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주장]경제 지표와 국민의 행복 지수는 똑같지 않다

등록 2007.04.02 17:41수정 2007.04.03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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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협상 타결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무역대표부 부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협상 타결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무역대표부 부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미FTA 협상이 당초 정했던 협상 종결 약정 시일을 이틀 넘기는 진통 끝에 4월 2일 타결 됐다. 물론 협정체결이 완전 종결된 것은 아니다. 아직 한미 양국의 의회 비준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미FTA가 이후 한국의 사회 경제 전반에 끼칠 영향이 엄청나다는 것은 협정체결 찬성론자이건 반대론자이건 공히 인정하는 바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이 협정을 마무리 짓는 국회 비준 절차까지, 아니 그 이후로도 이를 둘러싼 공방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은 누구나 짐작 가능한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 영향의 가공할 위력뿐만 아니라 그 파급 효과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올해는 대선 국면과 겹치면서 북미문제, 남북정상회담 문제와 함께 한미FTA 문제는 초미의 정치적 이슈가 될게 틀림없다.

한미FTA에 대한 입장, 국민여론과 다른 국회

여론 조사에 의하면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한미FTA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높으나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는 찬성의견이 높다고 한다. 제1야당인 한나라당이 그렇고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상당수가 찬성하고 있으니 일반 국민들의 의견 분포와는 다른 것도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다만 대선 국면이라 국민들의 여론 추이에 정치권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만큼 국회 비준통과 역시 만만치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 대선 때 미군탱크에 두 여학생이 압사한 사건이 판을 크게 흔들어 놓은 것처럼 FTA를 둘러싼 공방이 지금의 대선 예비후보들에 대한 선호지지 판도를 흔들어 놓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는 여당의 몇 대선 예비 주자들이 지금까지 FTA를 둘러싼 찬반논란에서 비교적 조용하다가 갑자기 반대의 깃발을 높이 든 것도 어쩌면 대선을 의식한 마지막 승부수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지금 앞장서서 한미FTA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 의원 상당수, 그리고 제1야당인 한나라당을 비롯해 보수 언론과 보수단체, 전경련, 상공회의소 등 소위 경제단체 등 우리 사회에서 힘을 가진 집단, 세력들은 여전히 꼿꼿하게 FTA 찬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 중 정치권은 눈치를 보면서 이리 저리 조건을 붙이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런데 한편으로 한미FTA는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고 또한 우리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이 매우 구체적으로 논의가 가능한 영역인데도 불구하고 찬성론자들의 의견은 아주 단순할 뿐만 아니라 일반적이고 원칙적인 주장에 머물러 있다.

즉 중국을 비롯해서 기술력이 우리 보다 뒤떨어져 있는 나라들은 무서운 속도로 우리를 쫒아오고 있고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에 대해서는 경쟁력이 뒤쳐져 있기 때문에 빨리 FTA를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만이 우리가 국제무대에서 살아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그들은 강변한다. 길은 쇄국과 개방의 두 길 밖에 없으며 선택의 시간은 길지 않고 지체하다간 바로 망국의 늪으로 떨어진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그들은 우리 시장 개방을 통해 경쟁력이 약한 산업 일부가 몰락의 길을 걸을 수 있고 관련된 국민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그것은 불가피한 일이고 경쟁력이 강한 부분의 성과와 이익의 일부를 취약 계층에 지원하는 것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고 한다. 사실 찬성론자들도 FTA를 통해 취약한 우리 산업과 그 종사자들이 몰락할 수 있다는 것,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가장 큰 피해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것은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들은 지난 시기 재벌들이 경제성장 논리를 내세워 노동자들의 권익을 무시한 것을 정당화한 것처럼 곧 바로 국익이라는 공허한 논리를 앞세워 어쩌면 국민들 대다수가 될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권을 짓누르려는 잔꾀를 부리고 있다. 지금은 파이를 나누는 방법을 가지고 옥신각신할 때가 아니고 또 서로 많이 가지기 위해서 다툴 때가 아니라 힘을 합쳐서 파이를 키우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한 것처럼.

