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한국의 학살cgfa.sunsite.dk
나폴레옹 점령군에 대항한 스페인 민중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보복과 학살을 그린 고야의 그림에서나,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존엄한 인간의 생명을 압살하는 전쟁의 광기를 경고한 피카소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비인륜적 범죄는 조승희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개인과 집단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라는 구별만이 있을 뿐이다.
동영상을 보면, 조승희는 스스로를 그리스도와 동일시하면서 자신의 극악한 행위가 마치 인류 구원을 위한 희생인 것처럼 강변하는 정신병적 징후를 여실히 보여준다. 악마에 영혼을 빼앗긴 사악한 인간의 전형이다. 그가 산 삶이, 그를 둘러싼 삶의 여건들이(어린 나이에 이방으로 이주한) 아무리 험난한 것이었을지라도 그의 병적인 만행은 연민과 위로조차 아까운 것이다.
그러나 더욱 무서운 것은 우리들 대부분이 언제고 조승희가 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다. 송도 신도시 오피스텔에 몰리는 그 엄청난 청약 열풍이 반증하듯 물질만능과 수단을 도외시한 결과지상주의에 매몰된 우리의 영혼이 병들지 않고 건강하다 말하지 못한다. 가파른 절벽에 위태로이 매달린 꼴이 우리의 모습이다.
무조건 올라가지 않으면 살 길이 없다. 여기 사악한 우리들의 얼굴을 보여주는 한 점의 그림이 있다. 16세기를 살았던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가 그린 <십자가를 진 그리스도>를 보자.
악은 상징이 아니라 인간의 형상으로 그려져 있다. 일그러진 얼굴, 움푹 들어간 눈, 메부리코, 이 빠진 입이 어두운 배경 속에서 두드러진다.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매단 우매한 우리들의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