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헌법 변경의 백지수표를 쥐다

등록 2007.04.16 16:20수정 2007.04.1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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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4월 14일 "18대 국회 개헌을 국민에게 약속한 각 당의 합의를 수용한다"면서 개헌 발의 의사를 철회하였다. 개헌 발의 철회의 계기는 4월 11일 있었던 한나라당, 열린우리당등 6당 원내대표 합의였다. 이 합의의 개헌 관련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개헌문제는 18대 국회 초반에 처리하기로 한다. 따라서 대통령은 임기 중 개헌 발의를 유보해 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

4월 11일 합의에 대해 청와대는 18대 국회에서 4년 연임제(원포인트)를 포함한 개헌 약속을 16일까지 당론으로 한다면 개헌 발의를 유보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합의를 주도한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원포인트 개헌은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합의의 암묵적 전제이며, 당론화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화답하였다. 그러나 핵심 키를 쥔 한나라당은 18대 국회 개헌은 진작부터 당론이라면서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버텼다.

그러다가 13일 의원 30명이 참석한 의원총회(?)에서 ‘18대 국회 개헌특위 구성, 4년 연임제 등 모든 내용 논의, 차기 대통령 임기 중 개헌 완료, 대선 공약 제시’로 요약되는 개헌 관련 당론을 박수로 추인하였다. 청와대의 개헌 발의 철회는 이 같은 내용을 추인한 한나라당의 의원 총회 결정을 결정적인 명분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당론에는 개헌 시기가 18대 국회 초반인지 후반인지 명확하지 않고, 개헌 내용 역시 원포인트에 국한되지 않고 내각제를 포함한 전반적인 문제를 다루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1월 9일 이후 견지된 한나라당 당론과 별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노대통령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 철회에 이어 또 한번 명분 없이 힘에 밀려 무릎 꿇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열린우리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이 ‘연내 원포인트 개헌’에 완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개헌 발의 철회는 결코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 헌정사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는 대통령제를 위한, 제도 정치권의 대승적 합의에 의한 최소한의 개헌 시도’가 좌절된 것에 대해 서글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1905년 일본의 러일 전쟁 승리로 인해 충분히 예견된 을사조약이 막상 현실로 닥치자 장지연이 시일야방성대곡을 외쳤던 심정에 동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를 위한 개헌에서 자신들을 위한 개헌으로

개헌 발의 철회와 18대 국회에서의 전면적인 개헌 논의에 대한 합의(?)는 기본적으로 나라의 미래가 아니라 의원들의 권한 확대와 자신들에게 절대 유리한 경쟁 규칙을 만들려는 정파들의 저열한 권력 투쟁판을 예고한다. 이는 지난 60여년 동안 우리가 익히 보아온 바로 그 구태에 다름아니다. 사실 제헌 헌법과 9차례의 개헌의 역사는 기본적으로 압도적 힘의 우위에 있는 집권세력의 권력 독점내지 연장 기도였거나, 5.16쿠데타와 5.17 쿠데타의 산물 이었거나, 4.19와 6월 항쟁이라는 유혈 사태를 동반한 거대한 국민적 압력의 산물이었다.


우리의 헌정사는 국가의 이상과 국민적 염원을 정치권의 깊은 숙의와 질서 있는 시민사회의 참여를 통해 담아내는 과정이 아니라, 보다 유리한 게임규칙을 만들려는 집권세력과 이들의 시도를 저지하려는 반대 세력간의 치열한 투쟁 과정이었다. 노대통령의 좌절이 아쉬운 것은 그의 시도가 ‘자신을 위한 개헌’이라는 구태와 가장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18대 국회에서의 전면적인 개헌 논의에 대한 약속이 논리적으로는 원포인트 개헌을 넘어선 풍부한 헌법 개혁 논의를 보장함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이 논의를 주도할 한나라당을 포함한 정치권의 행태가 ‘자신을 위한 개헌’을 위해 온갖 치졸한 짓을 일삼아온 지긋지긋한 구태를 전형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이 제기한 원포인트 개헌은 제대로 작동하는 대통령제를 위한 필요 최소한 중의 최소한이었다. 원래 제대로 작동하는 대통령제를 위해서는 4년 연임제나 중임제와 더불어 정부통령제, 결선투표제 도입이 필요하다. 또한 대표적인 정당인이자 정치인인 대통령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조항(탄핵 소동의 근거이다)과 국무총리 사전 동의제등의 개혁이 필요하다. 또한 의원 정수의 절반을 뽑아서 2년에 한번씩 실질적인 심판권을 보장하는 중간선거 제도의 도입도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내각제를 하건 대통령제를 하건 주권재민의 원칙을 부정하는 ‘사법고시를 합격한 전문가만이 될 수 있고, 관습헌법이라는 이름 하에 헌법을 제정할 권능도 가진 최고 권력인 헌법재판소’ 제도의 개혁도 절실하다. 또한 사법고시 합격자의 독점을 보장하는 검찰과 법관 관련 조항의 개정도 절실하다. 그러나 정부통령제와 결선투표제는 아무리 선의로 포장해도 야당 분열 공작으로 비칠 수 밖에 없다. 특히 결선투표제는 지지율 1위, 2위 후보가 있는 한나라당 분열 공작에 다름 아니다.

