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들은 18일,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사건의 용의자가 한국인임을 1면 머리기사로 일제히 보도했다.AP 연합뉴스 이진만
버지니아텍(버지니아공대)에서 일어난 총기난사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미국 교포들은 물론 한국인들까지 공황상태에 빠졌다. 미국 교포들이나 유학생들은 인종 차별에 따른 보복이 있을까봐 두려워하고 한국인들은 한국에 대한 나쁜 인상이 심어지거나 심지어는 향후 비자 면제나 외교 문제에 악영향을 끼칠까 염려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은 물론 주류 언론들까지 범인이 한국인 영주권자인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대통령부터 외교통상부와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미국 사회에 큰 죄를 지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조승희씨의 것으로 보이는 개인 웹사이트까지 공격했다고 한다. 이들의 행동은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인간에 대한 분노와 무고하게 살해당한 사람들에 대한 애도가 아닌,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느끼는 수치와 한국인 조씨에 대한 비난에서 비롯됐다.
한국은 집단주의 문화 - 미국은 개인주의 문화
미국 교포들은 물론 한국인들까지 공황상태에 빠진 것은 문화 차이 때문이다. 문화 구분으로 가장 흔하게 이용되는 것은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문화 구분이다. 개인주의 문화권은 북미와 서유럽 등 우리가 흔히 서양사회라 일컫는 곳이고 그 외 지역은 대부분이 집단주의 문화 성향이 강하다.
또한 개인주의 문화는 산업화가 진전되고 민주주의가 발전될수록 더욱 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개인주의 문화라 해서 집단주의 성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집단주의 문화라 해서 개인주의가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이 문화 구분은 한 사회와 그 구성원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한국 사회의 경우 강한 집단주의 문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물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이번 사건과 같은 상황에서는 집단주의 성향이 첨예하게 드러난다.
집단주의 문화에서의 개인은 집단에 대한 소속감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자기소개를 할 때 내가 어떤 사람인가 보다는 어느 회사, 어느 지방, 어느 학교에 소속됐는지 등을 밝히는 것도 집단주의 성향 때문이다.
그리고 집단과 개인의 이익이 충돌했을 때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절박한 상황에서 국가, 학교, 직장, 가족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리고 자신이 속한 집단이 비난을 받으면 그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수치심이나 죄의식을 느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철저하게 개인의 이익이 우선이다. 국가, 학교, 직장의 이익은 자신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인정된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행동은 이기적이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이런 이유로 개인의 이익이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는 심한 비난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