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백수연대 대표이자 희망청 센터장인 주덕한씨.오마이뉴스 김대홍
이후 생긴 게 백수 방송국이다. 이 방송국은 청소년·청년문제와 함께 백수들의 고민을 주로 듣는다. 집에서 은둔하거나 사람들과 접촉하기를 꺼리는 청소년들이 백수 방송국에는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방송국 사람들 또한 자신과 똑같은 처지기 때문이라는 것.
이날 사업아이템을 찾아 돈을 버는 백수 사례도 소개했다. 대학졸업 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백수 A씨는 집에 있는 중고 책을 스캐너해서 올린 뒤 쇼핑몰을 차렸다. 반응은 예상외로 뜨거웠다. 주위의 중고 책까지 올려 가지 수를 늘린 현재 A씨의 월수입은 우리 돈으로 300만 원 가량 된다.
백수인 B씨는 자신의 경험담을 아이템으로 삼아 블로그를 개설했다. 그가 내세운 아이템은 '난파(ナンパ)'.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길거리 헌팅이다. 이 독특한 아이템의 블로그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B씨는 광고를 유치해 일정한 수입을 올리기 시작했다.
백수 C씨는 백수 방송국에서 일을 하는데, 일정한 시간마다 방송 몇 분 남았다는 표시판을 올리는 게 일이다. 아주 단순한 일이지만 이 일을 하면서 C씨가 우울증에서 벗어났다고 주 대표는 설명했다.
"A씨와 B씨를 백수로 볼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선 "일본에선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아가는 '프리터족', 은둔형 외톨이인 '히끼꼬모리' 등 백수의 범위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백수는 사회의 완충장치
주 대표는 20대 후반의 니트(NEET)족 청년무업자들(남자가 80%)이 주요 프로그램 참가자인 '소다테아게' 네트를 소개하며, '젊은이가 젊은이를 도와준다'는 운영방법을 소개했다. 여기서 니트는 일본에서 보통 15-34세 사이의 취업인구 가운데 미혼으로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서 가사일도 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여기선 '소다테아게' 네트 졸업생들이 운영스태프가 되어 신입생들을 돕거나 이용자들에게 자신의 은둔 극복, 취업 성공담을 들려줘 자신감을 갖도록 하고 있었다.
주 대표는 일본과 한국 백수의 차이도 설명했다. 일본은 더치페이 문화가 강해 백수는 바깥 활동이 힘든데 반해, 한국은 그렇지 않아 바깥 생활을 많이 한다고. 또한 일본은 선천적 은둔 외톨이가 많은데 비해, 한국은 후천적인 게임 백수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에선 백수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한 이야기도 나왔다. 주 대표는 "백수가 취업 못한 패배자가 아니라 취업자들의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평생직장이 사라지면서 누구나 단기적 백수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행복한 백수문화'가 그들에게 실업의 공포를 줄일 수 있다는 것. 백수가 탄탄한 공동체 문화를 만들면 사회의 완충장치가 될 것이라고 주 대표는 강조했다.
또한 '백수는 빨리 탈출해야 하는 부끄러운 것'이란 인식 때문에 백수들이 다단계에 빠지는 등 오히려 더 열악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백수에 대한 인식을 바꿀 때 백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TV 드라마와 쇼에서 백수를 너무 희화화하는 풍토를 비판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백수는 고달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