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마왕>으로 본 학교폭력

등록 2007.04.24 12:47수정 2007.04.2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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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우리나라 드라마계에서는 알게 모르게 터부시 되는 장르가 있다. 정치, 스릴러, 추리, SF가 그것이다. 복잡하고 전문적이며 난해하기까지 한 이야기에 시청자가 먼저 지친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러한 금기를 깨고 미스터리 스릴러에 추리적 장점을 더한 작품이 등장하였으니, 바로 <마왕>이다.

<마왕>은 청소년기 비극적인 사건으로 죄책감을 간직한 채 형사 일을 하고 있는 강오수와 그에게 서서히 복수의 칼날을 드리우는 변호사 오승하, 그리고 사물이 손에 닿으면 과거 잔상이 읽히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가진 도서관 사서 서해인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이들은 과거 하나의 사건으로 얽혀 있다. 학창시절 일진이던 오수가 승하의 형 태훈을 살해(?)하였고, 그 광경을 최초로 목격한 이가 사이코메트러 서해인이었다. 그리고 12년이 흐른 어느 날, 당시 오수를 정당방위로 변론하여 무죄 판결을 받게 했던 변호사가 살인을 당하면서 잊혀졌던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학창시절 오수와 친구들은 약한 친구들을 괴롭히며 자신들의 상처를 터뜨리는 소위 불량학생이었다. 그런 오수 패거리에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던 친구(?) 김영철이 어느 날 칼로 보복을 하려한다. 그러다 이를 목격한 태훈이 영철을 설득하여 칼을 건네받으면서 사건이 촉발된다. 태훈은 홀로 당당히 오수 패거리에 맞서 약자를 괴롭히는 오수에게 비겁하다 일침을 가한다. 그때 오수가 태훈이 영철에게서 건네받은 칼을 발견하고는 빼앗아 장난스레 위협한다. 그는 단지 옳은 말을 하는 태훈에게 겁만 주려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넘어지며 태훈을 칼로 찌르게 되고, 겁에 질려 줄행랑을 친다.

12년 후, 모든 것을 잊고 나쁜 놈 잡는 데 열심인 열혈형사 강오수는 주변 인물들이 살해되는데 범인들은 정당방위까지 고려되는 모순된 상황에 놓인다. 그런데 그 모순이 자신의 과거와 매우 흡사하다. 사건 배후자의 의도대로 실마리를 따라 접근하는 강오수. 그는 잊힌 줄 알았던 과거 자신의 모습을 하나하나 회상하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친구 태훈이 죽고 머잖아 어머니와 동생도 사망했음을 알게 되면서 죄책감에 시달린다.

<마왕>은 학교폭력이 단순히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지적한다. 사건의 여파로 사망한 태훈의 어머니와 복수의 칼날을 갈게 되는 동생, 자식을 범죄자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진실을 은폐하는 오수의 국회의원 아버지와 형, 그리고 친구들. 사건의 진실을 아는 형사들과 선생님, 그리고 학생들. 그 많은 사람이 결코 학교폭력이 야기한 파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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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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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작자는 이를 통해 학창시절의 치기어린 잘못이 피해 학생과 그 가족을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가해 학생 역시 죄책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렇지만 작자도 드라마 보다 더 비참한 우리네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을 순 없었나보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의 수치라 생각하여 쉬쉬하고 오히려 피해 학생을 전학시키는 후안무치한 학교장, 왕따를 당하는 학생에게 문제가 있다 생각하는 사회 인식,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듯 피해 학생 측에 큰소리치는 가해 학생의 부모들. 또, 과거의 폭력에 대한 죄책감 없이 무용담처럼 떠벌리고 다니는 학교폭력의 주범들, 가해 학생 측은 당당하게 살지만 피해 학생 측은 숨어사는 현실.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하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드라마보다 끔찍한 현실을 반영하는데 따른 작자의 고민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마왕>은 우리나라 드라마계에 신 장르를 개척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학교폭력으로 발생하는 비극을 허심탄회하게 서술한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현실에서 학교폭력 때문에 자살하거나 죽고, 다치고, 성폭행까지 일어나고 있음에도 지난 수십 년 간 제대로 된 근절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정부나 공허한 비판만 일삼을 뿐 구체적 대안 제시가 부재한 관련 단체들,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지르는지 모른 체 죄책감 없이 폭력을 일삼는 학생들에게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폭력을 휘두르는 학생과 그에 동조하거나 망을 보는 학생들, 폭력의 희생양이 되는 학생과 겁에 질려 폭력을 방관하는 학생들. 이들 모두가 학교폭력의 가해자이자 피해자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모두는 한번쯤 학교폭력을 경험했을 것이다. 다만 애써 잊으려하는 것일 뿐.

드라마 <마왕>은 학교폭력의 잊힌 과거를 복수라는 형태로 끄집어내 학교폭력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남기는지 스펀지에 물 스며들듯 일깨우는 걸작이다. 그 치밀한 구성과 연출에 박수를 보내며 공식이 난무하는 드라마 계에 각성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더불어 학교폭력의 중심에 있는 학생들에게 한때의 치기어린 과오로 자신은 물론 친구와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까지 깊은 수렁에 빠뜨리는 일이 없어야겠다고 전하고 싶다.

현실에서 오승하의 슬픈 눈빛을 보게 되지 않도록...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http://blogbbs1.media.daum.net/griffin/do/blognews/review/read?bbsId=B0021&articleId=513&pageIndex=1&searchKey=&searchValue=
에도 실렸습니다. 타이틀로 걸린 건 아니고 블로그 뉴스로 송고만 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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