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증으로 쓰러지고 7년만에 외출"

문산읍 전갑식씨 "휠체어택시 덕분"

등록 2007.04.17 17:52수정 2007.04.1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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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 단 한대에 불과해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들에게 큰 불편을 줬던 휠체어 택시가 4월말이면 총 4대로 늘어난다.

진주시는 평거종합사회복지관과 진주시장애인복지관에 각각 1대씩 위탁한 총 2대에 대해서만 인건비를 비롯한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척수장애인협회에서 4개월 가까이 운영하고 있는 휠체어 택시 1대와 오는 26일 지체장애인협회가 중앙로타리클럽으로부터 기증 받아 운영할 택시 1대 등 민간차원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진주시는 ‘예산상의 문제와 관련 규정상 지원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진주지역 장애인들은 휠체어 택시의 증가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진주시가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현실에 대해 갑갑해하는 눈치다.

지난 11일 수요일 장애인복지관에는 목욕봉사 하러 온 공군부대 장병들로 활기에 넘쳤다. 2004년부터 복지관에서 시작한 목욕 봉사 행사에, 공군장병들의 참가로 수요일마다 30여 명 넘게 목욕이 가능해졌다. 이에 이용을 바라는 장애인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지만, 집 밖을 나서기는 쉽지 않다.

a 전갑식 씨가 기사의 도움으로 휠체어택시에 탑승하는 모습

전갑식 씨가 기사의 도움으로 휠체어택시에 탑승하는 모습 ⓒ 강무성

목욕과 재활치료, 운동 등을 하러 외출한 장애인들의 절실한 교통수단은 장애인 휠체어 택시였다. 기자도 이날 한 택시기사와 동행해 지역 내 이동권 문제에 대해 짧게 체험했다.

먼저 택시를 타고 가본 것은 문산읍 소문리에 사는 전갑식(63)씨 댁. 그는 7년 전 뇌졸증으로 쓰러졌다. 자식이 없어 부인과 함께 거의 집에서만 생활한다는 전 씨는, 장애인복지관에 3개월 전에 자원봉사자를 통해 소식이 알려져 휠체어택시를 이용하게 됐다. 목욕을 위해 그의 집을 찾아갔을 때, 전 씨는 밝게 웃으며,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연신 “고맙습니다”를 반복한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했던 그의 부인은 “7년이 넘도록 방과 마루에만 있었는데, 일주일에 두 번이나마 외출이 가능해 행복하다”며 “과거 한 달에 한 번 병원에 힘겹게 찾아갈 때와 비교하면 다른 세상을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노부부를 장애인복지관에 데려다 준 뒤, 칠암동으로 향했다.


이날 운동을 하기위해 장애복지관을 찾게 된 김경수씨 역시 8년 전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는 집에서 나올 때부터 조심스러웠다.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으니, 경사로를 임시방편으로 만들었고, 그의 아내는 ‘젖 먹던 힘까지’다해 조심스레 휠체어를 골목길까지 끌어 내린다.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집이라 경사로를 완만하고 길게 할 수 없었던 것. 골목길을 벗어나 휠체어택시가 주차된 곳에 다다르자, 잠시 난관에 봉착한다.

높은 턱이 가로놓여 있었다. 함께 한 휠체어 택시기사가 도움으로 가까스로 도로 위에 나선다.

a 너무 높은 경사로... 김경수 씨는 "본인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너무 높은 경사로... 김경수 씨는 "본인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 강무성

휠체어 택시를 타고 오면서 김경수씨는 “집에 차가 있어도 이동하는 것 자체가 그동안 고역이라, 아내에게 부담이 될까봐 병원 등 최소한의 외출이 아니면 힘들었는데 지금 일주일에 두 번이나마 이용할 수 있어 꿈만 같다”며 “예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 포기했었는데, 앞으로도 (택시가) 계속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시 장애인복지관으로 돌아와, 집 방향이 같은 장애인 2분과 그의 가족을 태웠다. 집까지 태워드렸지만, 공통적으로 높은 턱이 이들의 앞을 가로 막았고, 힘겹게 집에 가서도 높은 계단이 놓여 있었다. 부축을 하며, 집안에 들어가자 이들이 평소에 누워있는 좁은 방이 보였다. 이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외출을 하게 된 것만으로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만나본 장애인들은 공통적으로 “여러 여건 때문에 집 밖을 나서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지만, 그나마 휠체어 택시를 이용해보니 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면서 “진주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차량확보 및 예산지원 등을 통해 휠체어 택시를 늘려나가야 하다”고 입을 모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진주신문(www.jinjunews.com) 852호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진주신문(www.jinjunews.com) 852호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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