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사 작은 학교 입학한 민서 집에 오다

등록 2007.04.09 09:48수정 2007.04.0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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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서 엄마 아빠와 함께 입학식에서
민서 엄마 아빠와 함께 입학식에서장승현
대전 추동에 사는 오재록씨 아들 오민서(14) 군이 실상사 작은 학교에 입학한 지 한 달 만에 봄방학을 맞아 집에 오게 되었다.


작은 학교 7기생으로 입학한 오군은 입학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수업을 받지 않고 관계맺기라는 프로그램을 하고 왔다고 했다.

산행중인 학생들
산행중인 학생들장승현
오군이 다니는 실상사 작은 학교는 비인가 대안학교로, 3단계 6학기의 교육과정에 따라 교육이 이루어진다. 1단계는 자기 발견의 시기로 1학년이고, 2단계는 자기 성장의 시기로 2학년, 3단계는 심화학습을 통해 삶의 방향을 세우는 시기로 3학년이다.

학교 학습 내용은 지식공부라고 우리말우리글, 영어, 수학, 역사문화, 철학과 인생, 과학사 등이다. 체험공부는 자치살림, 기능익히기, 세상보기, 음악, 미술 등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명상, 공동체 놀이, 야단법석, 작은 가정 생활 등이 있다.

마을 주변살피기
마을 주변살피기장승현
그동안 오군은 마을 살피기, 자기가 쓸 책상 만들기, 섬징강 벚꽃 길 9번 도로 확장 반대를 위한 섬진강 순례 등을 했다. 오군이 집에 오자마자 제일 하고 싶어했던 일은 컴퓨터 오락과 TV시청이라고 했다.

자기가 쓸 책상 만들기
자기가 쓸 책상 만들기장승현

민서가 만든 책상
민서가 만든 책상장승현
그러나 이런 일도 시간이 지나자 재미가 없고 이곳에 오니까 같이 놀 친구들이 다 학원에 가고 없어 빨리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오군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 작은 학교는 전체 학생수가 얼마나 되나요?
"각 학년은 15명씩 있고요. 1학년, 2학년, 3학년 다 합해서 45명이에요."

- 숙소는 어떻게 지내고 있죠?
"7명, 9명 정도가 한 집에서 지내고 있지요. 생활관 선생님과 같이 생활합니다. 밥도 친구들끼리 돌아가며 직접 해먹고요."

오민서 군
오민서 군장승현
- 집에 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뭐죠?
"오자마자 피자 4쪽을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밤새 토하고 설사했습니다."


- 집에 오니까 동네 친구들 만났어요?
"아니요. 집에 왔더니 동네 친구들이 다 학원에 가고 없어요. 조금 시간이 지나자 빨리 학교 가고 싶어져요. 작은 학교에는 친구들이 하루종일 함께 지내고 학원 다닐 일이 없죠."

모둠별 수행중(위에 누운 학생이 민서)
모둠별 수행중(위에 누운 학생이 민서)장승현
- 거기서 제일 하고 싶었던 일이 뭐죠?
"처음에는 컴퓨터, TV가 제일 보고 싶었죠. 이젠 며칠 지나니까 시들해지고 실상사 거기가 더 좋은 것 같아요."

- 지금까지 작은 학교에서 뭘 공부했나요?
"3월 동안 아직 공부한 건 없고요. 그동안 관계맺기와 동네 알기, 책상만들기, 섬진강 19번도로 4차선 반대 집회 참여 등을 했어요."

- 작은 학교 다니니까 좋은가요?
"좋아요. 매일 놀아서 좋아요. 쉬는 시간도 친구들이랑 놀고요. 하루종일 친구들과 생활하고 밤에도 함께 지내니까 좋아요."

- 식사 당번은 어떻게 하나요?
"아침 저녁은 우리들이 준비해요. 주말은 우리가 하루 종일 다 준비하는데 보통 2명, 3명씩 돌아가며 하지요."

- 무슨 요리 해봤어요.
"제가 한 건 국 같은 것 데우고, 된장찌개 끓이고 쌀을 씻어 전기밥통에 밥을 하지요."

- 밥은 어떻게 하나요?
"손으로 눌러서 손등이 반쯤 잠길 때까지 물을 넣지요."

- 1학년은 몇 명이죠?
"16명입니다. 여자애가 두명이고 나머지는 남자애들이죠."

- 학교 과목은 뭐가 있지요?
"국어, 수학, 선택수업, 등이 있는데 1학년은 1학기 동안 선택 수업을 안해요."

- 학교는 어떻게 생겼지요?
"아직은 콘테이너 박스로 되어 있어요. 지금은 한옥으로 학교를 짓고 있는데 2학기부터는 이사를 합니다. 집은 시골 농가를 8가구 정도 빌려 생활하고 있어요."

- 한 달 만에 집에 왔는데 식구들이 보고 싶지 않았나요?
"집에 오고 싶었죠. 엄마 아빠가 보고 싶었죠."

섬진강 벚꽃순례
섬진강 벚꽃순례장승현
- 작은 학교가 좋은 점은요?
"친구들과 같이 사는 게 좋아요. 저녁에도 한집에서 같이 지내요."

다음은 오군 아버지 오재록(44)씨와의 인터뷰이다.

- 아들을 멀리 작은 학교에 보낸 심정은 어떻죠?
"처음엔 손이 잔뜩 터갔고 왔는데 마음이 짠하더군요. 자기들끼리 생활하니까 씻지도 않고 그런가 봐요. 저 손 좀 봐요. 잔뜩 터 가지고…."

- 그럼 작은 학교는 고등학교 진학은 어떻게 합니까?
'검정고시를 봐야 합니다. 비인가 중학교 과정이라 고등학교에 진학하려면 검정고시를 봐야죠."

- 정부에서는 지원이 없습니까?
"정부도 대안학교 들어오라고 하죠. 그러나 인가를 받으러 들어가면 교육청에서 원하는 학습을 해야하고 통제를 받아야 하니까 힘든 거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종뉴스(www.sje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세종뉴스(www.sje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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