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를 구석에 몰았고
단 하나의 선택권만 주었다"

조승희씨, 1차 범행 직후 찍은 '셀프 동영상' 미 NBC 방송에 보내

등록 2007.04.19 08:32수정 2007.04.1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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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19일 오전 11시 05분]



버지니아텍(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의 범인인 조승희씨가 지난 16일(현지시각) 기숙사에서 첫번째 총격 사건을 저지른 직후 미 NBC에 우편물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미 NBC 방송의 스티브 캐퍼스 사장은 18일(현지시각) 오후 "오늘 오전 조승희씨가 범행 직후 보낸 우편물을 받았다, 우편을 받자마자 바로 미연방수사국(FBI)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NBC 방송 인터넷판(www.msnbc.msn.com)에 따르면 이 우편물에는 첫번째 범행 직후 찍은 사진과 비디오, "나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동영상에서 조씨는 "너는 오늘을 피할 수 있는 수억 번의 기회가 있었다…그러나 너는 나의 피를 흘리도록 결정했다. 너는 나를 구석에 몰았고 단 하나의 선택권만 주었다. 결정은 너의 것이다. 이제 너는 너의 손에 결코 지워지지 않을 피를 묻혔다."고 말했다.

동영상은 조씨가 컴퓨터의 카메라로 찍은 것이다. 조씨는 범행 직후 이 동영상을 찍은 뒤 23개의 파일로 나눠 글에다 끼워 넣었다. 29장의 사진은 조씨가 권총으로 정면의 카메라를 겨냥하는 모습, 칼을 들고 있는 모습, 총알을 책상위에 정렬해 놓은 모습 등이었다.


이 우편물 봉투에는 지난 16일 오전 9시1분 버지니아 공대 우체국 소인이 찍혀있었다. 이는 조씨가 기숙사에서 여자 친구와 사감 등 2명을 살해한 뒤 1시간45분 뒤의 일이다.

즉 조씨는 첫번재 범행을 저지른 뒤 자기 방에 와서 NBC에 보내기 위한 동영상과 사진, 글 등을 제작하고 다시 두번째 범행을 저질렀던 것이다.


버지니아주 경찰 당국자는 글과 영상들이 담긴 이 우편물이 "이번 수사에서 아주 새롭고 중대한 단서일 수 있다"며 "지금 이의 가치를 분석, 평가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조씨의 발언 일부와 MSNBC 홈페이지에 실린 사진 중 일부.

"너는 내 가슴을 짓밟고 영혼을 능욕했으며 양심을 불로 지졌어. 너는 어느 한심한 녀석의 삶을 짓밟는 것이라고 생각했겠지. 연약하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단도 없는 후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나는 예수그리스도처럼 죽는다. 다 네 덕이야.

너는 얼굴에 침 뱉음을 당하고 목구멍에 쓰레기를 쑤셔 넣는 기분을 아니? 제 무덤을 제 손으로 파는 기분을 알아? 양 귀 끝까지 목을 칼로 난도질 당하는 기분을? 산채로 불에 태워지는 기분이 어떤지도? 너는 십자가에 매달려 조롱을 당하는 기분이 어떤지 아니? 또 너의 즐거움을 위해 피를 흘리는 기분을? 너는 일생에 단 한 번도 고통을 느낀 적이 없겠지. 단지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네 삶에 스스로 고통을 가한 적이 있니?

너는 원하는 것을 모두 가졌어. 이 창녀야 너는 벤츠로도 부족했지. 속물 덩어리 너는 금목걸이로도 만족하지 못 했어. 네 신탁자산도 네겐 부족했고. 보드카, 코냑도 충분하지 않았고 그 모든 향락에도 너는 만족하지 않았어. 이 모든 것이 너의 쾌락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던거야. 너는 모든 것을 가졌어."


조승희씨가 지난 16일 오전 첫번째 범행 직후 미 NBC 방송에 보낸 우편물에 들어있던 동영상의 한 장면. ⓒ NBC 홈페이지
조승희씨가 지난 16일 오전 첫번째 범행 직후 미 NBC 방송에 보낸 우편물에 들어있던 동영상의 한 장면. ⓒ NBC 홈페이지

조승희,'부자에 대한 복수'가 범행 목적
NBC에 보낸 '선언문' 내용... 편지폭탄 테러범 '유나보머' 모방한 듯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버지니아공대(버지니아텍) 총격 참사사건의 범인 조승희(23)가 미NBC TV에 자신의 범행 목적을 설명하는 우편물을 보낸 것은 자신의 범행을 개인적 차원이 아닌 대의에 위한 '테러'로 합리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그간의 조사 결과 정서 장애를 겪어온 조씨가 내면에 분노를 가뜩 지닌 채 외톨이로 지내오다, 사회에 대한 분노를 일시에 분출한 것을 범행의 배경으로 이해하고 있으나 직접적인 동기는 명확히 밝혀내지 못해왔다.

조씨는 지난 2005년 11월과 12월 두 여학생을 각각 스토킹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으나 정작 두 여학생은 화를 면했으며, 그가 가장 먼저 기숙사에서 살해한 여학생도 조씨와는 특별한 연관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웬델 플린첨 버지니아텍 경찰서장은 "조씨로 부터 스토킹을 당한 두 여학생은 모두 대량 살상의 피해를 면했다"고 말하고 또한 "조씨와 희생자 32명간의 명확한 연결 고리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고 언급, 조씨의 범행이 특정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것임을 시사했다.

조씨가 NBC 스티브 캐퍼스 사장 앞으로 보낸 문제의 소포에는 자신이 미리 준비한 장황한 내용의 선언문과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총을 든 남자 모습의 사진, 비디오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들은 조씨가 보낸 소포를 조씨의 '선언문'(Manifesto)으로 명명했다.

조씨는 이 선언문을 통해 부자에 대한 분노를 표하고, 이들에 대한 복수를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자신의 범행이 개인적인 복수가 아닌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한 것임을 주장한 것이다.

그의 이러한 수법은 지난 1970년~1990년대 이른바 '유나보머'(Unabomber)라고 불린 연쇄 편지 폭탄 테러범 시어더 카진스키가 '유나보머 선언문'이라고 명명된 '산업 사회와 미래'라는 제목의 편지를 통해 현대 기술 문명 위험성 경고를 자신의 범행 목적이라고 주장한 것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테러로 3명을 숨지게 하고 23명을 부상시킨 카진스키에게 '유나보머'란 별명이 붙은 것은 그가 주로 대학(University)과 공항(Airport)에 우편 폭발물을 보낸데 따른 것이다.

nhpark@yna.co.kr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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