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과 <단팥빵>을 그립게 하는 드라마!

[드라마는 내 인생 5] <인어아가씨> 아류작인 <내 곁에 있어>

등록 2007.04.10 18:46수정 2007.04.1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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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드라마가 언제부턴가 황금시간대로 변화했다. 그것은 모두 시청률이 20% 수준을 웃돌면서 방송사에 효녀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평일 황금시간대에 하는 미니시리즈보다 낫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스타급 배우들이 출연하지 않아 제작비를 아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오히려 안정적인 왕년 스타를 캐스팅해 극의 중심을 잡고, 어느 정도 인지도는 있지만 스타급이 아닌 배우를 캐스팅, 연기력에 철저하게 기대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스타급은 아니었지만 아침드라마 출연 이후 인정받은 배우들도 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되었다. 그것은 연기자들의 연기력에 너무 의존한 나머지 드라마 내용의 질은 날로 심각한 수준이다. 대개 출생의 비밀과 불륜으로 나뉘는데, 식상한 소재지만 언제나 아침드라마 시청자들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는다.

그것을 알고는 방송사들도 극본보다는 연기력이 우선시 되는 배우들을 대거 기용해 저렴한 제작비에 고소득 광고 효과를 노린다. 그리고 그 계산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면서 아침드라마의 부활을 노래했다.

그 중심에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드라마가 바로 MBC <내 곁에 있어>다. 이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에 의해 모성애와 복수를 그려내고 있다. 거기에 청춘남녀의 사랑이 오로지 신분에 의해 엇갈리기 시작하면서 재미를 더하고 있다. 방송 초반이지만 시청률 15%를 웃돌면서 전작인 <있을 때 잘해>를 넘어서려 하고 있다.

쟁쟁한 배우 캐스팅의 힘!

a 모녀로 나오는 최명길과 이윤지

모녀로 나오는 최명길과 이윤지 ⓒ MBC

하지만 이 드라마는 앞서 이야기한 문제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선 배우들의 캐스팅을 본다면 단연 이 드라마가 뜰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배우들을 보면 연기파 배우라 할 수 있는 기라성 같은 중견 스타가 지키고 있다.


우선 여걸 혹은 청순한 여자 등으로 자유자재로 변신을 할 수 있는 최명길이 주인공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 역으로 정혜선이 등장하는데, 그녀가 맡은 속물근성의 악녀 연기는 자로 잰 듯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 요즘 한창 쇼프로그램에서 주가를 올리던 임채무를 비롯해 최주봉, 김갑수가 출연한다.

이 자체만으로도 이 드라마를 볼 때 전혀 어색한 연기를 하는 사람들을 찾아 볼 수 없고, 우리는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다. 사실 연기의 '연'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인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캐스팅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 많지 않았던가. 그 점에서 배우 캐스팅은 훌륭하다.


여기에 진짜 주인공으로 이웃방송사 일일 드라마에서 인기를 얻고 주인공으로 전격 캐스팅된, 이른바 금의환향한 스타일인 이윤지가 등장한다. 알코올중독자 아버지와 폭력전과를 가진 동생을 둔 소녀가장 역을 맡고 있는 그녀는 젊은 나이답지 않게 녹록지 않은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처럼 이 드라마는 그야말로 연기파 배우들을 주축으로 캐스팅했다고 봐도 과장은 아니다. 그럼에도 화려한 A급 스타는 없다. 오빠부대 혹은 언니부대를 이끄는 배우는 없지만, A급 스타가 컴백해 시청률 10% 미만 성적을 내는 것을 볼 때 <내 곁에 있어>가 오히려 알찬 캐스팅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드라마는 이것이 전부다. 이제까지 시청률을 끌어올리는데 공헌한 것을 모두 배우들의 힘으로 돌려도 무방할 만큼 소재와 전개, 구성 방식은 여느 인기 드라마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배우들 연기에 비해 내용의 질적인 측면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듯싶다. 거기에 고질적인 문제인 출생의 비밀이 전반 내용을 이끌어 가는 주된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으며, 돈으로 모든 것이 판단되는 세상을 비판하고자 했다지만 너무나도 돈의 잣대로 사람의 신분을 정하는 사람이 등장하는 등 선정적이고 극단적이다.