그러나 시장논리를 앞세워 경쟁력 있는 산업을 키우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하고 또 경쟁력이 취약한 산업의 도태는 불가피하다고 하면서 이후 이런 경쟁으로부터 낙오된 사람들은 경쟁의 이윤을 통해 구제하겠다는 사회보장 논리는 처음부터 언어도단이다.

파이를 불만 없이 공정하게 분배하려면 파이를 키우기 전에 또는 키우면서 미리 분배원칙에 대한 파이의 공동 주인들 간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시장논리는 당연히 끝까지 시장논리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사회 복지의 확대는 시장 지상주의자들에게는 끝임 없는 시장의 위협으로밖에 보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허구적 개방 논리의 본질도 분명하다. 이는 바로 초국적 자본과 미국, 국내의 잘 나가는 대기업을 위해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게 강제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야만적인 폭력일 뿐이다.

경제 지표와 국민의 행복 지수를 동일시할 수는 없어

a 한미FTA 협상 타결 소식을 접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2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시한 놀음'에 놀아난 졸속 협상"이라며 원천 무효를 선언하고 나섰다.

한미FTA 협상 타결 소식을 접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2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시한 놀음'에 놀아난 졸속 협상"이라며 원천 무효를 선언하고 나섰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정부도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양극화 심화에 대해서조차도 FTA의 광신적 전도사가 되어 버린 일부 보수언론은 이를 공공연하게 옹호하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 빈부 격차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격차가 커진 것은 부유한 쪽의 소득이 더 빨리 늘었기 때문일 뿐이지 결코 하류층의 소득이 줄어든 것도 아니고 결국 국가적 부가 늘어났으므로 아무 문제될 게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 보수 언론은 한미FTA체결을 '제2의 개국'이라는 타이틀을 신문 머리에 대문짝만하게 걸어놓고 공공연히 환영을 표하고 있다. 그들이 지금껏 그렇게 비난하던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인데도 자존심의 손상을 무릅쓰고 말이다.

실제로 FTA를 통해 국가간 교역 규모가 커지고 상품 유통이 더 원활해져 표면적인 경제 지표들이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곧 그만큼 국민들의 행복이 증대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총생산의 증가에 비례해서 그 나라 국민의 행복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몇 십 년 전에 비해서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이룬 게 사실이다. 지금은 저소득층이라 하더라도 집에 TV와 냉장고쯤은 모두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과거보다 훨씬 더 풍요로움을 느끼고 그들의 행복지수가 커졌느냐 하면 그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빈부 격차의 심화로 말미암아 상대적 박탈감만 더욱 커지기도 했다. 그래서 경제 지표 수치를 늘리고 소수 몇몇이 더 빠른 속도로 부가 증식된다고 해서 전체 국민들의 행복이 커지는 것은 아닌 것이다. 마치 여러 명이 다리를 묶어 조를 이뤄 달리는 경기에서 한 두 사람이 줄을 끊고 빨리 달려 나가 먼저 결승점에 도달했다고 해서 그 조가 경기에서 이긴 것이 아니듯이 말이다.

한 줄로 빈틈없이 나란히 맞추지는 못하더라도 조금 더디더라도 대체로 함께 가는 것이 서로 넘어져서 다치지 않고 경기에 이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아직 협상은 타결되었지만 국회비준 절차가 남았다. 물론 지금 국회의원 다수는 한미 FTA협정체결에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지난 대선을 잘 기억하고 있다. 국민들의 역동적인 힘이 얼마나 위력적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확인했다.

두 어린 여학생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보수적인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조차 미국의 사과를 요구하게끔 만들었고 결국 그 전 여론 조사에서 훨씬 뒤처졌었지만 이 사건에 대해 보다 강경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던 노무현 당시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드라마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번 한미 FTA 협정은 그 영향만큼 더욱 큰 국민의 역동적 힘을 이끌어낼 수 있다. 다시 한 번 그 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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