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그녀들의 유쾌한 행진

장차현실 만화 <엄마, 외로운 거 그만하고 밥 먹자>

등록 2007.04.10 15:14수정 2007.04.1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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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출판사

<엄마, 외로운 거 그만하고 밥 먹자>는 다운증후군 딸 은혜와 '싱글 맘'으로 살면서 장애인들에게 자유롭지 못한 사회문화적 여건과 사사건건 부딪쳐 길을 만들어야 했던 만화가 장차현실이 <한겨레>에 연재했던 만화와 생명일기를 함께 묶어 엮은 책이다.

장차현실의 만화는 상당히 유쾌하고 쿨하다. 사실 일반적 잣대로 보자면 그에게 유쾌하고 쿨한 요소는 아무것도 없다. 그녀는 이혼을 했고, 자신이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가장이며, 장애를 지닌 딸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전업주부보다 할 일이 몇 배나 더 많고 비장애 자녀를 둔 엄마보다 신경 쓰는 일도 더 많다.


그래서인지 이 땅에서 장애아를 둔 주부들은 스스로 죄인이 되어 자유를 박탈당한다. 대부분의 장애아동을 둔 주부들이 주눅이 들고 자신감이 결여 되어 늘 뒷전에서 죄인처럼 구는 것과 달리 장차현실은 어디서건 당당하고 유쾌하다. 그는 어디든 사랑하는 딸 은혜를 데리고 다니고 많은 것을 체험하게 했고 은혜를 통해 더 많은 소통의 방법들을 배워간다.

그도 사람인지라 때론 무기력감에 빠지기도 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짐이 버거워 벗어 버리고 싶은 유혹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그를 매 순간 더욱 단단하게 일으켜 세운 것은 다른 이가 아닌, 그의 딸 은혜이다.

그래서 장차현실이 보여주는 삶은 어느 한 자락도 조금도 그늘지거나 비굴한 구석이 없다. 지금은 새롭게 가정을 꾸려 은혜가 귀여운 남동생을 봤으니 사는 즐거움이 몇 배는 더해졌을 것이다.

엄마의 자신감 넘치는 교육이 은혜가 이유명호 한의사 선생을 대로에서도 큰소리로 "이유명호!"라고 부르며 달려올 수 있는 자신만만한 여성으로 키웠을 것이다. 이유명호 선생은 "수많은 지인들 중 유일하게 자신의 이름을 존칭 없이 부르는 사람이 은혜"라며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리곤 한다.

그의 만화에서는 슬픔이나 분노도 상큼한 봄바람에 코끝을 스치는 꽃향기처럼 유쾌한 것으로 변한다. 그것은 어쩌면 솔직하고 당당한 그녀가 내뿜는 내면의 향기일지도 모른다.


장차현실은 그녀의 만화를 통해 많은 이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색안경을 벗어 버리기를 바란다. 그녀는 또 자신의 딸 은혜를 비롯한 수많은 이 땅의 장애여성들이 평등한 세상에서 자유롭게 날아오르길 바란다. 그의 소망처럼 차별과 소외, 편견으로부터 이 땅의 모든 장애인들이 자유로워지기를, 특별히 장애 여성들이 더욱 자유로워지는 그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희망한다.

엄마, 외로운 거 그만하고 밥 먹자

장차현실 지음,
한겨레출판,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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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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