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특보 속 꽃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

4월 1일 광양 꽃전시회에 다녀오다

등록 2007.04.02 10:31수정 2007.04.0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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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광양(남도) 꽃전시회가 3월 30일부터 4월 1일까지 광양시 봉강면 지곡리에서 광양시농업기술센터 주최로 열렸다. 해마다 아이들과 같이 들러보곤 하였는데 올해는 개최 첫날 비가 왔고 다음날은 어쩌다가 시간을 놓쳐버려서 마지막 날 오후에나 들러볼 수 있었다.


a 꽃전시장 입구

꽃전시장 입구 ⓒ 박옥경

황사 특보가 내렸다고 하나 꽃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진 사람들의 마음은 맑고 투명하여 황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였다. 저마다 독특한 꽃의 표정을 놓치지 않으려고 연방 사진기를 들이대었고, 환하게 웃으며 브이자를 해보이는 꼬마들의 포즈는 더없이 천진해 보였다.

먼저 입구에서 왼쪽으로 가보기로 하고 '관엽식물하우스 자생란전시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가는 도중 생태연못이라고 조그맣게 만들어 놓은 연못이 있었는데 어울리지 않게 화환이 넘어져 있었다. 아무리 행사가 막바지이고 관람객이 다녀갈 만큼 다녀갔다고 해도 마지막까지 신경 쓰는 세밀함이 아쉬웠다.

a 생태연못 앞에 넘어져 있는 화환

생태연못 앞에 넘어져 있는 화환 ⓒ 박옥경

나는 난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난의 의연한 자태와 고혹적인 향기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아내보다는 난을 더 아끼고 사랑하던 남편이 미워서 이런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난보다는 야생화에 애정이 더 많아 혹시 야생화가 같이 전시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자생란 전시관 안으로 들어섰다.

a 노랑매미꽃,매발톱,천남성,제비꽃

노랑매미꽃,매발톱,천남성,제비꽃 ⓒ 박옥경

예상대로 많은 종류의 난과 여러 가지 야생화가 어울려 있었다. 제비꽃, 노랑매미꽃, 인동초, 매발톱, 할미꽃, 천남성 등... 볼수록 매력 있는 꽃들에 흠뻑 빠져 있는데 특이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이건 웬 러시아 민속인형? 다산을 상징한다는 마뜨료쉬까가 난과 야생화가 전시된 한 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그 풍경은 낯설다고밖에 표현이 안 되었다.

a 러시아민속인형 마뜨료쉬까가 난 전시관 한 쪽을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민속인형 마뜨료쉬까가 난 전시관 한 쪽을 차지하고 있다 ⓒ 박옥경

다음은 튤립 전시관으로 가기 위해 꽃터널을 지났다. 꽃터널 양쪽으로는 묘목이며 자생식물들의 수집포가 있다. 꽃터널을 빠져 나오면 볼거리가 다양하다. 튤립 전시장이 가장 인기 있었다. 아빠와 튤립을 사려는 꼬마의 앙증맞은 눈빛이 돋보이는 곳이다.


a 튤립전시장이 인기최고이다

튤립전시장이 인기최고이다 ⓒ 박옥경

튤립 전시장 맞은편에는 지점토 공예와 토피어리 공예를 하는 곳이다. 꼬마들에게 인기는 단연 지점토 공예였다. 서로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 보려고 조그만 손을 내밀어 이것저것 만지고 있었다. 나는 '토피어리'에 관심이 갔다. 이끼로 만든 공예품이 어떻게 몇 년을 두어도 그대로 모양이 유지되는지 궁금했다.

a 토피어리 공예 코끼리 앞에서 꼬마가 포즈를 잡고 있다. 사진 찍자고 하니 자꾸 눈을 감는다.

토피어리 공예 코끼리 앞에서 꼬마가 포즈를 잡고 있다. 사진 찍자고 하니 자꾸 눈을 감는다. ⓒ 박옥경

토피어리는 로마 시대 정원을 관리하던 한 정원사가 자신이 만든 정원의 나무에 '가다듬는다'는 뜻의 라틴어 이니셜 토피아(topia)를 새겨 넣은 데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모스(moss) 토피어리라고 물이끼를 이용해 만든다. 모스 토피어리는 녹이 슬지 않는 철사로 각종 모형을 만든 뒤, 물이끼로 표면을 덮고 식물을 심어 만든 장식품이다.


잎의 끝순이 약간 시들었을 때 뿌리가 흠씬 젖도록 물을 뿌려 주고, 통풍이 잘 되고 햇볕이 잘 두는 곳에 두되 직사광선을 피해야 잘 자란다. 나는 모스라는 이끼에 어떤 물질을 가공하여 사용하는 것인 줄 알고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 보았더니 담당자가 그런다. 뉴질랜드에서 수입한 천연 이끼라고.

a 우리나라 꽃 지도

우리나라 꽃 지도 ⓒ 박옥경

다음은 꽃지도를 만들어 놓은 곳으로 갔다. 우리나라 지도를 꽃으로 장식해 놓았는데 충청도 쪽에 있는 꽃들이 덜 피어 있었다. 누군가 충청도 양반들은 느려서 그렇다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저 꽃동산처럼 얼른 통일이 되어 하나로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독도는 대여섯 개의 화분으로 장식해 놓았는데 외로운 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강단져 보이는 꽃으로 장식해 놓았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a 독도

독도 ⓒ 박옥경

그곳을 나와 왕우렁이 전시관으로 갔다. 우렁이의 생태를 알 수 있도록 알이 부화하여 왕우렁이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전시해 놓았다. 왕우렁이 알을 처음 본 나는 신기할 뿐이었다. 유기농법의 일환인 우렁이 농법을 위해 도입된 외래종이라고 담당자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a 왕우렁이와 알

왕우렁이와 알 ⓒ 박옥경

외래종은 토착화 되려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데 왕우렁이가 유기농법에 전적으로 이로운 생물인지 모르겠다. 토종 우렁이가 해를 입을 수도 있고 벼까지 갉아 먹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녀석들의 식욕이 왕성하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날이어서 그런지 빈 행사장이 많았다. 나는 꽃탑을 돌아오다가 가족사진 찍는 분들에게 기사에 써도 되냐고 물었더니 여자분이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 그러나 남편이 곧 괜찮다고 승낙을 하였다.

a 꽃탑 앞의 행복한 가족들

꽃탑 앞의 행복한 가족들 ⓒ 박옥경

회를 더할수록 꽃전시회가 다양하고 정돈된 느낌을 준다. 돌아오는 길은 황사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뿌옇게 서천변을 덮고 건물마저도 지워가고 있었다. 돌다리는 아니지만 징검다리를 건너오며 꽃들을 만나고 오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황사 속을 헤매고 다녀서 그런지 저녁에 대번에 기침 감기가 시작되었지만 얼른 사진을 보고 싶은 마음에 컴퓨터를 켰다. 이런, 사진 속의 날짜가 잘못 설정되었는지 전부 3월 31일로 찍혀 있었다. 촬영 시간도 맞지 않고. 그럼, 디지털카메라도 만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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