정.부통령제 역시 다양한 합종연횡을 초래하여 대선 구도를 뿌리째 흔드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헌법재판소 제도 역시 아무리 반동적이라 할지라도 대통령 탄핵심판과 수도이전 금지 판결의 핵심 이해당사자인 노대통령 입장에서는 그 개혁 안의 순수성(?)을 의심 받을 수 밖에 없다. 중간선거 제도의 도입도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흔드는 것이기에 동의를 받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식으로 차 떼고 포 떼고 하다 보니 결국 4년 연임제와 양대 선거 시기 일치/근접화를 결합한 원포인트 개헌이 대통령에 의해 제의될 수 밖에 없었다.

이는 일단 4년 연임제 합의 개헌을 통해 기형적인 대통령제를 부분적으로나마 정상화시키고 이후 합의 수준에 따라 여러 조항을 개정하는 2단계 개헌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자신의 기득권을 건드리는 개혁안은 여간 해서 수용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에게 절대 유리한 개헌만을 추구하는 한국 정치권의 행태로 미루어 볼 때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자몸조심 모드로 들어간 한나라당은 개헌 논의조차 거부하였다. 경제와 민생을 정치및 헌법과 분리시키고, 정치적 무능을 오로지 정치리더십의 문제로 돌리고,(보수는 반미친북좌파적 노선을 문제삼고, 진보는 신자유주의 노선을 문제 삼는다), 정치적 무능에 대한 책임도 오로지 대통령에게 집중시키면서 막강한 권능을 가진 국회의 책임은 덮어버렸다.

원포인트 개헌조차 시간 부족을 들어 논의를 반대하면서도, 그 수십 배의 공력이 소요되는 내각제를 포함한 헌법 전반에 대한 손질을 위한 충분한 논의 시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었다. 한마디로 개헌에 관한 한 한나라당의 행보는 과거 탄핵 관련 행보처럼 어떤 논리도 명분도 없는 ‘쪽수에 의한 폭력’ 이상이 아니었다.

물론 이러한 행보의 이면에는 내각제 개헌에 대한 뿌리깊은 열망도 깔려있고, 무엇보다도 자신들에게 절대 유리한 개헌을 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 즉 대선 승리와 2006년 지방선거 수준의 총선 압승에 대한 기대가 깔려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 소름 끼치는 포부는 한나라당을 일개 이익집단으로 보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포부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한나라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과 시민사회이다. 시민사회 단체의 상당 수는 한미FTA 저지에 올인 하다시피 하면서, 투쟁의 초점을 흐리거나 노대통령의 정치적 이득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개헌 논의를 외면하였다. 헌법의 후진성과 반동성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극소수 시민사회단체들은 2008년 이후의 정치 환경이 지금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해서인지, 멋진 헌법 안이나 논문이–영토.통일 조항, 토지공개념, 기본권 관련 조항 등에서 자신들의 주장이 반영된- 멋진 개헌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해서인지 ‘올해 안에 우선 원포인트 개헌이라도 하자’는 노대통령의 안에 시큰둥하였다.

그러면서 노대통령의 손가락에 낀 약간의 떼(거친 문제제기 방식)에 대해서는 교사연하게 성토하였지만, 한나라당의 손가락에 낀 소름 끼치는 악의와 구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또한 반동적이고 기형적이기 이를 데 없는 헌법 개혁 논의를 선도하지 못한 자신의 책임도 덮어버리고, 사후적으로 헌법 개혁의 중차대성을 깨달은데 대한 반성도 없었다.

