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제 몫을 했어요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도슨트 활동을 하면서 처음으로 보람을 느낀 날

등록 2007.04.04 11:33수정 2007.04.0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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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홀 아크로칸토사우루스
중앙홀 아크로칸토사우루스김선태
지난해 12월에 교육을 시작한 이래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다행히 강습성적과 실제 실습 시험에서 까지 모두 통과하여서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도슨트 제4기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1월 한 달 동안은 선배 도슨트님들의 현장 활동을 견학 하면서 실습을 거쳐서 1월 31일 처음으로 내가 직접 안내를 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역시 실습, 아니 견습기간이었다. 2월에도 설을 앞두고 여자 도슨트분들이 활동을 할 수 없는 연휴 전날 등 3차례나 실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다.


그러고 나서 3월부터 정식으로 시간을 배정 받아서 매주 화요일에 안내를 책임지게 되었다. 그러나 운이 없는 것인지 자연사박물관을 찾는 기간이 아니었던지, 내가 맡은 날에는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아서 항상 서너 명만을 안내하여야 했다. 3월 내내 4차례에 걸쳐 안내한 인원이 겨우 15명 정도 밖에 안 되었으니 좀 맥이 빠지는 것 같았다. 요즘 아직은 소풍 철도 아니고 학교에서도 학년 초라서 바쁜 학교행사나 교육과정운영 등으로 밖으로 나올 시간적 여유가 없을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제(3일)는 시간이 되도록 관람객이 전 박물관에 5명 안팎 밖에 안 되는 것으로 보아 ‘오늘도 안내드릴 분들이 없으려나보다’하고 포기를 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다 되어서 세 가정이 몰려와서 안내를 받겠다고 기다려 주는 것이었다.

‘오늘은 정말 내가 신이 나서 안내를 할 수 있게 되었구나‘ 생각하면서 준비를 갖추고 안내를 시작하였다. 내가 자연사 박물관에 도슨트 활동을 하면서 처음으로 10명이 넘는 분들을 안내하게 된 것이다.

아직 어린아이들이 5명이나 있어 설명을 알아듣기에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에서 우선 어른들을 중심으로 안내를 하면서 어린이들이 좋아할 부분에 가서는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안내를 해나갔다.

지구탄생
지구탄생김선태
3층의 지구 환경관에서는 지구의 탄생부터 지구의 다양한 생물이 생겨나서 발전을 하기까지의 과정들을 차례로 살펴 가면서 실습을 하기도 하고 자세한 설명을 할 부분에서는 시간을 잡아서 공들여 설명을 해드리기로 하였다. 특히 설명을 하면서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부분을 중심으로 알아듣기 편하고 설명을 듣는 동안 저절로 생활의 지혜를 깨달아 가도록 이끌었다.

지구관에서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의 고마움을 알고, 대기권의 움직임에 따라 우리나라가 편서풍지대에 속해서 서쪽으로부터 공기 유입이 주로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을 곁들여서 일기예보시 중국 쪽에서 불어오는 구름이나 황사 등의 움직임을 보고 예측을 할 수 있는 까닭을 설명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래서 중국에서 올라온 황사가 우리나라로 몰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구나’하며 이제야 알겠다는 아이 엄마의 얼굴을 보면서 보람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층 공룡 앞에 가서는 공룡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생활 모습을 연상하게 하고, 육식공룡과 초식공룡을 구분하는 방법 등을 서로 의견을 나누며 찾아가는 동안에 관람객과 해설자라는 위치가 아닌 가족 같은 친숙함으로 다가설 수 있었다. 설명을 듣던 아이가 갑자기 손을 잡아끌면서 묻기도 하는 사이에 한 시간 45분이란 시간이 흘러 버렸다.

태양계
태양계김선태
마지막 층까지 안내를 하여야 하겠는데, 아이들이 너무 지루한지, 피곤해 하여서 부득이 1층은 자유 관람을 하도록 하기로 마음먹었다. 2층의 마지막 코너인 '사라져 가는 생명들' 코너에 들어서서 “여기는 우리 지구상에서 점점 그 숫자가 줄어들면서 사라져 가고 있는 귀중한 생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곳입니다. 요즘 어느 생명보험 회사의 광고에서 스웨터에서 한 올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구멍이 나고 점점 커져서 옷을 망치는 것을 본 적이 있었지요?” 하자 어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바로 그런 것과 같이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은 이 지구라는 생태계를 이루는 한 그물코가 되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 한 가지가 없어지면 구멍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고 점점 다른 생명들의 생활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어서 생태계의 변화를 주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생명들이 멸종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복원을 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했지만 그 부분에서는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예를 들어서 “어머니들이 어린 시절에 쥐들이 엄청 많았지요? 헌집의 천정에서 쥐들이 마라톤을 하고 천장 벽지가 쥐오줌으로 얼룩진 집들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바로 쥐약으로 쥐를 잡겠다고 했다가 쥐를 잡아먹는 천적인 고양이, 구렁이 같은 것들이 모두 죽어 없어진 탓에 쥐들이 그렇게 번성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바로 이렇게 한 생명이 없어지면 다른 생명이 번성을 하는 등 생태계에 변화가 오게 되는 것입니다” 하고 설명을 하면서 오늘 설명을 마치겠노라고 하였더니 모두 박수를 쳐주면서 “수고 하셨습니다”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하는 인사를 해주어서 오늘 모처럼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서대문자연사 박물관 활동을 시작한지 꼭 두 달만의 일 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녹원환경뉴스, 디지털특파원, 개인불로그 등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녹원환경뉴스, 디지털특파원, 개인불로그 등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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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아동문학회 상임고문 한글학회 정회원 노년유니온 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한겨레<주주통신원>,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지킴이,꼼꼼한 서울씨 어르신커뮤니티 초대 대표, 전자출판디지털문학 대표, 파워블로거<맨발로 뒷걸음질 쳐온 인생>,문화유산해설사, 서울시인재뱅크 등록강사등으로 활발한 사화 활동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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