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대신 재롱잔치에 참석했던 정민이가 동생 정민을 업고 집으로 가는 모습입니다.낮은산
1500원짜리 생태 앞에서 망설이는 정민을 보고, 차비 아끼려 먼 길을 마다 않고 장을 보러 걸어가는 정민을 보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동민이 재롱잔치에 엄마 대신 온 정민이는 같이 사진 찍고 자장면 먹자는 이웃 아주머니의 호의를 뿌리친다. 그런 후 호주머니 톡톡 털어 동생에게 어묵을 사주는 정민이의 마음을 이해 할 것 같다.
<빡빡머리 엄마>를 읽으면서 내 주위에도 분명 정민이네처럼 어려운 형편에 놓인 이웃이 있을 텐데, 그런 이웃들이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
예전엔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것 같은데, 요즘은 이웃의 형편을 알고 지내는 경우도 드물 뿐더러, 도움을 주고 받는 것도 기관에 의해 제도화 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나를 비롯한 일반인들은 국가에 세금을 내는 것으로 의무를 다했다 생각하고 기관에 책임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기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형식적인 부분이 많아 경제적 손실도 많고, 인간 간에 나누는 정을 느끼기 어렵다. 예를 들어 정민이네 세탁기가 고장난 것을 이웃 중 누군가 알았더라면 중고 세탁기라도 구해다 줄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엄마가 3개월째 집을 비우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생태찌개를 넉넉히 끓여 같이 나누어 먹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정민이네는 그런 이웃이 없었다. 나 역시 그런 이웃이 되어 주고 있지 못하다. <빡빡머리 엄마>를 통해 계약직 파업근로자와 그 가족이 겪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단순히 이해로 끝나서는 안 될 것 같다.
무엇보다 먼저 가까운 이웃에게 친근감 있는 인사를 주보 받는 일부터 해야겠다. 그래야 내가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들에게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이 무엇이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빡빡머리 엄마/ 박관희 지음 / 낮은산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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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머리 엄마
박관희 지음, 박해남 그림,
낮은산,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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