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협상 타결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무역대표부 부대표가 타결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의회가 표결을 통해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정당한 행위다. 그러나 2004년도에 그것은 국민주권에 대한 탄핵으로 여겨졌다. 대통령이 통치권을 행사하는 것은 정당한 행위다. 그러나 한미FTA를 고시 약 1년여 만에 해치운 것에서는 그 어떤 국민주권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통수권자의 '고독한 결단'만이 제단 위에서 군림할 뿐이다.
그동안 청와대는 한미FTA에 찬성하는 쪽하고만 대화했다. 한미FTA를 반대하는 국민은, 결과적으로 협상력만 높여주고 정부의 태도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길게는 수십년, 짧게는 수년에 걸친 사학개혁 과정에서 행사된 사학재단들의 영향력만큼도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다. 국가권력은 국민의 목소리를 선택적으로 들었다.
한미FTA 추진 말기로 갈수록, 과거 독재시기에 익숙했던 일들이 부활했다. 원천봉쇄, 기자폭행, 기자회견장 난입, 언로통제. 그에 따라 분신자살까지 재현됐다.
한미FTA의 주권 탄핵적 성격은 이런 절차적 문제에 한정되지 않는다. 절차적 정당성 여부는 오히려 부차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문제의 가장 큰 본질은, 한미FTA가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앗아가 투자자에게 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환경오염으로 암·기형아 발생시킨 회사에 1560만불 배상한 멕시코
정부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를 옹호하며 반대 주장들을 일축하고 있다.
최근 논쟁이 붙은 것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에서 가장 악명이 높은'메탈클래드 사건'. 미국 메탈클래드사가 "'환경규제'로 영업을 방해했다"며 멕시코 정부를 국제분쟁조정 기구에 제소해 1560만달러를 배상받은 일이다. 한미FTA 반대론자들은 이를 투자자에 의해 공공정책이 공격당한 사례로 들고 있다.
그러나 국정브리핑은 최근 이 사례를 해명하면서 한미FTA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반미 포퓰리즘'이라고 몰아붙였는데, 그 논리는 이렇다.
멕시코 정부가 낸 배상금은 단지 투자자의 '합리적인 기대수익의 침해에 대한 보상'이라는 주장이다. 이미 멕시코 정부가 폐기물 매립 사업을 승인한 상태에서 예기치 않게 지방정부가 사업을 막았으므로, 보상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체약국은 '공공 목적을 위한 경우' '비차별적인 경우' 등을 제외하고 자국 영토 내에 있는 다른 체약국 투자자의 투자를 수용 또는 국유화할 수 없다'라는 나프타 조항을 인용하고 있다.
이 조항을 인용한 이유는 투자자-국가소송제가 공공 정책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하지만 현실에선 멕시코 정부가 메탈클래드사에게 졌다. '투자자의 합리적 기대 수익'이 '환경'이라는 공공 목적에 우선한 것이다.
국정브리핑은, 명시된 합의사항조차 투자자유화 협정의 근본 정신 앞에선 무력해진다는 예를 보여 주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공공정책에 대한 공격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대로라면 한국 정부는 허가받고 영업하던 사행성 게임장 영업을 금지시키며, 업주들의 기대수익을 보상했어야 한다. 적법하게 영업하던 유사성행위 업소들을 어느 날 갑자기 단속하면서도 그들의 피해를 보상했어야 한다.
미국 옹호하는 국정브리핑의 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