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가의 거리풍경이승철
거리의 풍경을 둘러보노라면 오래 된 성벽이 둘러쳐져 있는가 하면 빌딩과 아파트도 보인다. 다마스커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의 하나답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었다. 아주 오랜 역사만큼이나 고풍스러운 풍경과 현대적인 감각이 느껴지는 이질감과 함께 묘하게 융화되어 어우러지는 도시였다.
이 도시는 지리적으로 동서양을 잇는 중요한 요충지였다. 성산이라는 카시윤산 자락의 '에메랄드 오아시스'라고 불렸던 구타 오아시스에 자리 잡은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아주 오랜 옛날부터 많은 민족과 나라들이 이 땅을 거쳐 가며 흥망성쇠를 거듭하였다.
해발 700여 미터의 고지대에 위치한 이 도시는 최초의 나라로 알려진 기원전 2천년쯤에 아랍인들이 소왕국을 세운 이후 앗시리아와 페르시아, 셀레우코스 왕조의 지배를 받았다. 기원전 1484~1450년에는 이집트의 투트모스3세에 의하여 정복당했는데 아케나톤(BC 1372~1354)의 통치 때까지 백여 년간 이집트의 지배를 받았다.
기원전 87년에는 셈족이 나바티아 왕국을 세웠으나 오래 견디지 못하고 로마제국의 침략으로 멸망한다. 그 후에도 로마의 뒤를 이은 비잔틴제국에 복속되어 기원 전후 수백 년 동안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기독교 문명의 지배를 받는다. 그러다가 서기 635년에 이슬람군에게 정복되어 우마이야왕조가 세워져 이슬람제국의 수도로 초기 이슬람 세계의 중심부로 자리 잡기도 했다.
그러나 그 후 뒤를 이은 아바스왕조 시대에는 수도가 바그다드로 옮겨가면서 이슬람의 중심부로서의 지위를 잃게 된다. 10세기 후반에는 다시 이집트에서 일어난 파티마왕조의 지배를 받았고, 400여 년 동안 기독교제국의 십자군과 칭기스칸의 후예 몽골군, 그리고 티무르군의 침략을 받아 파괴와 재건을 거듭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