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심은 채소들이 꽃이 활짝김선태
어제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바람이 거세어서 작업하기에 몹시 힘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런 날씨에 해야 할 작업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농부의 마음은 내 몸이 젖는다고 작업을 하지 않는, 그런 한가롭고 여유로운 게 아니다. 비가 내리면 그만 큼 심은 작물의 활착율이 좋아지고, 심은 묘목이 모살을 덜하게 되기 때문에 날씨가 궂은 날, 비가 내리는 날이 가장 작업을 해야 하는 날이 되는 것이다.
어제 아침 나는 오늘은 모종을 심어야 하는 날로 결정을 하였다. 일기예보에 오전 중에 약간의 비가 올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아침 평상시와 같이 운동을 마치고 난 기분은 날아갈 것만 같았다. 간단한 집안 청소와 정리를 끝낸 다음에 이발도 하고 모종들을 사다 심어야 되겠다고 집을 나섰다.
모종을 파는 가게들을 돌아보면서 어느 가게에서 무엇을 살 것인지를 미리 결정을 하여야 했다. 왜냐하면 동네 가게라서 모종을 무엇이나 다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어느 가게에만 있는 모종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적어도 잎채소로 상추, 민들레 잎 모양의 치커리, 갓잎 모양의 쌈채, 겨자채, 케일, 들깨 등을 사기로 하였고, 열매채소는 딱 한 가지 고추만 심기로 하였다. 그래서 죽 가면서 한 번 훑어보면서 어느 가게에서 무엇을 살 것인지를 결정하고, 오는 길에 차례로 산다면 힘이 덜 들고 빠뜨린 것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