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포럼 '한반도대운하 국운융성의 길'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인사말을 마친 뒤 웃으며 연단을 내려오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박정희 셋] '바보', "한미FTA로 하면 된다, 나를 따르라"
그런데 요즘 두 터줏대감 '박정희'에 도전하는 새 '박정희'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이 새 도전자는 작년부터 갑자기 '하면 된다' 정신으로 무장하고 "나를 따르라"를 외치고 있다. 한미FTA를 해야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고 훈계하며, 그 수많은 반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말 강력히 밀어붙이는 리더십을 몸소 보여 주었다.
박정희는 유신독재정치를 하면서 수많은 인권탄압을 저질렀지만, 그것을 지적하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우리나라는 '한국적 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현 정부를 '참여정부'라고 이름지었지만, 그 참여는 국민들의 참여가 아니라 미국의 영향력에 참여하는 정부였던 것 같다.
노 대통령은 한미FTA협상이 타결된 직후에 이루어진 대국민 담화에서 "그동안 근거도 없는 사실, 논리도 없는 주장이 너무 많았다"며 "앞으로는 합리적인 토론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 그간 막연한 낙관이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구체적인 근거나 논리가 없는 쪽은 오히려 정부였다. 더구나 일은 이미 다 저질러 놓고 합리적인 토론을 하자는 것은 그야말로 합리적이지 못한 태도이다.
20년 전으로 돌아가는 정치 퇴행
그간 정부는 한미FTA 협상 중에는 반대 집회를 원천봉쇄하고 반대 광고도 못하게 하였다. 그런데 이제 협상이 타결되고 나니 수많은 국가기관과 산하단체와 기업까지 동원해 한미FTA 찬성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한미FTA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에는 보조금 지급을 정지하고, 한미FTA에 부정적인 수업 자료를 사용하지 말라고 각 교육청에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게 합리적인 토론을 하자는 자세인가? 이런 모습은 박정희 때의 정부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던가?
영화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에서는 세 김 관장이 조폭에 맞서 힘을 합치는데,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박근혜, 이명박의 두 박정희 후계자에 뒤늦게 '박정희 마인드'로 각성한 노 대통령이 합세하여 시대를 거꾸로 돌리려 하는 형국이다.
이 시대에 왜 이런 '박정희 대 박정희 대 박정희'식의 정치적 퇴행을 겪어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정말 참여정부라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