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해년년 봄은 오고 꽃은 피건만 한 번 간 사람은 다시 오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입니다.이승숙
부모도 늙고 병들면...
봄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남편이 비를 맞으면서 마당을 가로질러 간다. 개밥 주러 가는 길인가 보다.
맑은 날엔 괜찮은데 비라도 오는 날이면 개 근처에만 가도 비린내가 난다. 비릿하고 느끼해서 욕지기가 올라온다. 비를 맞아서 털이 몸에 착 들러붙어 있는 개는 보기에도 꾀죄죄하다. 털이 감싸줘서 풍성해 보이던 몸도 비를 맞으면 앙상해 보인다. 그런 날, 개가 반갑다며 꼬리라도 치며 달려들면 반갑기는커녕 귀찮아서 발로 뻥 차버리기도 한다.
우리 아버지는 개를 싫어했다. 개 냄새가 싫어서 개 키우기를 좋아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어린 날의 우리 형제들은 다 개를 좋아했다. 아버지 허락도 안 받고 강아지를 얻어 와서 키우곤 했다. 그러면 아버지는 할 수 없이 눈 감아 주셨지만 개 근처에는 가지 않았다.
아침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던 참이었다. 비 오는 걸 보던 아버지가 뜬금없이 개 이야기를 했다.
"비 오는 날이면 개 비린내가 많이 나는 기라. 비에 젖어서 풀어헤쳐진 개똥하며 빗물에 퉁퉁 불어 있는 개밥 보면 속이 다 메슥거려. 김 서방은 개를 좋아하는가베? 비 오는데도 개밥 주러 댕기더라."
좀 전에 사위가 개밥 그릇 들고 다니던 걸 보신 모양이었다.
"전에 아부지 개 싫어했지요? 그래도 우리 개 키웠잖아요. 그 때 우에(어떻게) 참았심니꺼?"
"그케(그러게), 나는 개 냄새가 싫은데 너거 어메하고 너거가 좋다카이 할 수 있나. 개는 맑은 날에는 괜찮은데 비라도 오면 참말로 더러븐 기라. 근처에만 가도 개 비린내가 나서 속이 다 울렁거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