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갈이와 열무로 봄을 무쳤어요

수제비집에서 먹던 그 김치의맛

등록 2007.04.19 19:46수정 2007.04.19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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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절이 김치
겉절이 김치정현순
혼자 늦은 점심을 먹었다. 아침에 새로 꺼낸 김치에서 신 맛이 난다. 김치가 신맛이 나는 것을 보면 봄이 한가운데 와 있긴 한가보다. 햇김치가 먹고 싶어졌다. 잠시 묵은 김치를 한입 베어 먹다가 며칠 전에 갔던 수제비집의 맛깔스런 김치 맛이 생각났다. 얼갈이와 열무를 섞어 만든 김치의 맛은, 약간 묵은 듯하면서도 싱싱하고 깔끔했다. 그 집은 언제 가서 먹어도 김치 맛이 변함없다.


그 집 김치는 딸아이가 둘째 손자를 가졌을 때 무척 많이 먹었던 김치이기도 하다. 그때 딸아이는 그 집에 수제비를 먹으러 간 것이 아니라 그 김치를 먹으러 간 거나 진배없었다. 수제비는 얼마 안 먹고 김치만 몇 접시 먹었었다. 딸아이가 입덧을 하는데 이 집 김치가 입에 맞는다고 하니깐 주인은 얼마든지 먹으라면서 큰 대접에 한가득 갖다 주었었다.

얼갈이와 열무를 깨끗이 씻어서 소금을 뿌려 놓는다
얼갈이와 열무를 깨끗이 씻어서 소금을 뿌려 놓는다정현순
찹쌀(혹은 밀가루)풀을 끓여 식인 후 양념을 만들어 놓는다
찹쌀(혹은 밀가루)풀을 끓여 식인 후 양념을 만들어 놓는다정현순
묵은 김치 맛은 한물가고 햇김치가 생각나면 진짜 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남편이 묵은김치가 시다고 말한 것도 생각났다. 마침 목요(19일)장터가 서는 날이라 점심은 대충 해결을 하고 장터로 갔다. 밭에서 방금 뽑아 온 열무와 얼갈이배추를 5천원어치를 사고 파와 햇양파도 샀다.

양념을 살살 무쳐준다
양념을 살살 무쳐준다정현순
통에 담아 보관한다
통에 담아 보관한다정현순
집에 돌아와 얼른 다듬어 소금에 살짝 절였다. 너무 오래 절이면 질겨진다. 약간 덜 절인듯할 때 살살 씻어준다. 잘못하면 풋내가 나니깐 갓난아기 목욕 시키듯이 살살 씻어 건져 준다. 봄김치는 살짝 절여서 금세 무쳐 먹어야 봄기운을 느낄 수 있기도 하다.

얼갈이와 열무가 절이는 동안 찹쌀풀 혹은 밀가루로 풀을 쑤어 끓여준다. 끓인 풀이 식으면 고춧가루에 파, 마늘, 새우젓(까나리)요즘 나온 연한 햇양파, 설탕약간, 나머지 간은 소금으로 맞추고 골고루 섞어준다. 잘 섞어진 고춧가루 양념에 씻어 물기를 뺀 얼갈이와 열무를 넣고 이번에도 역시 아기 다루듯이 살살 버무려 준다.

잘 버무려진 김치는 김치통에 넣고 한 접시 정도 남겨 놓는다. 한 접시 정도 남긴 김치에는 참기름, 깨소금, 설탕 입맛에 따라 식초 약간을 넣어 다시 살살 무쳐준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와 약간 새콤하고 싱싱한 겉절이 김치가 입맛을 돋워 주는 듯하다.


김치를 버무리는 동안 딸아이 생각이 많이 났다. 이번 김치가 조금 익어서 그 집 김치 맛과 비슷해 졌으면 좋겠다. 지금도 딸아이가 그 집 김치 맛을 좋아하겠지. 주말에는 오라고 해서 조금 덜어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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