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국민들의 우려와 반대 속에 한미FTA협상이 타결됐다.
노무현 대통령과 협상대표단이 '철저히 장사꾼의 논리로, 경제적인 이익균형의 관점에서 협상에 임할 것'이라는 공언에 따라 정부는 우리의 모든 것을 팔아버렸다.
국민의 생명안전과 안전한 식품을 선택할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부터 대기와 물 등 환경정책 수립의 기본적 권리마저 모두 팔아 버렸다.
정부는 협상 전후 국민의 의사수렴을 위한 어떠한 민주적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협상 개시 전에 이미 미국의 요구에 따라 미국산 광우병쇠고기의 수입 재개를 결정했고, 수입자동차에 대한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규제 기준 유예도 확정했다. 국민의 생명안전과 환경에 심대한 위해를 끼칠 사안을 협상의 희생양으로 미국에 내어주고 말았던 것이다.
협상 타결 후 발표된 내용 또한 예상을 뛰어넘는 것들로서 그 일체가 환경적 약자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생명안전을 위협하는 것들뿐이다.
[쇠고기 수입] 미국산 쇠고기 관세 철폐, 뼈 포함한 쇠고기 전면 수입
우선,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에 매기던 40% 관세를 15년 내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나아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우려 때문에 초미의 관심사항이 된 검역 문제에 대해서도 "오는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광우병 위험등급 판정을 한 뒤 논의한다"고 합의하고 말았다.
이는 명백히 속보이는 술수에 불과하다. 이미 지난달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은 광우병을 통제할 수 있는 나라라는 '광우병 통제국(등급) 예비판정'을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미국이 요구한 "뼈를 포함한 쇠고기의 전면 수입을 하반기부터 재개한다"고 합의해 준 것이다.
더구나 올해부터 중대형 음식점에 대해 '쇠고기 원산지 의무 표시제'를 실시한다는 정부안은 그 해당 음식점의 영업장 면적을 300㎡ 이상인 중대형 음식점으로 제한하고 있어, 중소규모 식당이나 공공급식에서 원산지를 확인할 길을 봉쇄하고 있다.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의 무차별적인 수입과 유통이 가능해진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식품안전은 크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유전자조작농산물] 섬유시장 개방 탈 쓰고 한국 식탁으로
또한, 정부는 미국이 섬유시장을 더 넓게 열도록 하기 위해 미국산 유전자조작농산물 수입 확대가 목적인 'LMO(유전자조작농산물) 패키지 6개 조항'에 합의하고 말았다.
그 6개 조항은 ▲미국 내에서 안전이 확인된 식용·사료용·가공용 LMO 수출시 한국 내에서 별도의 유해성 평가를 생략한다 ▲안전이 확정된 LMO의 교배로 산출된 수확물 또한 안전한 것이므로 별도의 평가를 생략한다 ▲미국 내 안전성이 입증되었으나 국내에서 입증되지 않은 품목은 양자간 협의채널을 구축한다 ▲한번 승인된 LMO에 대해서는 추후 승인이 불필요하다 ▲미국은 국내 LMO법 발효 이전 미국과 별도 협정의 체결을 요구할 수 있다(미국의 LMO 수출 원활화를 위해 국내법 완화 요구) ▲국내 LMO 표시를 투명하게, 예측가능하게, WTO 규정과 합치하도록 한다는 것 등이다.
이에 대해 한국 대표단은, 특별히 "한국 내 LMO법 발효 전에 미국과 별도 협정을 체결하자"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서는 그 실질적 내용에 대해 양국이 별도의 협의 추진을 하기로 합의했다.
그 밖의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양국간 이해를 전제하고 문항에 대한 세부사항을 추진하기로 하고 SPS분과에서 쟁점별 실무협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합의는 사실상 유전자조작농산물의 완전개방을 우리 정부가 승인했음에 다름 아니다.
섬유를 더 팔기 위해 유전자조작농산물을 수입할 수 있는가? 국민의 생명안전은 외면해도 되는 것인가?
