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숙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이 어떤 분일지 궁금해 한다. 책에 나오는 위베르 노엘 선생님의 첫 인상은 아이들의 기대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젊고 잘 생기고 운동 잘 하는 선생님을 기대하던 아이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겁에 질렸다.
나이도 많고 주름투성이에 흰머리가 사방으로 뻗친 선생님은 코 끝에 조그만 안경이 걸쳐 있고, 배가 공처럼 부풀어 오른 뚱뚱한 아저씨였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한 말은 "너희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 였다. 그 선물은 조커만 들어있는 카드 한 벌이었다.
조커는 놀이에서 어려움에 빠졌을 때 쓰는 카드이다. 선생님이 선물로 준 조커를 읽고 아이들은 흥분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 들어있던 것일까?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 숙제한 것을 잃어버릴 때 쓰는 조커, 벌을 받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 수업시간에 군것질할 때 쓰는 조커, 교과서를 빼먹고 안 가져 올 때 쓰는 조커…'
노엘 선생님네 반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조커가 필요없게 되었다. 아이들에겐 '수업을 듣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가 필요없었다. 수업이 너무 재미있었으니까. 아이들에겐 또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도 필요없었다. 학교에 너무나도 가고 싶었으니까.
노엘선생님이 조커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주려고 했던 '선물'은 무엇일까? 조커는 무작정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나한테 주어진 기회를 딱 한 번 이용해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보는 것, 조커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생활과 이웃을 돌아보게 하는 여유와 힘을 갖게 한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으니 조커를 사용하면서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노엘 선생님'은 '자신을 기쁘게 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를 쓰면서 학교를 그만두게 된 후에도 자신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는 여유를 갖는다.
아이들은 선물로 받은 조커를 사용하면서 노엘 선생님을 좋아하게 된다. 그건 창의롭고 자유로운 교육으로, 그동안 아이들이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했기 때문이다. 노엘 선생님은 무조건 성적을 강요하거나 실적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런 선생님 자신만의 교육 방법이 아이들에게 값진 '선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