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8가'를 부른 가수 손현숙이 처 싱글음반을 냈다.손현숙
1990년, 1991년 연속 KBS 가요대상을 수상하며 인기를 끌었던 가수 변진섭에겐 '희망사항'이란 큰 히트곡이 따라다닌다. 그런데 이 곡은 원래 부록 곡이었다. 변진섭은 이 곡을 앨범 마지막에 '재미삼아' 수록했다. 프로듀서였던 작곡가 하광훈은 아예 앨범에 수록하는 것 자체를 반대했다. 하지만 이 곡이 변진섭을 상징하는 노래가 될 줄 그 누가 알았을까.
1997년 대박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에서 안재욱은 원래 차인표와 최진실을 빛내주기 위한 조연이었다. 그러나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시청자의 관심은 안재욱에게 쏠렸고, 드라마는 안재욱-최진실 구도로 급격히 재편성됐다. 그리고 이후 안재욱은 한류스타의 길을 걷게 됐다.
이처럼 감상자들은 기획자의 의도와는 달리 전혀 다른 선택을 내리곤 한다.
그룹 '천지인' 보컬 출신으로 '청계천8가'를 부른 가수 손현숙의 첫 싱글 음반 '노래이야기1-문답무용'을 들으면서 든 생각이다. 문답무용(問答無用)은 이 음반의 타이틀곡이다.
'바위처럼'을 작곡한 유인혁이 글을 쓰고 곡을 만들었다. 1990년대 초 유인혁은 대단했다. 당시 노래그룹 '꽃다지'의 합법음반 1집 프로듀싱을 맡으면서 '바위처럼'을 작곡했으며, 그 곡이 대학가 유행가가 되었다.
그런 그의 노래가 타이틀곡이라니 기대가 컸다. 이 곡은 '노래로 엮는 수필집'이란 음반 성격에 맞게 '가장 소중한 것'을 묻고 답하는 내용의 곡이다. 그런데 별로다. 세 번을 들었지만 감흥을 느낄 수가 없었다.
시인 정호승의 시에 곡을 붙인 '내가 사랑하는 사람', 손현숙이 직접 글을 쓰고 곡을 붙인 '자화상', 김은수가 글과 곡을 맡은 '사랑의 노래' 등 나머지 곡도 전체적으로 지난 1, 2집과 비교하면 실망이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을 들어도 느낌이 없었다. 음악 감상이 주관적이라는 것을 이해해준다면 이번 음반은 1, 2집에 비해 울림이 적었다. 뭔가 제대로 버무려지지 않은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