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과 꽃꽃이 전해주는 이야기

[나만의 여행지] 고인돌을 만든 분들의 마음이 전해지니, 가슴이 설레

등록 2007.04.02 20:10수정 2007.04.0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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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고창의 모양성을 나서 고창읍 덕정리 쪽으로 접어들었다. 이제는 폐교가 되어버린 옛 고창 서초등학교가 반갑게 맞이해준다. 이곳에서 근무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도 넘는 세월이 흘러가버렸다. 화살처럼 빨리 가는 시간의 흐름을 새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덧없는 인생이란 말을 몸으로 느낄 수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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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지는 숨소리 ⓒ 정기상

학교 앞 '죽림'이라는 마을은 전봉준 장군의 생가가 있었던 곳으로 알려졌다. 동학 농민 혁명이 바로 이 고장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에 가슴이 뿌듯해진다. 전 장군의 태생지는 아니지만, 이곳에서 자랐다는 것과 인근의 무장면에서 봉기하였다는 사실이 자긍심을 가지게 한다. 고창이 인재의 고장이고 나라 사랑 마음이 우뚝하다는 것에 숙연해진다.

고창읍과 아산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마을 뒷산에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곳이다. 경기도 강화와 전남 화순의 고인돌과 함께 문화재로 지정된 문화재이다. 확인된 고인들의 수가 500여 기가 넘고 있으니, 그 방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유물로 보아 석기 시대부터 이곳이 사람들로 번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분홍빛 물결이 흔들리고 있었다. 자운영 꽃인가 하고 다가가 보니, 아니다. 자운영 꽃은 아직 필 때가 되지 않았다. 군락을 이루고 있는 이름 모를 풀꽃들의 앙증맞은 모습이 마음을 잡는다. 그것은 유혹의 손길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뭔가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고인돌과 어우러진 풀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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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손짓 ⓒ 정기상

자세히 살펴보니, 분홍의 꽃만이 아니었다. 비록 그 키기는 아주 작지만 꽃의 종류도 아주 다양하다. 하늘 색깔을 닮아 있는 꽃도 있고 하얀 색깔을 가지고 빛나고 있는 것도 있다. 이들이 전해주는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마음을 닫고 있을 때에는 그 무슨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마음을 여니, 들려온다.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분홍 색깔의 꽃들의 이야기까지 곁들여지니...

고인돌 군은 산기슭에 즐비하게 놓여 있다. 그 크기가 어찌나 큰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부족장이나 마을 어른들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유물이다. 규모로 보아 한두 사람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것도 장비가 부족한 시기였으니, 더욱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조상들의 지혜에 감동할 뿐이다.

고인돌 군 바로 앞에는 강이 흐르고 있다. 백두대간에서 뻗어나온 노령산맥의 끝자락에 있는 산이 방장산이다. 선운산가와 함께 그 제목만 전해지는 방장산가 노래에 나오는 바로 그 산이다. 백제시대에 널리 불렸다고 하니, 명산임은 분명하다. 방장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선운사 앞 서해바다로 흘러가는 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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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그대 ⓒ 정기상

강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다. 방장산의 정기를 받아 선사시대부터 강가에 촌락을 이루고 살았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의 삶이 오랜 세월을 뛰어넘어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고인돌을 만든 사람들의 마음이 바라보는 마음에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귀 기울이고 있으면 들려온다.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분홍 색깔의 꽃들의 이야기까지 곁들여지니, 더욱 정겨워진다. 꽃들은 변함없이 그곳에 피어났을 것이다. 고인돌은 만들던 사람들의 마음에도 기쁨을 주었을 것이다. 오늘, 이 자리에 서서 감동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똑같이 말이다. 꽃들은 수많은 이야기들을 보고 들었을 것이고 그것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서러운 이야기도 있었을 것이고 즐겁고 행복하였던 이야기도 있었을 것이다. 살아가는 이야기는 고스란히 꽃들의 씨앗에 저장되었다가 새봄이 오면 다시 피어났을 것이다. 한해도 거르지 않고 어김없이 다시 돋아나,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해가면서 말이다.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 생각하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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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바람 ⓒ 정기상

꽃의 이야기에 빠져 있노라니, 달라진다. 돌덩어리로만 보였던 고인돌이 새롭게 다가온다. 죽어 있는 무생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로 느껴진다. 숨소리를 듣게 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금방이라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들려올 것만 같다. 고인돌을 만드느라 땀을 흘리고 있던 사람들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난다.

고인돌에는 고인돌을 만든 사람들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서 후세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간절한 바람으로 전하고 싶은 의지가 있었기에 오늘까지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그런 간절함이 없었다면 진즉 훼손되고 사라졌을 것이 분명하다.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절실한 기원 때문일 것이다.

고인돌은 꽃이 된 것이다. 김춘수의 꽃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우리 삶에 꽃이 된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것은 우리의 꽃을 뛰어넘어 지구촌 사람들 모두의 꽃이 된 것이다. 선사시대에 이곳에서 살았던 분들의 정신이 오늘에 되살려진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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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한 마음 ⓒ 정기상

그것은 사랑이요 희망이다. 고인돌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분들의 이야기가 감미롭게 다가온다. 어떻게 살아야 하고 무엇을 위하여 살아야 하는 것인지를 알려주는 듯 하다. 기쁨을 위하여 노력하고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위로할 줄 알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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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어 넘어 하나로 이어지는 ⓒ 정기상

고인돌 군 앞에서 고인돌과 함께 흔들리고 있는 이름 모를 풀꽃을 바라보면서 진한 감동에 젖는다.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지는 이야기가 활기를 넘치게 한다.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다른 이에게 전할 수 있어야 하겠다. 세상이 환해진다. 가라앉아 있던 기분이 상승되고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힘이 솟아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나만의 여행지 응모 기사
전북 고창 고인돌 군에서 촬영

덧붙이는 글 나만의 여행지 응모 기사
전북 고창 고인돌 군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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