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총기소지 문제에 대해 자유로운 정치인은 거의 없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총기소지 문제로 논란을 벌일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백악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앨 고어와 존 케리도 총기 문제를 건드렸다가 패배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1999년 4월 콜로라도 주 콜롬바인 고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13명이 숨지자 당시 앨 고어 부통령은 총기 규제를 포함한 청소년 범죄 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1년 뒤 이 법안은 하원에서 갑론을박을 벌이다 폐기됐다.
고어는 2000년 대선에서 총기 규제를 언급하면서도 "사냥 등 스포츠로 총기를 즐기는 것은 제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미국총기협회(NRA)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았다.
18일 AP통신은 "2000년 대선 때 고어가 총기 찬성 지지가 압도적인 농촌 지역에서 결정적인 패배를 할 것으로 예상됐다"며 "많은 정치 분석가들은 총기 규제 찬성 때문에 고어가 2000년 대선에서 패배한 것으로 본다"고 보도했다.
2004년 대선 때 민주당 존 케리 후보는 미 수정헌법 2조를 옹호했다. 그러나 미국총기협회는 "우리는 지난 20년간 당신이 총기 소지 권리에 반대했음을 알고 있다, 케리는 미국의 총기 소유자를 우롱하고 있다"고 광고를 내보냈다.
지난 1871년 창설된 NRA는 46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미 최대의 로비 단체다. 이들의 로비 공세에 당해 낼 정치인은 드물다. 현재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원래 총기 규제를 찬성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총기 제한은 (연방정부가 아니라) 각 주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식으로 한발 뺐다.
지난 1990년대 이래 총기 규제에 관한 미국민들의 지지도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도 지적된다.
CNN에 따르면 올해 1월 여론조사 결과 좀 더 엄격한 총기 규제에 찬성하는 비율은 49%로 1990년 이래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1994년 이후 점차 범죄율이 낮아지는 것이 한 이유로 분석됐다.
물론 버지니아 공대 사건과 같은 참상이 벌어지면 다시 총기 규제 지지도가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대중적 분노는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는다.
CNN은 "총기 소지 찬성자들은 총기에 대한 그 어떤 제한도 자신의 권리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하고 투표 한다"며 "그러나 총기 규제 찬성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총기 소지 찬성자들의 행동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표' 앞에선 작아지는 총기 규제 목소리
민주당 소속 찰스 랭글 하원 의원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총기 소지 지지자들은 너무나 영향력이 크다"며 "설사 85%의 사람들이 더 강력한 총기 규제를 지지하더라도 나머지 15%는 훨씬 더 활동적이고 목소리가 크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총기 소지라는 헌법적 권리에 도전하는 것은 대단히 인기 없는 행동이다, 총기라는 민감한 문제를 떠맡고 나설 정치인은 거의 없다"며 "이 문제에 관한 거대한 변화는 먼 미래의 일"이라고 보도했다.
이 때문인지 버지니아 공대 총기 사건이 벌어진 현재 총기 규제에 대한 민주당 정치인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해리 라이드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 "지금은 희생자들을 생각할 때지 미래의 법률 전쟁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력한 총기 규제론자였던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도 "이런 비극을 막을 조치들에 대해 논의할 시간이 올 것"이라면서도 "오늘 우리의 생각과 기도는 희생자들의 가족에게 가야한다"고 밝혔다.
조지 부시 대통령도 ABC TV에 출연해 "물론 정치적 논란이 벌어질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가 이번 사건에 대해 확실하게 알게 될 때까지 그 문제로 논란을 벌일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