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정 기자
연극 <어머니>는 굴곡진 현대사 속에서 어린 자식을 위해 억척스럽게 삶을 견뎌내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어머니를 위한 효도공연'으로 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손숙은 <어머니>는 효도공연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한다.
"<어머니>는 단순히 어머니들만 위한 '효도공연'이 결코 아니예요. 굴곡진 삶을 견뎌낸 어머니 모습은 곧 자신들의 이야기죠. 그래서 어머니들이 더 공감하는 건 맞아요. 하지만 그 속엔 어머니의 가슴 아린 첫사랑과 나이 든 어머니를 귀찮아하는 자식과 며느리 모습까지 녹아 들어있죠. 이 공연은 어머니세대와 자식세대가 느끼는 부분이 많이 달라요. 그래서 함께 보고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교류의 장이 되는 연극이죠."
40년이 넘도록 연극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손숙이 바라보는 젊은 배우들의 연극은 어떨까.
"요즘 젊은 배우들은 관객을 웃기는 데만 너무 신경 쓰는 것 같아요. 특히 장기공연을 할 땐 어느 부분에서 관객이 웃는다는 걸 아니까 더 과장해서 연기하거든요. 하지만 오버액션으로 웃기려고 하는 배우는 배우가 아니예요. 코미디언이지."
대학연극부나 초짜 배우들이 공연을 할 때 부담을 가지는 부분이 '연극은 재밌어야 한다'와 '관객을 웃겨야 한다'라는 생각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잘 짜인 대본과 완벽한 캐릭터 분석 뒤에 나오는 배우의 연기가 찰떡궁합을 이룰 때 비로소 대본 자체가 주는 자연스런 웃음이 나온다. 그녀는 이런 것들이 연극이 주는 제대로 된 재미라고 단호히 말한다.
"연극계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는 건 관객들 탓도 있다고 봐요. 요즘은 무조건 웃을 수 있고 재밌는 연극만 보려고 하죠. 연극은 본질적으로 삶에 대한 고뇌와 성찰을 안고 있어요. 그 진지함 속에서 나와 닮은 삶을 보면서 자연스런 웃음이 나오는 건데 아쉬워요."
"문화도시가 살맛나는 도시죠"