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고문의 '커밍아웃'과 <중앙일보>의 '과공비례'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한꼭지 조간신문 리뷰

등록 2007.04.09 14:54수정 2007.07.0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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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선> 4월 9일자 김대중 칼럼

<조선> 4월 9일자 김대중 칼럼


한미FTA를 계기로 봇물 터지듯 분출되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보수 언론의 재평가 작업이 이제는 자신들의 커밍아웃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충 정리하고 마감할 때가 됐기 때문일까?

커밍아웃하는 <조선> "노무현, 내가 졌소"

오늘(9일) 보수 신문의 커밍아웃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조선일보>의 김대중 고문이다.

그는 오늘 기명칼럼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에서 10개월 전 한 경제학 교수와 내기를 한 적이 있는 데 결국 졌다고 밝혔다. 한미FTA가 결국 결렬될 것이라는 쪽에 걸었는데, 그 예측이 빗나갔다는 것. 그가 '결렬' 쪽에 건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자유무역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경제 강국과의 경우, 저소득층이나 1차 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기 마련이고, 좌파는 그런 계층을 소외하는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노무현 정권이 정권의 탄생에 크게 기여한 계층에 불리한 결정을 내릴 리가 없다고 보았다." 그의 이런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둘째는 "국가적 중대사가 정권의 말기, 즉 레임덕 상황에서 성사되기란 극히 어려운 것이고, 더욱이 대선의 해에 좌파 정권의 재창출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었다. …이런데도 굳이 FTA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결국 결렬될 것이 뻔 한 마당에 '우리는 하려고 했다'는 기록과 함께 미국의 '탐욕'과 '소수자 멸시'를 돋보이게 하는 장을 만들고 반미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는 계산이라는 음모론도 그래서 나왔다."

그런 음모론도 빗나갔다. 그래서 "결국 나(김대중 고문)는 졌다"고 선언했다.


'심리분석'하는 <중앙> "미안해, 부끄러워"

a <중앙> 4월 9일자 김두우 논설위원의 시시각각(時視各角) 칼럼

<중앙> 4월 9일자 김두우 논설위원의 시시각각(時視各角) 칼럼

오늘 <중앙일보> 김두우 논설위원의 시시각각 칼럼 '과공비례'는 보수언론의 낯뜨거운 노대통령 찬양에 대한 '심리분석'이다.


보수언론들은 어쩌다가 '구국의 결단' 혹은 '영웅'이라는 극찬까지 쏟아낸 것일까? 왜 이처럼 오버했을까?

"부끄럽기 때문일 것"이라는 게 김두우 논설위원의 진단이다. 그동안 노대통령을 '좌파'라고 몰아붙인 것, 노대통령은 한·미FTA를 추진할 의사가 없으며, 대선을 앞두고 지지 세력을 'FTA 반대 전선'으로 재결집하기 위해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의심한 것이 쑥스러워서 '오버'한 것 같다는 진단이다.

김두우 위원은 이런 보수 언론들에게 '한마디' 했다.

"칭찬에 앞서 오해한 데 대한 사과부터 하는 게 순서 아니냐."

하지만 그의 본격적인 '커밍아웃'은 그 다음에 나온다. FTA에 대한 지나친 맹신, 한미FTA에 대한 보수 언론의 과분한 축하와 칭찬 뒤에 깔려 있을 수 있는 정략적 의도에 대한 커밍아웃이다.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면 성장은커녕 미국 경제에 예속될 우려도 있는 한미FTA…(중략)…잘 쓰면 약이요, 잘못 쓰면 독이 될 수도 있는 한미 FTA…(중략)…축하와 칭찬은 그만하면 충분하다. 그것이 반대세력의 저항을 잠재우기 위한 전략에서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한미FTA가 '양날의 칼'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리고, 그 칼을 어떻게 국익에 맞게 쓸 것인지에 온 힘을 쏟아야 할 때이다."

하지만 <중앙일보>의 지면은, 김두우 논설위원의 칼럼이 실린 지면만 보더라도 '과공비례'로 넘쳐난다. 수많은 한·미 통상현안을 FTA 한방으로 해결한 김현종 통상교섭대표본부장에 대한 예찬으로 넘쳐나고 있는 '김현종과 올 수 성적표'나 'FTA를 사랑한 386(처음에는 'FTA를 사랑한 스파이'인 줄 알았다)'은 '과공비례'의 언사를 무색케 한다.

같은 지면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김두우 논설위원의 사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지는 않을까 마음이 쓰인다.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백병규 #미디어워치 #조간신문 리뷰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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