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함께
영화 <300>이 개봉되기 전 이란 언론들은 목소리를 높여 이 영화를 경계했다. "이란에 대한 문화적 모욕"같은 반응은 차라리 평온한 쪽이고 "부시 행정부의 대 이란 선전포고"로 제목을 뽑은 신문도 있었다. 이란 국영TV들도 나서 영화 <300>을 비판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제작할 정도로 이 영화에 대한 이란의 분노는 대단했다.
프랭크 밀러의 만화(미국식 표현으로는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 <300>은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등장인물이나 화면구성은 만화의 각색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 영화 덕에 배경이 되는 페르시아 전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반면, 영화의 이미지를 그대로 받아들여 피어싱을 잔뜩 한 황제가 닌자들을 보내 치른 전쟁이라는 식으로 페르시아 전쟁을 기억할 위험성도 함께 높아졌다.
톰 홀랜드가 지은 <페르시아 전쟁>(책과함께)은 페르시아 전쟁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일독을 권해드릴 만한 책이다. 페르시아 전쟁의 진행 과정을 묘사하면서도 당시 양쪽 진영의 문명을 비교하는 거시적 측면과 구체적인 전투, 영웅들의 면모를 다루는 미시적 측면을 모두 놓치지 않고 담고 있다. 술술 잘 읽히는 힘 있는 문장도 인상적이다.
페르시아 전쟁은 기원전 500여년 전 페르시아 제국이 그리스를 침공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페르시아는 제국을 이루고 있었고 그리스는 도시국가들로 흩어져 있었다. 올림픽 종목으로 이름을 남긴 마라톤 평원의 전투나 영화 <300>의 배경이 된 테르모필레 협곡의 전투 그리고 승부의 분수령이 되는 살라미스 해전 같은 유명한 전투들이 이 전쟁에 속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