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22회... 30회를 꼭 채우고 싶다

한 시간의 여유, 기쁜 마음으로 헌혈대에 누웠다

등록 2007.04.20 10:22수정 2007.04.2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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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대에 누워서
헌혈대에 누워서김선태
한 시간 여유가 생기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실버넷에서 운영하는 제5기 수습기자교육이 있는 날, 다른 약속이 있어서 일찍 집에서 나오게 되었다. 출판을 하기로 한 책의 교정본을 돌려주어야 하고, 편집에 대해서 의논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가 없는 일이라서 예정보다 조금 일찍 집에서 나섰다.

신촌에서 교정 책임을 맡은 분을 만난 뒤, 약 10분 정도 걸어서 사무실로 갔다. 직접 작업할 젊은이와 함께 교정본을 보면서 고쳐야 할 부분과 사진의 선명도 같은 것을 가지고 의논을 하였다. 오탈자는 그리 많지 않아서 쉬운 편이었지만, TV 화면을 캡처한 사진이 많아서 별로 선명하지 못한 것이 흠이다. 사진 원본을 다시 보내주어야겠다고 말한다.

필요한 사진이 무엇인지 각 페이지별로 모두 기록을 했다. 다시 찾아서 보내겠다고 약속을 하고 사무실을 나서자 교육장까지 가는데 약 1시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이 시간을 어찌 할 것인지 생각을 해보았다.

'일단 대학 앞이니까 서점에 들어가면 쉴만한 장소가 있을 것이다. 거기 가서 보고 결정을 하자.'

헌혈 기념으로 받은 상품권
헌혈 기념으로 받은 상품권김선태
이렇게 생각을 한 뒤, 전철을 타고 성균관대학을 향해서 떠났다. 도착하니 1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물론 등록 시간까지 한다면 40분 정도 여유지만, 수업이 시작되기 전까지로 계산을 하여 한 시간 정도 여유다.


건널목을 건너서 학교 쪽으로 향하려던 나의 발길을 잡은 것은 '헌혈의 집'이었다. 헌혈을 하지 않은 지 1년이 넘은 것 같았다. 1년에 반드시 2번 이상으로 마음먹었지만, 일부러 찾아다니기가 쉽지는 않았던 탓이다. 그런데 오늘 여유 시간도 있고 마침 헌혈의 집을 보았으니 그냥 지날 수가 없었다.

주저 없이 헌혈의 집 유리창을 밀고 들어서니, 여대생들이 3, 4명 들어와 있었다. 순서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늘 하던 대로 헌혈신청서를 작성하였다. 다 작성을 하여 제출하고 녹차 한 잔을 마시고 있으니 이름을 부른다. 접수대에 가서 문진과 확인을 받고 채혈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손끝에서 채혈을 하여서 혈액형을 확인하고 적혈구 수의 적정성을 확인하고 나서야 헌혈 가능 판정을 받았다.


채혈대에 올라앉아서 자리에 준비된 컴퓨터로 인터넷을 검색하기 시작하였다. 따끔하게 주사 바늘이 꽂히고 곧 이어서 간호사가 말했다.

"혈관이 너무 좋아서 주먹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그래서 손에 쥐어준 스펀지 조각을 내려놓고, 인터넷 검색을 시작하였다. 속도가 느려서 열리는데 한참이나 걸렸다. 다시 내 사이트로 들어가다 보니 이미 채혈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400cc 주머니가 팽팽해져서 불룩하게 솟아올라 있었다.

나의 블로그를 찾아서 겨우 오늘의 방문객 수를 확인하는 정도에 이미 헌혈은 끝났다. 잠시 쉬는 동안에 간단히 블로그를 확인하고 내려 왔다. 잠시 쉬라는 부탁을 듣고 간단한 과자와 차 한 잔으로 갈증을 풀고 앉아 있다가 나서기로 하였다.

헌혈을 하러 들어간 시간부터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40여분 정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은 시간에 내가 어쩜 한 생명을 건지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는 일을 한 것이다. 나는 85년 1월에 적십자중앙혈액원을 일부러 찾아가서 헌혈을 하기 시작한 뒤로 거의 매년 빠지지 않고 헌혈을 해왔다.

헌혈증서
헌혈증서김선태
'1년에 두 번씩은 꼭 하자'고 다짐을 하였지만, 실제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았다. 지나가는 길에 혈액원이 보이면 들어가서 헌혈을 꼭 했지만 일부러 찾아다니기가 쉽지 않았다. 직장이 경기도이기 때문에 시내에 갈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제 정년퇴임을 하였으니 더더욱 나다닐 일이 별로 없는 형편이 되었다.

그래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보이면 꼭 하기로 한 것이다. 여유 있는 한 시간이 나에게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주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오늘까지 22회를 했으니 내가 마음 먹은 대로 30회를 하자면 앞으로 8번이 남아 있다. 만 65세까지밖에 헌혈을 할 수 없다니 이제는 매년 4회씩은 해야 겨우 채울 수 있겠다 싶으니 조급증이 난다. 약속을 했으니 30회는 채워야겠다는 나의 다짐을 지키기 위해서.

가끔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고마운 여유 시간이...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녹원환경뉴스, 디지털특파원,실버넷,개인블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녹원환경뉴스, 디지털특파원,실버넷,개인블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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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아동문학회 상임고문 한글학회 정회원 노년유니온 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한겨레<주주통신원>,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지킴이,꼼꼼한 서울씨 어르신커뮤니티 초대 대표, 전자출판디지털문학 대표, 파워블로거<맨발로 뒷걸음질 쳐온 인생>,문화유산해설사, 서울시인재뱅크 등록강사등으로 활발한 사화 활동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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