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병이 재일학도병보다 못합니까?"

미국으로 이민간 소년병의 편지..."소년병도 대한민국의 소중한 얼굴"

등록 2007.04.19 18:56수정 2007.04.1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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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한국전쟁 참전 소년병을 다룬 <오마이뉴스>의 보도(5회)를 접하고 '6·25 참전 소년지원병 전우회' 전미주지회에서 18일 팩스를 통해 보내온 편지이다. 전미주지회의 변덕인 회장은 15살(사리원 제1중 2학년)의 어린 나이에 입대해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이후 월남전도 치렀다. 그는 퇴역한 뒤 76년 12월 미국으로 이민갔다. 또 박영근 수석부회장은 덕수상업중 5학년 때(17살) 입대해 한국전쟁을 치르다가 중공군의 포로로 잡혀 북송되다가 극적으로 탈출했다. 그는 퇴역 후 덕수상고 3학년으로 복교했지만 전쟁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81년 8월 미국으로 떠났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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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6·25 참전 소년지원병 전우회 전미주지회에서 <오마이뉴스>에 보낸 편지. ⓒ 오마이뉴스


버림받은 6·25 참전 소년병들의 명예를 위해 그 역사적인 정당성을 언론을 통해 기사화하는 <오마이뉴스>의 노력에 미주소년병전우회를 대표해 감사드립니다.

6·25로 말미암아 소년병(미성년자)들은 나라의 운명이 백척간두의 기로에 섰을 때 용감하게 자원 입대했거나 더러는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강제로 징집돼 군번을 받고 정규군으로 참전했습니다.

비극의 전쟁무대로 나간 소년병들은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할 아동들이었고, 병역의무가 없는 국민이었습니다. 그 법적 근거 등을 떠나 우리 모두가 자식을 키우는 부모된 처지에서 나이 어린 자식을 전선 최일선 소총중대의 소총병으로 내몰아 총알받이로 앞세웠다는 역사적 사실을 휴전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정부가 공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개탄합니다.

정부는 언제까지 소년병을 외면할 것인가?

소년병들은 '국가유공자로 예우해 달라'고 주장해왔습니다. 독립군, 재일학도병, 5·18민주화운동 참여자 등이 돈(연금)을 받으려고 투쟁했습니까? 물론 그 명예회복(공훈 인정)만으로 될 일입니다.

하지만 소년병들은 명예와 연금을 동시에 받고 있는 그들보다 그 희생과 공헌이 부족하지 않습니다. 소년병들은 형평에 준하는 예우를 정당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주었으면 합니다.

소년병들은 불리한 조건(정신적, 신체적)에서 장정(성인)들과 행동했으며 소금국과 주먹밥을 먹었고, 평균 키가 5cm나 자라서 휴전을 맞은 노병들입니다. '힘없는 정의와 양심은 손해본다'는 누구의 말처럼, 소년병들은 속절없는 세월 속에서 버림받은 심정으로 환멸을 느낍니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정당한 우리의 주장을 외면하고 있는 정부와 국회는 조속히 공식의견을 밝혀주기를 바랍니다.

이곳 소년병 미국 시민권자 및 영주권자들은 우리의 정당한 주장을 정부가 끝내 외면하고 그 역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기자회견 등을 통해 소년병들의 인권 및 형평의 불이익을 망각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할 것입니다.

일본의 야만적인 군 위안부 동원을 상기시켰듯이, 14-17세의 미성년자 2만여명을 전선에 동원하고 2000여명을 전사시킨 사실을 국제사회에 환기시키고자 합니다.

반세기 지난 지금까지 소년병들에게 한마디 위로도 해주지 않고 그 명예를 부정하고 있는 것을 사실을 세계에 알리고, 미 시민의 여론과 의회, 유엔 등에 호소하는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을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버림받고 힘없는 소년병들도 하나님의 축복을 받고 사는 나라의 소중한 얼굴입니다. 수년을 거쳐 정부와 국회(국민) 및 언론에 외롭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역사적인 우리의 주장을 줄기차게 알려 주리라 믿습니다.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위해 소년병들의 장한 기개를 드높이고 언론이 찬양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7년 4월 17일

6.25참전 소년병 전우회 전미주지회
회장 변덕인 수석부회장 박영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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