유전자조작농산물의 안전성의 문제는 세계적인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다국적 곡물회사 몬산토가 개발한 유전자 변형(GMO)옥수수(MON863)가 모르모트 실험에서 간과 신장에 이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국내에서도 식품회사의 유전자 콩을 이용한 두부 파동 등으로 인해 이미 유전자조작농산물의 위험성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전자조작농산물의 수입은 광우병 쇠고기와 마찬가지로 안전한 식품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따름이다.
한국은 호주·일본 등과 함께 유전자조작농산물에 대한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이다. 최근에 발표된 농림부의 개선안에서도 유전자조작농산물에 대한 표시제가 점차 개선, 확대되고 있다. 더구나 한국은 오는 5월 생명안전의정서 비준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흐름과는 달리, 이번 한미FTA협상을 통해 한국은 유전자조작농산물의 신흥시장으로 전락하면서 이제까지 우리 사회가 힘들게 인식을 증진시켜온 유전자조작농산물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일거에 허물고 말았다.
[투자자-국가제소권] '사전예방의 원칙' 훼손
투자협상을 통해 합의한 투자자-국가 제소권 조항은 투자자의 경제적 권리를 과도하게 보호해 주는 대신 국내 환경보호정책과 규제는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다.
투자자-국가 제소권 조항이 실제로 적용될 때, 환경정책 및 환경규제 확립의 기본 원칙인 '사전예방의 원칙'이 훼손될 것이 확실시된다. 환경정책기본법 제7조 2항의 '환경오염 등의 사전예방에 관한 조항' 등은, 한미FTA가 체결될 경우 투자자 권리를 침해하는 요소로 간주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전예방의 원칙에 근거한 정부의 각종 환경정책은 투자자-국가제소의 대상이 되어 훼손되고 말 것이다.
[자동차 세제]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하는 개편
자동차 세제개편에 대한 합의는 우리 정부의 대기환경정책과 에너지정책의 근간을 뒤흔들게 될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 정부는 자동차 특별소비세를 협정 발효 후 3년 내에 5%로 하향 단일화하기로 합의했고, 나아가 현재의 자동차 세제를 현행 5단계에서 3단계로 간소화하기로 했다. 이는 우리 정부의 대기오염과 에너지 과소비를 줄이기 위한 소형차위주의 정책에 전면 위배되는 것이다.
미국산 대형 자동차에 대한 조세특례에 대한 합의는 한국의 대기환경에 대한 심각한 위해를 불러올 것이며 우리 사회에 대대적인 에너지 과소비를 조장할 것이다. 한반도는 세계의 여타 지역보다 1.5℃ 이상 더 온난화가 진행된 대표적인 기후변화지역이다. 이러한 나라에서 세계가 동참하고 있는 기후변화 대응정책에 역행하는 자동차 세제개편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농산물 전면 개방] 사회 근본을 유기한 폭거
쌀 이외에는 모든 것을 다 내준 농산물 전면 개방 합의는 차라리 '재앙'이다. 농업은 단지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산업만은 아니다. 농업은 홍수를 막고, 녹지를 지키며, 기후변화의 속도까지 조절하는 막대한 환경기능을 가진 생명의 산업이다. 단지 쌀 하나를 막았다고 농업을 배려했다는 궤변을 내세울 수 없는 일이다. 농업 개방에 대한 이번 협정의 합의안은 '우리 사회의 근본을 유기한 폭거'에 다름 아니다.
환경운동연합은 한미FTA협상 타결은 '한국이 환경주권을 상실한 것이며, 국민의 생명안전 또한 포기한 것'이라고 규정한다. 환경운동연합은 한미FTA협상의 타결이 원천무효임을 선언한다. 이 협상은 시작에서부터 국민의 의사를 묻지도 않았고, 그 진행 과정에서도 민의를 따르지 않았으며, 협상 타결시에도 시민사회의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한 사회의 민주적 합의, 시민적 통제에서 벗어난 정부의 독단이 존중받아야 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환경운동연합은 지금 이 시간부터 한미FTA협정의 국회 비준을 막기 위한 활동에 돌입한다. 동시에 한미FTA 체결에 관한 국민투표운동을 벌여나가고자 한다. 환경운동연합은 시민의 힘으로, 국민의 이름으로 빼앗긴 환경주권을 되찾고, 잃어버린 생명안전을 회복하기 위한 시민불복종운동을 시작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http://kfe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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