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후' 윤혜영씨.오마이뉴스 김대홍
컨베이어 벨트처럼 숨 가쁘게 돌아가는 여타 결혼식과 달리 왕과 왕후의 결혼식은 느리면서 장중했다. 사회자가 "약식 궁중결혼이라 죄송하다"고 했지만 감상하기엔 충분했다. 결혼식을 시작한 지 30분이 지났는데도, 신랑 신부는 식장 입구에 선 채 입장을 하지 않았다.
결혼식은 왕과 왕후가 가마를 타고 마당을 한 바퀴 도는 식으로 시작했다. 이어 대북공연이 펼쳐졌다. 다음으로 혼주인사와 화촉점화의 순서. 40분쯤 지난 뒤에야 겨우 신랑 신부가 입장을 시작했다.
"오늘의 주인공이신 전하와 중전마마가 정청에 입장하십니다. 큰 박수로 맞이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궁중혼례 의식에 따라 복잡한 절차가 펼쳐졌다. 사회자가 열심히 설명하지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다음은 자료를 뒤져 겨우 뜻을 파악한 순서다.
전하의 부모님이 초례(술), 교훈, 기러기 전달을 하는 초자례급과 서부 모례, 전하가 중궁(신부) 부모님께 절을 하고, 중궁 부모님이 교훈을 내리는 전안례급과 초녀례, 천지신명께 서약하고 백년가약을 맹세하는 동뢰연, 전하와 중궁이 서로 배례를 행하는 교배지례 순서로 행사가 진행됐다.
고필헌씨는 진지했지만, 이따금 이 상황이 즐거운지 살짝살짝 미소를 지었다. 아는 사람이 눈에 띄면 왕의 체통에 어울리지 않게(?) 손을 흔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