한편 한나라당 바깥의 주요 정치 지도자들은 18대 국회에서라도 제대로 된 헌법 개혁을 위해서 아니 헌법 개악을 막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작동하는 대통령제와 주권재민의 원칙을 담은 개혁안을 제기할 법했지만 아무도 이를 주장하지 않았다.

그래서 개헌 논의 자체가 풍성해 지지 않았고, 당연히 개헌 논의가 우리의 역사와 현실과 이상을 반추해 보는 과정으로 되지 않았다. 이는 주요 정치 지도자들이 대체로 대통령제 정상화보다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의원들이 나눠 갖는 의원내각제 도입을 내심 선호하지 않고서야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다.

개헌 논의의 방향은 5공 헌법

향후 시민사회와 민주세력이 비상한 각오로 개헌 논의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개헌 논의가 가는 방향은 5공 헌법일 수 밖에 없다. 5공 헌법은 체육관 선거에 대한 비난을 무마하기 위해 그 당시 학계에서 거론되던 온갖 진보적인 조항을 다 쓸어 넣었다. 이 때 들어간 조항이 현행 헌법에도 그대로 계승되어 기본권에 관한 한 현행 헌법이 매우 진보적인 헌법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지킬 의사도 없고, 실제 갈등의 현장에서 헌법과 헌법 정신은 주요한 참고 사항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향후 개헌의 방향은 꽤 진보적인 조항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채 의원내각제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헌법 이상으로 중요한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파의 정치적 독점을 보장하여 한국 정치의 구조적 나태와 무능을 낳는 ‘소선거구제 단순다수 득표제’ 개혁도 난망일 것이다. 이는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사실 의원내각제는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이 채택하고 있는 제도로서 참으로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필자도 중장기적으로 이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이다. 단적으로 사법개혁안은 이익집단의 태클에 10년째 국회를 맴돌고 있다. 사실 이런 법안이 한두 개가 아니다. 또한 변호사 집단만큼이나 힘이 있는 이익집단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삼성을 포함한 몇몇 재벌, 시장지배적 언론, 토건족, 모피아, 사학재단, 노조, 농민단체, 변협과 의협을 비롯한 몇몇 전문직 협회 등등 줄잡아 수십 개가 된다.

이들은 의원내각제 하에서 엄청난 괴력을 발휘할 것이다. 이들에 맞서서 공공성을 견지할 정치권은 어떤 모습일까? 한국 보수와 진보의 본산으로 자처하는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3년 6개월이나 붙잡고 있던 여당의 국민 연금법개정안을 저지하려고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안- 소득의 9% 그대로 내고 40% 수준으로 받는 안-을 공청회도 상임위도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기습 상정하는 변칙을 행사했다.

결국 여당안과 이들의 안이 둘 다 부결되어 하루 800억원의 잠재 연금 부채가 발생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당장 2~3조원이 드는 기초연금법안은 거의 전원 합의로 통과시켰다. 설상가상으로 국민연금법 부결에 대한 책임을 유시민장관에게 돌리는 작태를 서슴지 않는다. 이렇게 하다 보면 결국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고, 줄여도 금방 표가 나지 않는 국방비를 줄이자는 쪽으로 치닫기 십상이다. 이는 전형적인 화전민적 행태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거대 야당은 사립학교 재단이라는 거대 이익집단에 휘둘려 국회를 파행시켜, 결과적으로 수많은 법안의 정상 처리를 방해하였다.

2004년과 2006년에는 상임위장(특히 모든 법안의 검문소 역할을 하는 법사위) 배분 문제로 근 2달 가까이 국회를 공전시켰다. 작년 11월 말에는 무려 3000개의 미처리 법률안이 쌓여있는 상태에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본회의 표결처리를 막기 위해 본회의장을 폭력 점거하였다. 부동산과 교육 문제에서 보듯이 여.야 할 것 없이 제대로 된 진단 하나, 대안 하나 낸 적이 없다. 관료의 입법에 대한 영향력을 비난하지만 관료를 능가할 경륜으로서 관료라는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는 능력을 보여준 의원은 별로 없다.

김대중 대통령 이전까지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자신들의 정치적,정책적 경륜 발휘를 막는다고 아우성이었는데 노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혁파하고, 당의 요구대로 당정 분리를 해주었지만 억눌린(?) 경륜을 발휘한 흔적은 없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대통령제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아직은 크게 떠들지는 않지만….

