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서울대총장광주드림 임문철
이날 오후 정운찬 전 총장은 전남대 국제회의동 용봉홀에서 '한국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한 초정강연에서 한미FTA 체결과 관련 "경제개방의 확대인 FTA는 불가피하다"고 전제하고 "협상 결과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신뢰를 갖고 맺은 약속인데 원점으로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쌀 등 일부 농산물은 한미 FTA의 예외로 한다, 개성공단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이번 협상 결과는 선뜻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핵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사회적 자본 축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회적으로 지도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인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며 "이 과정에서 지도자는 먼저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큰 그림, 즉 비전을 명확히 보여주고, 그에 필요한 규칙이 무엇인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야한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 정부의 정책 집행력이 약해져 경우에 따라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그런데도 정치권은 합리적 논의와 생산적 타협은커녕 어느 이익집단 못지않게 자신만의 주장,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싸움하는 데만 골몰해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사회의 통합과 발전을 추동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나라의 내일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주와의 인연 강조하며 DJ 햇볕정책 옹호
그는 강연을 시작하면서 광주와의 인연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80년 5월 광주가 겪은 고통과 상처에 비하면 하찮은 것이었으나, 5월 광주에 대한 자책과 번민이 마음속 깊이 있었기에 해직의 위기를 감수하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면서 "광주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모태이고, 개혁의 산실이며, 또한 평화와 통일의 요람"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80년 당시 시국선언에 참여해 해직당할 뻔 했다.
정 전 총장은 이날 강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옹호하며 "계승발전 시켜나가야 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례적인 언급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개척한 남북 화해와 협력의 여정은 대한민국의 희망이고 한반도의 미래"라며 "세계 유일의 냉전 지대였던 한반도는 대치와 반목의 시대를 지나 화해와 상생의 시대로 변화,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그는 "대북 지원이 평화와 통일을 위한 투자로 인식되지 못하고 이른바 '퍼주기'로 낙인찍히기도 했으나, 여러 돌발사건에도 한국의 국제신인도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대북투자"라며 "'햇볕'으로 상징되는 대북 포용정책은 궁극적으로 우리 민족 모두를 위한 것이지만, 한국 경제의 활로를 개척하는 데도 핵심적인 문제"라고 극찬했다.
강연 말미에 그는 자신의 정치 행보를 감안 한 듯 "제가 교수 할 때도 그랬고 총장직에 있으면서도 늘 우리 학생들에게 강의 도중 얘기했던 생각이 난다"면서 "'대학은 공부만, 학문만이 전부가 아니다. 때로는 역사의 광장 한복판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 전 총장의 강연에는 학생 등 400여명이 청취했으며 용봉홀 자리가 모자라 많은 이들이 출입구 등에 서서 강연을 들었다. 그는 강연회를 마친 후 강정채 전남대 총장 등 전남대 관계자들과 만찬을 가졌고, 광주에서 일박을 하고 5일 상경할 예정이다. 그는 "다른 지역 대학들의 강연회도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혀 대권 출마를 고민하면서 정치적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