정동연 전 의장처럼 남북이 먼저 해야 한다는 건 잘못된 접근이라고 본다. 그러나 2·13 복귀 이전은 상황이 달랐다."
- 결국 안 한다고 하고서 이 의원을 통해 추진했다는 말 아닌가.
"나를 통해 추진한 게 아니고, 흐름을 파악하라는 것이었다. 대통령 의중이 정상회담까지 있었는지는 모르는 것이다."
- 남북정상회담을 포함 4개항을 제의했다고 하지 않았나.
"우리 언론이 자꾸 정상회담만 주목하는데 그건 초점이 아니다. 노 대통령의 뜻은 그게 아니고, 그 시기에는 어떤 상황돌파 수단을 찾았던 것이다. 당시 대통령은 '내가 진정성을 갖고 한다, 지금은 민족의 위기 상태지만 국제정세 변하고 있기 때문에 또 다른 기회가 온다, 그러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정서가 있었다. 언론에서 보도하듯이 대선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 했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다.
-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한 사실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그건 나중에 얘기하자. 외교에서 너무 많은 것을 얘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
- 이호철 실장 통한 것 말고,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거나 지시 받은 것도 있었나?
"그것도 나중에 얘기하자."
- 결론적으로 북이 안희정을 접촉하려 한 이유는 무엇이었다고 보는가.
"그 문제는 오래된 나쁜 관행 중 하나인 비밀주의의 문제다. 이 과정 지켜보면서 나름의 소회가 있다. 그동안 남북관계가 상당히 왜곡돼있다는 걸 느꼈다. 이해찬 전 총리가 가서 그것을 툭툭 털고 온 것은 큰 진전이었다. 관계를 왜곡시키는 베일에 쌓인 분들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투명해져야 한다. 남북교류도 이런 차원에서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