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1일 아랍에미레이트의 구호단체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기위해 아부다비에 도착한 이라크 어린이. 그는 다른 이라크 어린이 50여명과 함께 이날 아부다비에 도착했다.AFP=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는 바그다드가 함락되던 날 해머로 후세인 동상의 기단 부분을 부수던 카딤 알 주부리(50)씨의 근황을 소개했다. 주부리씨는 시아파인데다 후세인 정권 치하에서 정부 비난혐의로 1년반 옥살이를 했다. 따라서 후세인에 대한 증오심이 깊었다.
주부리씨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후세인의 동상을 부술 때 나는 증오로 가득차 있었다"며 "동상이 무너질 때 너무나 행복했다,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은 아무것도 이뤄진 것이 없다"며 "우리는 독재자를 제거했지만 도둑 한명이 사라지니 40명의 또 다른 도둑들이 자리를 차지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주부리씨는 "이제 우리는 사담 후세인을 증오하든 아니든, 그가 사라진 것을 애석해 한다"고 덧붙였다. 생활이 개선된 것은 없고 치안 질서가 무너졌으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의 친척이나 친구 가운데 7명은 살해되었거나 납치되었다. 경제 상황도 말이 아니다. 운이 좋아야 하루 중 겨우 4시간 정도 전기가 들어온다. 그의 수입은 이전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한 때 모터사이클을 몰래 밀수입해 상당한 수입을 올렸던 그는 지금은 사업을 접었다. 치안 상황 악화로 금속 부품 공장이 문을 닫고 전기 공급이 안되니 모터사이클을 고치는 장비를 가동시킬 수 없었다. 그러니 모터사이클 고객들도 떨어져나갔던 것이다.
주부리씨가 분통을 터뜨리는 것 가운데 하나가 새 이라크 정부의 부정부패다. 그는 "후세인 치하에서도 매일 부정부패를 봤던 것은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지금은 무슨 일 하나만 해도 꼭 뇌물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후세인의 '부패' 대신 들어온 것은 '부패하고 무능한 새 질서'
상황이 왜 이렇게 악화되었을까?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이라크 점령 정책에 참여했던 알리 알라위라는 학자는 미 예일대학 출판부를 통해 '이라크 점령'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라크인의 눈으로 본 이라크 점령에 대한 평가서다.
알라위씨는 이 책에서 "후세인의 썩어빠지고 부패한 국가는 '썩어빠지고 비효율적이며 무능하고 부패한 새로운 질서'로 대체되었다"며 "미국의 이라크 점령정책은 충격적일 정도로 실수로 가득찼으며, 이 때문에 2007년 현재 이라크 국민들은 어쩌면 '해방자'가 될 수 있었던 미국에 대해 완전히 등을 돌렸다"고 결론을 내렸다.
미국과 이라크의 실수를 가차없이 비판하면서 그가 자주 사용한 말은 '무지'였다.
먼저 이라크의 현실에 대해 최소한의 생각도 없이 전쟁을 밀어붙인 미 행정부의 결정이 '기념비적인 무지'였다. 그는 "좀 시야가 넓은 사람이라면 이라크 공격이 이 사회안에 엄청난 분열을 터져나오게 할 것이라는 점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음번 문제는 폴 브리머가 이끌었던 미 군정의 '아마추어리즘과 오만함'이었다.
미 군정은 이라크인들과 협의도 없이 엄청난 결정을 내렸다. 이라크 저항세력 진압에 사용할 수 있었던 군대를 해산했다. 불만에 가득찬 이들은 거꾸로 저항세력의 인적 자원이 되고 말았다. 또 수십만명을 정부와 학교 등 주요 기관에서 축출했는데 이 때문에 핵심적 시기에 경험있는 인력이 고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