특히 장선희(최명길 분)의 어머니로 등장하는 배정자(정혜선 뷴) 역할은 평면적인 인물의 극을 달리고 있다. 자신의 딸이 가난한 시인과 결혼하자 이혼시키고 데려와 과거를 숨긴 채 딸을 호텔 사장 아들과 결혼을 시킨다.

그것도 모자라 그녀는 늘 돈을 위해 갖은 계략을 펴고,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 듯 말한다. 그녀가 주로 언급하는 대사를 보면 충분하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면 '명품 인간' 혹은 '돈을 따지는 것은 현실적인 사람이다'라고 언급하는 것을 보면 악녀 기질이 다분하다.

더 나아가 선희의 전 남편인 서준석이 죽자 웃으면서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겠다"며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를 보이지 않는다. 설사 그러한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 한들 꼭 한 인간을 악으로 점철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더 나아가 그렇게 극단적으로 악한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까 싶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배정자를 연기하는 정혜선이 완벽하게 소화해 내고 있다는 사실 뿐이다.

인어아가씨가 환생하다!

a 오로지 돈으로 판단하는 배정자를 연기하는 정혜선

오로지 돈으로 판단하는 배정자를 연기하는 정혜선 ⓒ MBC

이처럼 드라마는 캐릭터 자체도 너무나 극단적이다. 하지만 이보다 심각한 것은 바로 내용 전개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언뜻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며 MBC에 많은 공헌을 한 <인어아가씨>가 보인다.

<인어아가씨>에서는 자신과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와 그의 아내에게 복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한 뒤 그들을 괴롭히는 내용이 나온다. <내 곁에 있어>에서는 성만 바뀌었고, 외도가 아닌 가난이라는 소재만 바뀌었을 뿐 복수를 한다는 내용은 똑 닮았다.

물론 <인어아가씨>에 아리영처럼 <내 곁에 있어> 서은주(이윤지 분)는 많이 배우고 떳떳한 직업을 가지지도 못했다. 또한 그녀처럼 치밀한 계획에 의해 그것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복수를 하면서도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게 벌을 주고자 의도적으로 접근하고, 그의 남편을 이용해 자신의 어머니를 괴롭히는 모습은 <인어아가씨>의 아리영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인어아가씨>의 아류작이라고 불리는 데 손색이 없다. 사실 소재는 식상하지만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을 조금 더 신선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내 곁에 있어>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가장 인기 소재라 할 수 있는 출생의 비밀을 모티브로 아무것도 모른 채 행복하게 살아가는 선희와 자신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알고 접근한 은주의 대립을 그려내면서 선희는 늘 은주에게 못을 박는 말들을 내뱉는다. 그리고 그 말에 상처를 입은 은주는 복수의 칼날을 세운다.

즉 그녀들의 대립은 인기를 위해서 만들어 낸 억지다. 복수의 칼날을 더욱 매섭게 만들고, 선희가 모든 사실을 알고 난 후 받을 충격과 그 이후의 감정이 더욱 힘을 발휘하고자 만들어 내기 위함이다. 따라서 매회 내용이 방송할 때마다 선정적이고 극단적으로 전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는 공식에 젖어 식상하지만 그래도 재미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일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방송사와 제작진은 충분히 간파하고 그것을 최대한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분명 날이 갈수록 시청률을 오르지만 날이 갈수록 작품의 질은 현격하게 떨어질 것이다. 다만 연기자들의 연기력으로 어느 정도의 당위성을 부여받아 인기작품으로 효녀노릇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그래서 요즘 아침드라마를 보면서 가족의 단란함과 순수한 연인들의 사랑이야기가 더욱 그리워진다. 예전에 일요일 아침마다 온 가족이 일어나 보던 <짝>이나, 마니아층으로부터 열렬한 사랑을 받은 <단팥빵>이 그리울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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