한마디로 의원내각제는 논리적으로만 보면 대단히 선진적인 제도지만, 한국 국회의 모럴과 능력을 감안하면 현실에서는 대단히 반동적인 제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한다. 더군다나 지극히 기형적인 대통령제를 만들어 놓고도 아무런 책임의식도 없고 고치려고도 하지 않는 정치 집단들이 제대로 작동하는 내각제를 만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긋지긋한 구태의 재현

헌법은 본래 정치인의 사적 이익과 정치집단의 사적 이익이 격렬하게 충돌하고, 동시에 이들의 이익과 다수 국민들의 이익이 격렬하게 충돌하는 최상위 게임규칙이다. 따라서 국민적 이익을 극대화 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정치집단이 공동체의 이익을 가장 강하게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주요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금, 그리고 정치학적으로도 공동체의 이익을 상대적으로 강하게 의식할 수 밖에 없는 단임 대통령의 임기 말인 지금이 국민적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좋은 조건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 호조건을 노대통령은 사전 뜸들임 없이 너무 늦게 전격적으로 개헌 논의를 제안하므로서 살리지 못하였고, 시민사회 역시 외면함으로써 살리지 못하였다. 물론 ‘대통령제 부분적 정상화 개헌’이 성사되지 않은 결정적인 책임은 어디까지나 한나라당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소아적 대응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응징을 하는 것도 실패하였다. 반면에 헌법 개혁의 핵심 기조조차 합의 하지 않고, 개혁이 될지 개악이 될지 모르는 상태로 ‘헌법 변경’의 백지 수표를 한나라당과 18대 국회에 넘겼다.

물론 국민투표라는 절차가 있는 한 헌법 변경의 백지 수표를 행사하려는 정치 세력의 시도가 쉽사리 관철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헌정사가 보여준 지긋지긋한 구태가 재현될 가능성은 높다고 보아야 한다. 대승적 견지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부자몸조심 논리로 헌법 개정 논의조차 회피한 정치 집단이 제안하는 어떤 형태의 게임규칙 변경 시도에 대해서도 나머지 정치 집단이 소아적인 논리로 대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결국 폭력과 대항의 악순환이자 지긋지긋한 구태를 의미한다.

다시 머리띠를 매야 할지도…

노대통령의 개헌 발의 철회로 헌법 개혁은 좌절 된 것이 아니다. 좌절 된 것은 대중 운동의 개입 없이, 국가의 미래를 위한 정치권의 자율적 대승적 합의에 의한 순차적 헌법 개혁이 좌절 된 것이다. 선진적이고 성숙된 정치에 대한 ‘혹시나’ 하는 기대가 ‘역시나’ 좌절 된 것에 다름 아니다.

사실 지난 1월 9일 노대통령의 개헌 발의 용의 표명이 없었다면 이 반동적이고 기형적인 현행 헌법 개혁 논의는 18대 국회에서도 주요 현안으로 등장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어떤 헌법 조항 하나도 정치적 이해득실과 무관한 조항이 없기에 도덕적 자부심이 강하지 않은 지도자는 감히 헌법 개혁을 언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도덕적 자부심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노대통령의 주요한 업적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세련되지 못한 철회 방식으로 인해, ‘자기를 위한 헌법 변경’충동이 강한 정치 집단에게 백지 수표를 위임한 것은 결과적으로 20년 전과 달리 미력하기 이를 데 없는 시민사회와 대승적 정치세력에게 무거운 짐을 떠 넘긴 것을 의미한다. 이 손익계산서가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는 시민사회와 대승적 정치세력의 정치.사회적 힘에 달려있다.

시민사회와 대승적 정치세력의 요구의 핵심은 제대로 작동하는 대통령제와 주권재민의 원칙에 충실한 좋은 헌법이다. 올해는 대선 공약화 과정에서 이 요구를 관철하고, 내년 이후에는 공약을 이행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는 다시금 대중 운동 방식에 의한 정치 개입을 준비해야 할지 모른다. 어쩌면 탄핵 사태 이후 처박아둔 낡은 머리띠를 다시 매야 할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사회디자인 연구소 이사로 있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사회디자인 연구소 이사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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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전 김대호산업경영연구소 소장(2005) 전 대우자동차기술연구소 차장(2003) '노무현 이후-새시대 플랫폼은 무엇인가?-'(2009) '희망한국프로젝트'(공저)(백산서당, 2007) '진보와 보수를 넘어'(백산서당, 2007) '한386의 사상혁명'(시대정신, 2004) '대우자동차 하나 못 살리는 나라'(사회평론,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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