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분향소 주변과는 달리 학교 도서실에는 중간고사와 취업준비를 하기 위해 몰려든 학생들로 붐볐다.손기영
점점 학생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열사문화'에 대해 중앙대 진중권 교수는 그의 저서 <폭력과 상스러움>에서 그 위험성을 함께 지적하면서 "열사문화는 자칫 대의만 올바르면 언제라도 목숨을 바쳐야 한다는 병적인 생각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며, 실제로 80년대와 90년대의 운동과정 속에서 '열사의 인플레이션'현상이 나타났고 한편으로는 연쇄자살의 드라마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운동을 하다 목숨을 잃은 모든 이를 '열사'로 만드는 괴상한 문화가 확산되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굳이 안 죽어도 될 사람이 죽었을 경우에는 그 이를 열사로 만들어 기리는 것보다는 본의 아니게 열사가 되는 사람이 없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대의'라는 괴물은 개인생명의 소중함을 챙겨주기 보다는 그것을 먹고 자라기를 바라는 법." 이라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투쟁열사들이 그들의 몸을 바쳐 지키려 했던 '거대담론'들이 요즘 대학생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진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대중적 감수성의 탄생>의 저자 강심호 씨는 "90년대 초반 동구권 붕괴라는 사건은 절대화된 이념을 의지하고 신념처럼 간직했던 당시 대학생들에게는 그것을 둘러싸고 있던 신성함을 유행 속에 풍문처럼 사라져 버리게 만들었고, 갑작스런 삶의 기준이나 판단의 척도가 사라져버린 상황 속에서 우리사회의 많은 대학생들이 방황하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념의 불균형과 혼란 상태를 틈타, 90년대 중반이후부터 불야성을 이룬 자본주의는 독주하게 되었고 이는 '신자유주의'로 변모해, 좋은 직장과 높은 지위 그리고 마술사와 같이 모든 것을 얻게 해주는 부와 돈 등을 인생의 행복을 위한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자리잡게 만들었으며, 학생들에게 끊임없는 경쟁과 자본논리가 주입된 결과 학생들은 점차 '현실 순응적'으로 길들여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