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인혁당 사건 희생자 추모행사 열린다

4·9통일열사 32주기... 사진전·길굿·추모행진 등 다양한 행사 마련

등록 2007.04.04 21:29수정 2007.04.0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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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태영


32년의 세월을 딛고 지난 1월 23일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아냈지만 유가족과 관련자들은 아직도 눈물이 고여있다.

사법부의 무죄판결로 관련자들의 무죄가 입증됐지만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의 조직적 살인행위에 대한 진상규명은 이뤄지기 않았기 때문이다.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4·9통일열사 32주기 추모행사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가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과 관련해 마련한 추모행사가 4일부터 대구 2·28기념공원 등에서 열리고 있다.

준비위는 대구경북통일연대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대구민예총 등 대구·경북지역 69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준비위는 오는 9일까지를 인혁당 사건 희생자 추모주간으로 정해 다양한 행사를 마련한다.

첫날인 4일 오후 2·28공원에서는 '인권의 과거와 현재展'이라는 인권 사진전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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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태영

사진전에는 1961년부터 1979년까지 5·16 군사쿠데타, 긴급조치 등 주요 한국 현대사 9장면과 인혁당 사건 관련사진, 신문기사 등이 오는 8일까지 전시된다.

아울러 국가보안법으로 탄압받은 민중미술품도 복원, 전시된다.


준비위는 또 6일 대구지방경찰청과 경북지방경찰청을 방문해 1975년 4월 9일을 전후해 자행된 유가족들에 대한 부당한 정치사찰, 인권탄압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유신정권을 대신하는 노무현 대통령 공식사과 △희생자 명예회복과 정신계승에 대한 정부 주도의 추모사업 진행 △인혁당 사건에 대한 국가차원 배상 △경북대·영남대에 설치된 열사 추모비 침탈에 대한 책임규명 등을 관계당국에 촉구한다.

이어 7일 오전 준비위와 유가족 등은 인혁당 희생자들의 넋이 깃든 칠곡 현대공원 묘지를 참배한다.


더불어 준비위는 이날 오후 2·28공원에서 추모제를 개최한다. 특히 올해 추모제는 무죄가 선고된 후 처음으로 열리는 것을 감안, 준비위는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한다. 먼저 2·28공원을 출발해 공평네거리-봉산육거리-반월당네거리-중앙네거리를 지나 다시 2·28공원에 이르는 4km 구간에서 추모행진을 한다.

이에 대해 준비위 관계자는 "장례조차 제대로 지내지 못한 희생자들을 위해 노제형식의 추모행진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추모행진을 마친 후에는 추모문화제가 열린다. 특히 추모문화제에서는 고정된 자리에서만 공연되는 무대극이 아닌 2·28공원 전체를 활용한 산발적인 공연 '길굿'이 펼쳐진다. 길굿은 광대 1명이 이야기를 풀어내고, 광대를 따라 관객들이 공연이 펼쳐지는 장소로 이동하면서 관람하는 종합예술의 한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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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태영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당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임구호(58)씨는 "32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사법적 신원(伸寃)을 일궈냈지만 인혁당 사건의 실체와 구체적 진상규명은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박정희 유신정권 아래서 자행된 비인간·반생명적 범죄들의 실상이 시민들에게 낱낱히 공개되는 그 날까지 진상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1974년 중앙정보부가 "북한 지령을 받아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를 구성해 국가전복을 꾀했다"고 발표한 뒤, 이듬해인 1975년 4월 8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지 18시간 만인 4월 9일 사건 관련자 8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희생된 도예종·서도원·송상진·여정남씨 등 4명은 모두 대구·경북 출신이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그간 수사과정에서 고문과 가혹한 행위가 자행되는 등 사건 조작을 했다는 주장이 인정돼 지난 1월23일 대법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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