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는 민주주의를 잠식한다

[토론회] 한미FTA와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현주소

등록 2007.04.24 11:06수정 2007.04.24 11:45
0
원고료로 응원
a

23일 오후 2시 국회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인권단체연석회의와 임종인 의원실 공동주최로 '한미 FTA 와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현주소'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 김명완

"4월 2일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타결되었다. 한국 민중의 편에 서서 보면, 한미FTA 협상과정과 타결내용은 미국의 세계전략의 일환에 장단 맞춘 외교통상 관료주의의 독선이 민주주의 숨통을 조이는 과정이자 결과일 뿐이다."

전국 37개 인권단체로 이루어진 인권단체연석회의가 임종인 의원실과 공동으로 23일 오후 2시 국회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주최한 '한미FTA와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현주소' 토론회에서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과 교수의 주장이다.

한미FTA 협정이 타결된 뒤 사회적인 찬반논쟁이 불붙고 있지만, 한미FTA는 단순히 통상협상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에 깊게 관련되어 있다.

한미FTA 협상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공청회 개최나 협상내용 공개 등 민의를 수렴하기 위한 노력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정부 전횡을 감시해야 할 국회도 제 몫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는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벌어진 민주주의의 훼손과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점검했으며, 협정체결과 비준 등 남은 과정에서 민주주의 과제가 무엇인지 돌아보았다.

오 교수는 "정부는 한미FTA가 국민경제에 이득이라는 구호를 외쳤지만, 자본만이 두 손 들어 맞장구를 칠 뿐 정작 생활에 큰 영향을 받는 국민은 한미FTA의 실체가 무엇이며 득실이 무엇인가에 대한 토론은커녕 구체적 협상에 대한 정보도 얻지 못한 채 알 권리를 무시당하면서 소외되었다"며 "한미FTA 협상과정과 타결내용은 사회 각 영역에서 민주화의 부분적·점진적·제도적 진전에도 불구하고 정작 공동체적 운명이 걸린 중대 사안에서 '국민의 지배'로서 민주주의가 총체적으로 부정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회는 조약 체결 계획을 국회 상임위에 보고하도록 정부에 요구할 권리가 있고 정부는 그에 따른 보고의무가 있으며, 국회는 정부에 조약 체결·비준 동의안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국회 또한 권한 또는 의무를 제대로 행사 또는 이행하지 않았고 한미FTA 협상 관련 정보를 요청 또는 청취할 수 있는 권한을 충분히 행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 차원의 대응방향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거나 타당성을 조사하기 위한 국정조사권을 발동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오 교수는 "한미FTA 체결에서 남아 있는 수순은 국회의 조약 체결·비준 동의와 이와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이지만, 두 기관의 과거 행태를 생각하면 그리 기댈 만한 것이 못 된다"면서 "한미FTA와 관련된 모든 정보의 공개를 전제조건으로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방법이 더 적절하다"고 밝혔다.

"지금은 87년 이상으로 민주주의 분기점... 패배하면 큰 타격"

인권단체연석회의 경찰대응팀 활동가 레이씨는 "범국본에서 신고한 대부분의 집회를 경찰은 불허했고 경찰은 집시법 조항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한미FTA 반대 집회의 정치적인 맥락과 의미를 모조리 무시한 채 무조건 집회 금지 통고를 내리기에 바빴다"며 "이는 FTA 문제와 관련해 민중의 귀와 입을 막으려는 정부와 경찰의 합작품"이라고 말했다.

레이씨는 "경찰기동대의 경우 신분을 밝히는 패찰이나 부대 표시가 없는 방패를 들고 나와 폭력행위가 노출되더라도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며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주어서는 아니된다'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 3항에 명백히 위배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특히 "경찰수송차량을 이용한 차벽(車壁)의 경우 집회시위의 자유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알 권리까지 차단하는 행위"라면서 "차벽으로 인한 도로 점거가 오히려 교통체증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경찰을 질타했다.

토론에 나선 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통상적인 의회의 권한과 기능이 한국 국회에는 거의 없다"면서 "국회는 한미FTA 협상 전에 관련 정보를 모두 제시하라는 권한행사를 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또한 "한미FTA 협상에서 시민사회단체 참여가 보장돼 있지 않았다"며 "한미FTA 공청회는 들러리에 불과했고 시민사회위원회 구성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계수 건국대 법학과 교수는 "경찰 폭력은 한국뿐 아니라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모든 곳에서 이뤄졌다"면서 "2003년 이탈리아 제노바에선 경찰 발포로 1명이 사망하고 2006년 프랑스에선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은 자본의 유연성에 반대하면 탄압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가권력의 민주화는 현재 분기점에 와 있다, 이 싸움에서 후퇴하거나 패배한다면 민주주의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면서 "지금이 87년 이상으로 민주주의의 분기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계진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한미FTA 체결은 의회민주주의뿐 아니라 민주주의 전반을 파괴했다"면서 "미국은 관세장벽 철폐보다 직접수탈의 제도적 장치를 법제화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 부의장은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유린할 가능성이 농후한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한 국민들의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며 "국회가 제 역할을 못했을 때 국민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왔다는 역사적 사실을 다시 상기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 손상열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선 마지막까지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봉 천만원 올려도 일할 사람이 없어요", 산단의 그림자
  2. 2 은퇴 후 돈 걱정 없는 사람, 고작 이 정도입니다
  3. 3 구강성교 처벌하던 나라의 대반전
  4. 4 왜 여자가 '집게 손'만 하면 잘리고 사과해야 할까
  5. 5 [단독] "문재인 전 대통령과 엮으려는 시도 있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